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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가슴 편집장 추천 67 POSTS

  1. 이상은 13집 [The Third Place]

    이상은의 6집 [공무도하가]를 들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이번 앨범이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연상되는 깨질 듯한 아름다움을 품으면서도 앨범 전체가 통일감 있게 조율된 것은 [공무도하가]와 같이 이주미 와다(프로듀서), 하지무 다케다(<제3의 공간><다이아몬드><좁은 문> 등 편곡) 체제로 작업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9집 [Asian Prescription](1999/EMI) 이후 이상은은 10집 [Endless Lay](2001/EMI)에서 Sun&Fish Project(이상은, 황보령, 하지무 다케다, 이주미 와다), 11집 [신비체험](2003/Music Well)에서 장영규, 하지무 다케다, 12집 [Romantopia](2005/Picador)에서 이병훈, 하지무 다케다와 음악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나이를 감안한 다양한 음악작업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Asian Prescription] 이후 아티스트로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인상은 감출 수 없었고, 90년대 내내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던 내게 당혹감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앨범, 무척 아름답다. 특히 하지무 다케다의 피아노 연주 하에 “이 곳도 아니고 저 곳도 아닌 또 다른 곳이 있다네/ 이 길도 아니고 저 길도 아닌 또 다른 길이 있다네”라고 노래하는 <제3의 공간>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 나는 이런 이상은의 가사가 단지 노회한 가수의 수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3의 공간>에서 <야상곡>까지를 듣고 있으면 그녀가 다시 전성기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다.

    프로듀서로서 이주미 와다와 이상은의 조율아래 하지무 다케다와 이병훈(VOY)이 노래들을 나누어서 편곡한 방식으로 만든 이 음반은 세션, 녹음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2007년의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음반의 시대’가 끝났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그럼 우리가 이상은의 [The Third Place] 같은 작품을 음반이란 형태 말고 들을 방법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기 때문이다. [The Third Place] 같은 작품은 단지 ‘음원들의 결합’ 차원이 아니다. 이런 음반을 듣는다는 것은, 이상은이 지난 1년 동안 숙고하며 작업한 노래들을 찬찬히 듣고, 튼실한 부클릿을 보면서 그녀의 생각을 읽고, 참여 뮤지션들의 작업을 상상하는 것이다.

    음악사업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떠드는 얘기를 음악평론가와 음악마니아마저도 앵무새처럼 읊조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건 ‘패러다임 변화’와 같은 것을 몰라서하는 얘기가 아니라, 대중음악에서 ‘작품’이란 것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상황이 안타깝고, 그로 인해서 겪게 될 뮤지션과 음악마니아들의 참담함에 분노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13집 [The Third Place] 이상은의 6집 [공무도하가]를 들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이번 앨범이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연상되는 깨질 듯한 아름다움을 품으면서도 앨범 전체가 통일감 있게 조율된 것은 [공무도...
    ☆☆☆☆☆ | 93%, , 언더, 이상은, 편집장 추천
  2. 명령27호 1집


    공연활동이 아니라 음반만으로 옥석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 대표적인 장르가 펑크나 로커빌리와 같은 단순한 로큰롤 형태의 음악들이다. 쉽게 음악을 만든다는 얘기도 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기존 밴드와 음악적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난점 때문에 창작자 측면에서 더 어려운 장르일 수도 있다.

    명령27호는 밴드명으로 보나 스컹크레이블 소속이라는 점으로 보나 키치적인 평크밴드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개성 강한 로커빌리 유형의 밴드였다. <Sunset Highway>에서 ZZ TOP의 전형적인 기타리프를 오마쥬(?)한 것이나 여러 곡들에서 블루스 브라더스가 떠오르는 혼섹션을 들으면서 1950년대 로커빌리 발생 이래 가장 근원적인 로큰롤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려는 것이 이 밴드의 방향성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창작, 세션 모두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개성을 추구한 명령27호의 첫 앨범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불과 얼음의 무덤>과 같은 주목할만한 곡들이 실려 있다.

    명령27호 1집 공연활동이 아니라 음반만으로 옥석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 대표적인 장르가 펑크나 로커빌리와 같은 단순한 로큰롤 형태의 음악들이다. 쉽게 음악을 만든다는 얘기도 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기존...
    ☆☆☆☆☆ | 88%, , 명령 27호, 인디, 편집장 추천
  3. 리메이크 음반


    넬은 1999년 제1회 쌈지사운드 페스티벌이 배출한 최고의 신인이었고, 이들은 <Shower>란 곡으로 페스티벌 음반에도 참여를 했다.(당시 참가팀이었던 해머도 나중에 뛰어난 데뷔 앨범 [Passion Engine Machine](2003/Imaps)을 발표했다.)

