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헤드(Radiohead)가 Hail To The Thief 앨범을 끝으로 EMI와의 계약을 끝냈을 때, 많은 이들은 창작에 있어서 그들의 새로운 변모를 기대했습니다. 라디오헤드의 메이저 음반사 EMI와의 결별은 생산물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산방식의 변화까지 나았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2007년에 발매된 라디오헤드 7번째 앨범 <In Rainbows>는 사전에 예매제를 통해 mp3 파일을 형식으로 유통되었으며 판매가격은 구매자가 최고 £99.99까지 자유롭게 직접 책정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프린스(Prince) 역시 2007년에 신문사인 데일리메일을 통해 자신의 앨범을 공짜로 유포하였습니다다. 앨범 판매액에서는 수익이 없었지만 프린스는 데일리메일로부터 받는 라이센스 피를 포함하여 이후 벌어지는 21차례의 콘서트에서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앨범 무료 배포와 공연 수익 사이의 상관관계는 증명할 수 없지만)
최근 5월 15일에는 콜드플레이(Coldplay)가 자신들의 라이브앨범 LeftRightLeftRightLeft를 자신들의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했습니다. 크리스 마틴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많은 팬에 대한 감사를 그 이유로 밝혔습니다.

뉴시스
지금 음악산업에서의 핵심은 음악 ‘콘텐츠’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유인촌 장관도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 육성 방안 관련해서 ‘100년 감동의 킬러콘텐츠’를 개발하자는 취지의 얘기를 했는데, 음악산업에서도 필요한 것은 그 ‘킬러콘텐츠’다. 즉, 비틀즈나 롤링스톤즈의 음반들처럼 40년 넘게 팔리고 있는 음악상품을 말하고, 이는 다분히 창작, 유통, 공연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핵심은 ‘콘텐츠의 질’과 관련된 ‘음악창작’ 부분이다. 하지만 대중예술로서의 대중음악을 얘기한다면 이상하리만치 창작과 창작자에 대한 인식이 미천하고, 음악산업을 얘기하면서도 그 기초적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다.
먼저 ‘인식’ 부분을 짚으면, 대중음악에서 ‘콘텐츠의 질이 뛰어나다’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기본적으로 ‘창작적으로 뛰어난 노래’를 의미할 것이다. 우리가 발표된 지 30년이 넘은 김민기의 ‘아침이슬’이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를 지금도 애창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노래가 창작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즉, 대중음악 부분에서 ‘킬러콘텐츠’를 만들겠다면 가장 신경을 써야할 것은 바로 좋은 창작곡들이 음악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 문화, 정책적인 측면에서 ‘음악창작’에 대한 적절한 인식을 갖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매체에서조차도 가수를 대할 때 ‘가창력’과 ‘외모’를 주로 얘기하지 심도 있게 ‘창작’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두 번째로 ‘인프라’ 부분을 짚으면, ‘K-POP’ 차트나 ‘한국판 그래미상’과 같은 계획도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대중음악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좀 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가장 반가웠던 발표는 2013년까지 600억원을 들여 경기도 고양시 한류우드단지에 ‘대중문화의 전당’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게 초기의 ‘대중음악박물관’, ‘대중음악아카이브’ 구축 계획과 달리 관광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현재의 예산구조 안에서 3000석 이상 규모의 대중음악 전문공연장과 대중예술인 명예의 전당, 한류스타 특별전시관, 대중문화예술 아카이브 및 수장고 등을 다 꾸리려면 아카이브 기능이 현격하게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여태까지 발매된 국내 음반들의 정보를 모두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왜냐하면 1920년대 대중음악 SP음반 발매 이후에 국내에서 발매된 대중음악 음반목록이 작성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콜렉터들이 대략 10만장 정도로 추산하지만, 이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 대중음악 연구’가 가능하고, 음악산업을 논하는 것이 마땅할까? 그런데도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장기적인 과제인 아카이브 구축이나 기획, 경영, 정책, 연구 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중음악대학교 설립과 같은 것은 그 순서에서 밀리는 것이 안타깝다.
* 문화일보 포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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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형 음악축제의 활성화
- 