    기대주였던 넬은 2000년에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가 프로듀싱을 맡은 1집 [Reflection Of Nell](2000/Imstation)을 발표했고, 여기서 송라이터 김종완은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Speechless](2001/Imstation) 이후 서태지컴패니로 소속사를 옮겨서 발표한 [Let It Rain](2003/서태지컴패니), [Walk Through Me](2004/서태지컴패니) 그리고 [Healing Process](2006/Woollim Entertainment)는 언론의 주목도만큼 뛰어났던 앨범들은 아니었고, 팬들의 증가에 상관없는 앨범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슬프면서도 독특한 사운드 컬러, 시적인 가사로 지극히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들”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그동안 김종완이 만든 노래들은 주류음악 제작방식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한 걸로밖에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분명 김종완이 1집 [Reflection Of Nell]에서 보여준 노래들은 풋풋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노래들이었는데, 이후 주류 매니지먼트 하에서 발표된 노래들은 ‘주류음악의 룰’에 편입되어 매력을 상실한 걸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간 김종완이 만든 노래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를 포장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흔히들 구리다고 얘기하는 ‘주류음악의 룰’이 음악창작에 미친 결과이다. 이 ‘주류음악의 룰’은 송라이터들이 음악창작을 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고,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미완의 대기’들도 이 ‘주류음악의 룰’에 편입되면 어김없이 구려진다. 그래서 종국에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음악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뮤지션으로 남게 되거나, 최악으로는 음악성뿐만 아니라 상업성에서도 실패를 한다. 근본 원인은 한국 주류음악 매커니즘이란 것이 예술적인 완성도는 고사하고 ‘웰메이드 제작’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메이크 음반인 [Let's Take A Walk]을 들으면서 다시 확인한 것은 김종완의 창작적인 재능은 괜찮다는 것이고, 결국 ‘포장’ 여부가 그가 만든 앨범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이란 점이다. 또한 3집에 담겨 있는 <믿어선 안 될 말> 리메이크 버전을 들었을 때도 느낀 바이지만 그의 편곡 능력도 출중한 편이다. 그래서 이번 음반이 적어도 이전 3~5집보다는 오히려 나아 보인다. 이번 음반에는 정규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받았던 <연어가 되지 못한 채>가 수록되었으며, 신곡으로 <It's Okay><Down>가 추가로 수록되었다.

    1. Good Night
    2. 연어가 되지 못한 채
    3. 믿어선 안될 말
    4. One Time Bestseller
    5. Stay
    6. Thank You
    7. It's Okay
    8. 미련에게
    9. Down
    10. 백색왜성

    리메이크 음반 넬은 1999년 제1회 쌈지사운드 페스티벌이 배출한 최고의 신인이었고, 이들은 &lt;Shower&gt;란 곡으로 페스티벌 음반에도 참여를 했다.(당시 참가팀이었던 해머도 나중에 뛰어난 데뷔 앨범 [Pass...
    ☆☆☆☆☆ | 90%, , 김종완, , 인디, 편집장 추천
  4. 말로 4집


    말로의 데뷔 앨범 [Shades Of Blue](1998/말로미스티크)를 들으면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발견한다. 신촌블루스 시절 김현식이 부른 <이별의 종착역><골목길>이나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봄날은 간다>(3집에 재수록)와 같은 노래들이 담긴 이 음반은 보통 뮤지션들이 데뷔 앨범에서 범하기 쉬운 ‘다양함’에 대한 욕심이 드러난 앨범이라서 전체적으로 각 수록곡들의 완성도는 좋은 편임에 불구하고 산만함을 드러낸다. 또한 보컬리스트로서 자기 과시에 대한 욕심으로 그녀 개인의 정체성을 세우는데 주력한다기보다는 테크니션임을 드러내는데 힘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어떤 곡에서는 ‘한영애’가 되기도 했다가 또 어떤 곡에서는 다른 이로 돌변하고, 누가 정말로(!) 말로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뮤지션의 욕심 과잉에 프로듀서 부재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점들은 지난 3집 [벚꽃 지다](2003/JNH)와 함께 이번 4집 [지금, 너에게로](2007/Music Nine)를 들으면서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들어난다.

    지난 앨범 [벚꽃 지다]부터 말로 3/4집 제작자이기도 한 모 일간지 기자 출신인 이주엽이 작사를 맡고, 말로 본인이 작곡을 맡는 체제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는 나윤선의 이번 [Memory Lane](2007/Hub Music)의 ‘원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주엽/말로 체제의 송라이팅은 이번 앨범 속지에 있는 ‘이 시대 모국어로 씌어진 가장 아름다운 음반’이라는 평가가 단지 수사에 불과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래서 전작에서는 <1994, 섬진강>이라는, 이번 음반에서는 <새벽 한강><사랑이 여기 있으니><꽃>과 같은 아름다운 노래들이 탄생되었다. 이번 음반은 재즈 베이시스트 모그(Mowg)가 프로듀서를 맡았고, 세션에는 모그(베이스,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민경인(피아노), Ilya 'Eli' Lishinsky(기타/ 믹싱&마스터링), 박주원(어쿠스틱 기타), 김진환(퍼커션)이 참여하여 빛나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주엽은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이블’ 상을 JNH 대표로서 받으면서 “음악은 단지 비지니스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 그가 제작한 말로 앨범을 대하면 그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듯 싶다.

    01. 놀이터
    02. 여름, 그 물빛
    03. 푸른 달
    04. 너에게로 간다
    05. 새벽 한강
    06. 먼 그대
    07. 이제 조용히
    08. 간이역
    09. 사랑이 여기 있으니
    10. 꽃
    11. 바람과 나
    12. 그 섬에서의 한 철

    말로 4집 말로의 데뷔 앨범 [Shades Of Blue](1998/말로미스티크)를 들으면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발견한다. 신촌블루스 시절 김현식이 부른 &lt;이별의 종착역&gt;&lt;골목길&gt;이나 손로원 작사, 박...
    ☆☆☆☆☆ | 94%, , 말로, 인디, 편집장 추천
  5. 못 2집


    데뷔작 [Non-Linear](2004/Bounce Entertainment) 이후 3년만의 2집이다. 이들이 데뷔작에서 보여준 ‘앨범 작업에서의 완성도’는 분명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그리 울림이 크지 않았던 음반이었는데, 이는 단순히 음악적 취향이 달라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2집이 1집에 비해서 음악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특별히 이번 음반이 ‘달게’ 느껴지는 것은 팝적인 훅이 제대로 먹힌 탓일 것이고, <이상한 계절><클로즈><사랑없이><완전한 세상>과 같은 노래들이 특히 그렇다. 또한 이 음반을 들으면서 어어부프로젝트밴드의 대표작 [개, 럭키스타](1998/펌프)를 떠올렸는데, 이는 그만큼 이들의 음악이 창의력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언(보컬)과 지이(기타)의 감수성과 재능을 보건데 앞으로도 다양하면서도 밀도 있는 작품 생산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이번 2집이 이들의 진정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음반에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한 앨범속지가 정성스럽게 담겨 있기에, 이 또한 이런 앨범을 추천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01. 이상한 계절
    02. Close
    03. 11 over 8
    04. 시니피에
    05. 사랑없이
    06. Lucky
    07. Heaven Song
    08. 서울은 흐림
    09. 완전한 세상
    10. Electric
    11. Ghost
    12. 다섯개의 자루
    13. 흐르게 둔다
    14. 나는 왜

    못 2집 데뷔작 [Non-Linear](2004/Bounce Entertainment) 이후 3년만의 2집이다. 이들이 데뷔작에서 보여준 ‘앨범 작업에서의 완성도’는 분명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그리 울림이 크지 않았던 음반이었...
    ☆☆☆☆☆ | 92%, , , 인디, 편집장 추천
  6. 더더밴드 5집


    한국 주류음악씬에서 김영준의 활동을 본다면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만하다.
    (※ 이에 관한 일화들은 더더밴드와의 인터뷰 “더더(The The)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시 세끼 밥을 먹듯이 천천히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밖에는 없다.”를 참조할 것. http://woodwolf.cafe24.com/1400/article_show.asp?content_idx=379)

    그는 한 때 이성문, 볼빨간, 돌코와 함께 신촌의 록카페 우드스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활동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고, 1997년에는 그렇게도 원하는 음악활동을 하고 싶어서 박혜경과의 듀엣 활동을 통해서 ‘주류 감성의 음악’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도 입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 1집 [The More The Better](1997/삼성뮤직)와 2집 [The One & The Other](1998/삼성엔터테인먼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분명히 팀의 리더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박혜경의 뒤로 물러나서 활동하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또한 팀의 메인송라이터임에도 불구하고 2집에서는 오히려 강현민을 보조하는 2선 송라이터의 모습도 감내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그가 만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음악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만치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하기란 참으로 힘이 들고, 만약 어떤 이가 주류음악씬에 편입되기를 바라는데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뮤지션을 지향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김영준이 활동한 이유에는 기본적으로 그의 감성이 주류음악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해외 음악씬 기준으로 본다면 주류음악씬에 가깝고), 이를 그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 2집과 같은 방식으로는 만족하면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 김영준은 역시 자의반타의반으로 박혜경과는 결별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밴드를 꾸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박혜경의 후임으로 한희정을 2년간 보컬트레이닝시키면서 음악작업을 한 것이 ‘더더밴드’로의 진화 전 단계였다. 자신이 음악활동의 주도권을 쥐면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랐지만 자본의 문제 때문에 역시 주류음반사에 소속되어 발표한 음반이 3집 [The Man In The Street](2001/Ene Media)이었다. 이 음반에서는 김영준 작곡 / 한희정 작사라는 매력적인 체제로 앨범작업에 임했지만 전작의 연장선상을 벗어나지 못한 애매모호한 작품이 돼버렸고, 단지 <I Never>와 같은 곡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부터 김영준 스스로가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프로듀서로서의 능력과 홈레코딩에 대한 가능성이었고, ‘김영준 작곡 / 한희정 작사’ 체제의 상호보완성, 완결성이었다.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제대로’ 만든 앨범이 바로 더더 4집 [The The Band](2003/서울음반)이었고, 이 음반은 한마디로 주류와 비주류를 절묘하게 줄타기한 앨범이었다. 작품성면에서 본다면 밴드음악으로 주류음악씬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담고 있었고, 최근 그의 CF계에서의 활약상(대표적으로 얼마 전 문근영이 출연한 GS칼텍스 CF에서의 배경음악 <LOVE> 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일반인들에게도 보편적으로 통하는 그의 음악 감성을 담고 있었다. 물론 한국주류음악계는 이 정도의 작품도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천박해진 점 때문에 결국 이 음반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초로 ‘음반’ 중심의, 즉 ‘작품’을 논하고 그에 따라서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이 2004년 3월 17일(수)에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더더의 4집은 가장 핵심적인 수상부문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는 성과를 가져서 그나마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아래는 내가 쓴 ‘올해의 앨범’ 선정평이다.

    “올해의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와 신설 이유'를 밝히는 핵심적인 부문이다. 기존 시상식들과는 달리 음반(작품) 중심으로 뮤지션을 평가하고, ‘정말로 좋은 작품을 발표한 뮤지션들에게 그에 걸맞는 정당한 대접을 해주고 또한 이들을 대중들에게 알리자’라는 본 상의 취지를 가장 강력하게 대변하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정위원들도 선정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선정사유를 구체화시키고 객관화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였고, 치열한 논쟁과 함께 2차례의 추가 결선투표를 가질 만큼 많은 산고를 치렀다.

    선정위원들은 이 부문에 대한 평가요소로 크게 앨범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창작의 참신성, 다수의 사람들이 좋은 노래들이 담겼다고 인정하는 의미로서의 대중성을 꼽았다. 그리고 대안적인 의미 또한 가지고 있는 시상식인 만큼 당대 한국대중음악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와 미래 한국대중음악에 영향을 줄만한 작품인지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선정사유에서 각기 조금씩 미달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2003년도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올해의 앨범 부문에 더더의 4집 [The The Band]를 꼽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종까지 경합을 한 앨범은 러브홀릭의 [Florist](2003/Fluxus Music)였는데, 선정기준에서 더더의 앨범이 완성도와 참신성 등에서 러브홀릭의 앨범을 앞선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더더 4집에 대해서 음악평단 일각에서는 2002년의 김광진 4집처럼 현재 한국 주류대중음악계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앨범들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고, 김영준&한희정 체제가 보여준 송라이팅 능력, 김영준의 프로듀싱 감각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특히 들을만한 곡 1~2개 이상을 찾기 어려운 대개의 주류대중음반들의 문제점을 본다면 더더 4집에 담긴 총14곡(히든트랙 포함)의 균일한 완성도는 '앨범'의 개념으로 평가했을 때 최고의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앨범 내에서 <In>, <So So>, <You>, <작은새> 등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더더의 수상은 구조적인 홍보/유통의 문제로 좋은 음반을 내놓고도 썩힐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뮤지션들에게 희망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시 세끼 밥을 먹듯이 천천히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밖에는 없다’라던 더더 리더 김영준의 발언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앞으로도 소의 걸음을 걸으면서도 계속 전진해 나가려는 것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박준흠)

    그리고 더더 4집과 함께 발표된 한희정의 밴드 푸른새벽(Bluedawn) 1집 [Bluedawn](2003/카바레)에서는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 참여했는데, 이 때 그는 뮤지션으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엔지니어로서의 능력도 함께 알렸다. 그래서 더더 4집 이후 그가 주목했던 것은 자신의 레이블을 만드는 것이고, 스스로 후배 뮤지션들을 키우는 작업이었다. 특히 여자 뮤지션들이 주가 되는 레이블을 생각했는데, 그래서 한희정의 후속 보컬리스트인 INi의 목소리가 담긴 새로운 더더 데모와 함께 노리화, 우기양의 데모를 만들기도 했다. 그게 2005년 초의 일이다.

    2007년 지금 김영준은 지난 4집 발매 후 2년 이상의 준비 끝에 5집 [The Music](2007/K Family Entertainment)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기대반 우려반을 했던 것이 사실인데, 비슷하게 현실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는 날><Love><대한민국의 땅 독도> 단 세곡이 수록된 [2006 New Single](2006/K Family Entertainment)이 보너스로 붙은 이 음반은 예전 박혜경 시절의 더더와 한희정 시절의 더더와의 절충점으로 보여 진다. 물론 이런 방향성으로 새로운 더더를 설정하게 된 이유에는 4집의 상업적인 실패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음반은 지난번 음반과는 달리 첫 곡 <I Wish Your You>부터 치고나가는 면모가 다르다. 그리고 <뱅뱅뱅>과 같은 곡은 한희정이 있었다면 수록하지 않았을 곡이다.

    지금 더더를 얘기하면서 김영준의 상업적인 절충주의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번 음반의 결과가 심히 구렸다면, 그런 식으로 얘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영준이 INi를 보컬로 택하면서, 김영준 작곡 / INi 작사 체제를 택하면서 그가 하고자 한 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도 한국 주류음악씬에서 통할 수 있는 음악적인 절충점에 대한 모색이었고, 이 점만을 본다면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는 자신 음악의 하한선(?)과 한국 주류음악의 상한선(?)과의 접속에 대한 시도인데, 그 간극이 이번에는 그리 크지 않도록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I Wish Your Love> 같은 발랄한 곡은 음악적인 완성도도 있으면서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노래로 만들었다. 다분히 의도적인 방향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록 예수는 아니지만(?), 누가 주류에서 성공하고 또한 음악적으로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뮤지션’ 김영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하고 싶다.

    더더밴드 5집 한국 주류음악씬에서 김영준의 활동을 본다면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만하다. (※ 이에 관한 일화들은 더더밴드와의 인터뷰 “더더(The The)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시 세끼 밥을...
    ★★★★☆ | 87%, , 더더, 인디, 편집장 추천
  7. 2.5집 問答無用


    [아름다운 약속](1998/푸른섬), [그대였군요](2003/노래나무)를 거쳐서 후속작을 예고하는 EP [노래이야기1: 문답무용]을 발표한 손현숙은 류금신, 김가영과 함께 민중음악 쪽의 파워풀한 보컬을 자랑하는 여자 가수에 속한다. 그동안 김현성의 노래들을 주로 소화해내면서 김창기의 곡을 가장 잘 소화해 낸 가수로 김광석이 꼽힌 것처럼, 손현숙 또한 김현성의 곡들을 빛 낸 존재로 기억되었다. 이번 음반에서는 유인혁, 후티엔팅, 유종화, 김은수 그리고 본인의 노래들을 불렀다. 음반에 붙은 “가슴 훈훈한 노래로 엮는 수필집”이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섯 곡의 노래들은 힘들게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과 우리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問答無用 - 묻고 답하는 것이 소용이 없다.” 자신 삶의 의문을 가장 잘 아는 자는 본인이라는 것이고, 사실 우리는 이미 스스로 정답을 알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단지 신념이나 추억 등등의 이유로 인해서 멈출 수가 없는 것 일뿐.

    [아름다운 약속]과 [그대였군요]가 김현성의 디렉팅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서 이번 음반은 본인이 스스로 기획한 음반이다. 음악적으로는(외양적으로는) 이전과 그리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지만 내용적으로는 본인이 음악 깊숙이 투영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미세한 차이 같지만 큰 차이로 보일 수도 있다. 이전의 기억할만한 노래로 1집에 담긴 <오월에서 푸른 시월까지><청계천 8가>, 2집에 담긴 <멈추지 않는 눈물><소래포구>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단연 본인의 자작곡인 <자화상>이다. 물론 <문답무용><어머니의 집>이 타이틀곡에 가깝겠지만, 손현숙의 차기작이 기다려지게 하는 것은 <자화상>이란 것이다. 바로 자신의 진솔한 얘기를 노래로 부르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노래의 힘’일 것이다. 그래서 연영석과 같은 이전 노래 경력이 거의 없었던 늦깎이 뮤지션이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이 음반에서 거론하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편곡(<어머니의 집><사랑의 노래><자화상>)과 기타를 맡은 문건식이다. 알다시피 그는 프리다칼로의 기타리스트이면서 손병휘, 김현성 등의 음반에서 세션을 맡아온 민중음악 계열(정확히는 아니지만)의 대표적인 기타리스트이다. 프리다칼로의 이전 명작 [Frida](2005/riverman music)에 담긴 <해바라기><여행자><바람의 노래> 등에서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고, 손병휘의 <촛불의 바다>에서도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고명원(연영석의 파트너)과 함께 필(feel)이 뜨거운 기타리스트이고, 이는 <자화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01. 문답무용
    02. 어머니의 집
    03. 내가 사랑하는 사람
    04. 사랑의 노래
    05. 자화상


    <자화상>
    손현숙 작사/작곡 | 문건식 편곡

    1.
    왜 내 마음속의 욕심을 버리지 못할까
    왜 내 마음속의 근심을 지우지 못할까

    자유로운 생각과 평화로운 세상을 난 항상 꿈꿔 왔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나를 자꾸만 얽어맸었지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도 애써 노력했지
    내일이란 시간이 오려나 절망도 했었지만
    이십대를 지나 서른 되고 차츰 나이가 들어
    뭔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내 스스로 기준을 세웠지

    눈치 보기에 익숙해진 날 비웃어 보고
    산다는 건 모두 그런 거야 위로해 봐도

    2.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도 애써 노력했지
    내일이란 시간이 오려나 절망도 했었지만
    이십대를 지나 서른 되고 차츰 나이가 들어
    뭔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내 스스로 기준을 세웠지

    사는 일에 습관처럼 길들여지고
    내 뜻대로 모두 안 되냐고 소리쳐 봐도

    왜 내 마음속의 욕심을 버리지 못할까
    왜 내 마음속의 근심을 지우지 못할까

    2.5집 問答無用 [아름다운 약속](1998/푸른섬), [그대였군요](2003/노래나무)를 거쳐서 후속작을 예고하는 EP [노래이야기1: 문답무용]을 발표한 손현숙은 류금신, 김가영과 함께 민중음악 쪽의 파워풀한 보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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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적 3집


    이적이 김진표와 같이한 패닉(Panic)의 1집 [Panic](1995/신촌뮤직)을 발표할 때만해도 ‘음악신동’이란 소리를 들었고, 이는 김현철이 데뷔 앨범(1989)을 발표한 뒤 들었던 얘기와 같은 종류였다. 그리고 2집 [밑](1996/신촌뮤직)은 음악적으로 더욱 충만한 상태로 발표되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패닉을 잠시 쉬면서 김동률과 함께한 프로젝트 앨범 [카니발(Carnival)](1997/대영AV)의 대성공 이후 뮤지션으로서의 인지도는 급격히 향상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는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지금도 의아한 것은 당시부터 왜 그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심히 듣기 거북한 음악들에 매몰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후 패닉 3집 [Sea Within](1998/신촌뮤직)에 이어서 한상원(g), 정원영(piano), 강호정(key), 정재일(b), 이상민(d), 이적(v)이라는 화려한 세션진이 모여서 만든 최악의 결과물인 긱스(Gigs)의 [Gigs](1999/폴리미디어), [Gigs 02](2000/폴리미디어)를 발표했고, 덤으로 별로 영양가 없는 자신의 솔로 데뷔작 [Dead End](1999/신촌뮤직)까지 발표했다. 이 기간은 이적에게는 참으로 알 수 없었던 시기였고, 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는지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솔로 2집 [2적](2003/Einmedia)과 패닉 4집 [Panic 04](2005/Farm Entertainment)에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리 주목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물론 패닉 4집보다는 이적 2집이 낫다.)

    그렇다면 2007년의 이적은?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얘기하면 “어깨에 힘 빼고 초심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비로소 패닉 초기작을 들을 때처럼 노래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한 순간에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줄이야/ 노래는 소리칠 수 있게 해줬고/ 노래는 울어도 괜찮다 해줬고/ 노래는 내 몸 속에 감춰진 나도 모르던 세포까지/ 한꺼번에 잠 깨웠지”(<노래>)에서는 가수로서의 ‘신념’을 “먼 길을 돌아 온 뒤 여기에 남은 내가/ 먼 옛날 내 모습과 달라진 것은 뭔가/ 난 아직 찾던 것은 모르고 안다고 믿었던 건 잊었고/ 바람결에 씻겨가”(<먼 길을 돌아온 뒤>)에서는 가수로서의 ‘성찰’을 진지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그게 단순한 ‘작문’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은 예전의 ‘뮤지컬 가수’(?)에서 ‘거리의 가수’로 돌아온 느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래들에는 예의 좋은 멜로디들이 실려 있고, 수록된 노래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기고백을 통한 ‘소통’에 있다고 보여진다.

    이번 그의 성숙한 앨범을 들으니, 이제야 새롭게 인식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가사쓰기 재능이다. <다행이다> 같은 곡에서 그가 가사를 풀어가는 능력은 돋보인다. 물론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가사이지만 그 재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가사를 그냥 읽지 말고 노래를 들어보면 안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다행이다>)

    01. 노래
    02. 다행이다
    03. 어떻게
    04. 비밀
    05. 내가 말한 적 없나요
    06. 사랑은 어디로
    07. 얘, 앞산에 꽃이 피면
    08.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
    09. 소년
    10. 먼 길을 돌아온 뒤
    11. 같이 걸을까
    12. 무대

    이적 3집 이적이 김진표와 같이한 패닉(Panic)의 1집 [Panic](1995/신촌뮤직)을 발표할 때만해도 ‘음악신동’이란 소리를 들었고, 이는 김현철이 데뷔 앨범(1989)을 발표한 뒤 들었던 얘기와 같은 종류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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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신광조 1집


    음반기획사 ‘그림자놀이’에서 이상한(?) 음반 2장이 동시에 발매되었다. [박광수 2007]과 함께 [신광조 2007]. 현재의 음반제작 매커니즘 하에서는 거의 거들떠도 보지 않는 두 노장의 반가운 앨범들이다.

    박광수 음반을 들으면서 그저 ‘60대 후반 노인 보컬리스트의 앨범’으로 짐작했던 것이 엇나감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그의 보컬은 미사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관성화된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슴 속에 담겨 있는 뭔가를 꺼내려는 진지한 노력에 솔직히 좀 놀랐다. 건방진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노인 예술가들에게서 이런 노력은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인 ‘신중현과 더 멘’ 출신의 보컬리스트, 이런 것은 이 음반 앞에서 떠올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미지의 기타리스트 신광조가 발표한 본 음반에서는 지금은 좀처럼 듣기 어려운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게 혼자 고립된 생활 끝에 나온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하세가와 요오헤이라는 일본인 기타리스트가 그것도 90년대 말에 70년대 신중현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한 시도처럼 낯설다. 단지 이남이의 예전 음반이나 ‘철가방프로젝트’ 같은 류의 다소 조악한 가사가 사실 이 음반에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타 연주에만 집중한다면 여기서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보도자료 내용이다.

    * * * * *

    거친 세월의 흔적을 넘어 자연스러움의 경지에 이른 소리
    - 기타리스트 신광조의 작품집 “신광조 2007 그대는 내 친구” 발표

    수십년을 강화도의 야산아래 자그마한 컨테이너를 보금자리 삼아 기타만 치면서 평생을 살아온 야인 신광조(59세) 그가 자신의 후배이자 오랜 벗인 기타리스트 김광석(53세), 대중문화기획자집단 그림자놀이와 함께 뜻을 모아 자신의 음악 인생을 통해 소중히 모아온 작품들을 모아 자신의 기타와 목소리로 엮은 “신광조 2007 그대는 내 친구”를 발표한다.

    이 작품집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은 수천장의 앨범들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했고,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소리꾼 장사익의 1집부터 최근까지 음반과 공연작업을 같이 했으며, 두 개의 작품집을 만들어내 창작자로서의 역량도 이미 증명한 한국 기타리스트계의 거장 중 하나이다.

    그런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1995년 장사익 1집의 기획작업을 통해 만나고 또 최근까지 자신의 활동을 후원하고 있던 그림자놀이의 꿈휴(본명 김재욱)에게 잔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진정한 소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며 신광조를 소개하였고, 의미 있는 작업을 통해 대중문화의 다양한 소통가능성을 확인하고자하는 기획자집단 그림자놀이는 멋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신광조 특유의 정서가 분명 가치 있는 것이며, 또 소중히 담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집의 기획과 제작 작업을 직접 맡게 되었다.

    신광조는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질만한 활동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번도 메이저무대에서 활동했던 적이 없고, 세션으로 활동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타리스트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그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갖은 기행을 일삼고, 국토순례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떠돌면서 야인으로 살면서도 언제나 약자를 도울 줄 알고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졌던 사람. 많은 동료나 후배 기타리스트들은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의 음악 역시 이런 그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해학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피를 토하는 듯한 애절함과 비장함이 묻어나기도 하며, rock적인 기반에서 출발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rock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연스러움과 따뜻함이 배어나는 그의 음악은 거친 세월을 넘어 다시 순수의 경지에 이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기타소리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부른 노래 소리에서도 그의 기타와 쌍둥이처럼 닮은 느낌을 받는 것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충무공 이순신의 시조에 곡을 붙인 “한산섬”과 “동네축구시합”은 이 앨범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곡들이다. 김광석과의 잼 형식으로 더빙 없이 녹음된 두 트랙도 아주 재미있는 곡들이다.

    기술적인 면이나 세련된 멋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신광조의 음악이 아주 이상한 음악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따뜻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기 자리를 찾아간 소리들이 보여주는 소박한 감동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놀이)

    신광조 1집 음반기획사 ‘그림자놀이’에서 이상한(?) 음반 2장이 동시에 발매되었다. [박광수 2007]과 함께 [신광조 2007]. 현재의 음반제작 매커니즘 하에서는 거의 거들떠도 보지 않는 두 노장의 반가운 앨범...
  10. 나윤선 5집


    이제 와서야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건 나윤선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발표한 이번 앨범 [Memory Lane]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난 그동안 그녀가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했었고, 흡사 ‘재즈계의 빅마마’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빅마마를 ‘그저 노래만 잘하는’ 뮤지션류를 통칭해서 부른다면 말이다. 그녀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소들을 생각할 때도 (국내에서는) 흡사 클래식음악과 같은 고급스런 이미지로 포장된 재즈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해외에서는) 그녀의 보컬이 앞세워진 세션이 ‘난타 공연’과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종류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삐딱하게 짐작컨데 한국의 일반적인 대중들이 매우 아카데믹해서 교양이 무척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는(?) 클래식음악 앞에 주눅이 드는 것과 함께 세계적으로 통하는 예술가(사실 그가 예술가이던 운동선수, 과학자, 요리사, 디자이너 아무라도 상관없이 ‘세계적’이라는 소리만 ‘해외에서’ 들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민족적인 자긍심을 대개 느끼고들 있지만)라면 자신의 취향에 상관없이 껌뻑 죽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윤선은 ‘노래’를 하는 가수이지만 언제 나윤선의 노래를 들을 때 김창기, 이기용(허클베리핀, 스왈로우), 이장혁, 원종희(럭스)가 노래를 부를 때처럼 ‘가사’를 음미한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단지 그녀가 가수로 인정받았다면 ‘목소리의 기능성 - 가창력, 개성’ 종류였을 것이다. 그래서 흡사 ‘재즈계의 빅마마’ 같다고 한 것이다.
    * 여기서 클래식음악은 맥락적으로 '인용'한 것이다. 즉, 클래식음악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음악으로 대변되는 무엇이거나 음악 자체가 아니라 주변적인 무엇이다. 한마디로 속물적인 무엇에 가깝다.

    우리는 대중음악 영역을 딴따라, 광대의 영역으로 은연중에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TV에서 대단히 천박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심지어는 나잇값도 못하는 가수들)을 보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의 엔터테이너형 가수들의 문제점을 따질 때도 ‘창작의 후짐’과 같은 예술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못함, 가창력 떨어짐’과 같은 지극히 기능적인 문제들을 언급한다.(솔직히 엔터테이너형 가수들의 경우 노래 좀 못하면 어떤가?) 그래서 대중음악 - 클래식음악을 이분법적인 잣대로 보고 있는 것이고, 같이 ‘창작’ ‘뮤지션쉽’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음에도 같이 얘기할 수 없는 서로 다른 무언가로 짐작한다. 하지만 둘을 왜 다른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가?(여기에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주입되어져 교육받아온 것에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를 의심해야 한다.) 그래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이라는 잣대로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을 함께 얘기한다면 논의점이 매우 많을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가 얘기한 “창작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적어도 100년 전에 만들어진 곡들로 연명하고 있는 현재의 클래식음악은 죽었다”는 선언이 그냥 헛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고, 생각해볼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재즈를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음악의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재즈가 클래식처럼 학제에 의해서 움직이는 아카데미 영역으로 보는 것과 함께 재즈연주 편성이 클래식의 실내악과 비슷한 점, 그리고 해외 뮤지션들이 자주 와서 LG아트센터와 같은 고품격 공연장들을 이용함으로써 얻은 이미지 등 때문일 것이다. 그 덕분에 재즈뮤지션과 재즈음반은 일반적인 대중음악음악 영역에서는 유리되어져 얘기되고 있는 것 같고, 내가 현재 ‘창작’이라는 잣대로 나윤선과 같은 재즈뮤지션을 평가할 때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창작’이라는 잣대는 대중음악비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나 같은 경우 항상 거론하는 잣대가 아니었던가?

    다시 나윤선의 이번 음반으로 돌아와서 얘기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여태까지 나윤선이 좋은 재즈보컬리스트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그녀의 앨범들을 살펴 보건데 정규 1집 [Reflet](2001/Bis Music), 2집 [Light For The People](2002/In Circum Girum), 3집 [Down By Love](2003/Bis Music), 4집 [So I Am...](2004/Bis Music) 어느 것에서도 ‘앨범의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 오히려 리프랙토리(Refractory) 앨범에 제3의 멤버로 참여한 형태로 만들어진 비정규작 [Nah Youn Sun With Refractory](2005/Amp)가 어찌 보면 그녀 관련 최고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얘기는 나윤선이 여태까지는 단지 뛰어난 보컬리스트일뿐이었다는 것이고, 돌려서 말하면 창작에서의 재능이 없었다는(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과 함께 앨범을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했었다는 점을 의미 한다. 이는 한마디로 아직까지 그녀는 뛰어난 뮤지션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말이다.
    * 뮤지션에게 '창작에서의 재능'이라 함은 '좋은 창작품을 가려내는 눈'을 포함한다. 즉, 단지 창작 자체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이 떨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일관성을 갖고 좋은 창작품을 선별하여 앨범화하는 것 또한 대단한 재능이고, 그 또한 아티스트이다.

    앞서 언급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발표한 이번 앨범’은 정말 말 그대로다. 왜 이 시점에서 그녀가 가장 가요에 근접한 노래들을 부르려고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앨범을 만들어간 과정은 매우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4집 [So I Am...]에 참여한 밴드 멤버들(나윤선 퀸텟)과는 ‘아시아&호주 투어 2006’(본 앨범에 다큐멘타리 DVD 형태로 담겨있다)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프로듀서와 세션진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Niels Lan Doky와 김정렬(버드 멤버)이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앨범을 전체적으로 잘 조율한 것도 뛰어나지만 작사/작곡가로 이규호, 조동익, 윤영배, 김정렬, 박용준, 조동희라는 ‘하나뮤직’ 식구들을 참여시킨 것은 나윤선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창작자 집단’을 둘러보았을 때, 80년대의 동아뮤직 이후로 이와 같은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지만 이들 정도의 수준을 한국에서 찾기도 어렵다. 이는 이소라가 자신의 5집과 6집에 인디씬의 뛰어난 창작자들(김민규, 루시드폴, 정순용 등)을 참가시켜서 이전의 음반제작 매너리즘을 극복한 사례와도 비슷하다. 그래서 나윤선 본인에게는 훌륭한 음반 하나를 안겨주게 되었고, 한국대중음악씬에서도 오랜만에 잊혀진 감성의 풋풋한 노래들이 담긴 앨범이 하나 탄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천사>(조동익), <신데렐라처럼>(김정렬), <꿈>(조동익)과 같은 탁월한 노래들을 나윤선과 Niels Lan Doky가 이끄는 뛰어난 세션진의 연주를 통해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주목할 것은 Niels Lan Doky는 좋은 창작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가 만든 <그리고 별이 되다><익숙한 설레임>은 조동익/김정렬의 다른 축에서 앨범의 대표곡으로 얘기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Nah Youn Sun With Refractory]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이어서 이번 앨범의 완성도로 진정한 ‘음악적인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그녀에게 축하를 보낸다. 부디 이번 앨범에서의 좋은 평가 기준이 ‘창작’에 있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01. 그리고 별이 되다
    02. 천사
    03. 파흔
    04. ANAK
    05. 어린 물고기
    06. Cloud 9
    07. 익숙한 설레임
    08. 한강
    09. 사의 찬미
    10. 신데렐라처럼
    11. 꿈
    12. 잘가요 그대
    13. 이별을 말하다
    14. 세노야

    나윤선 5집 이제 와서야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건 나윤선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발표한 이번 앨범 [Memory Lane]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난 그동안 그녀가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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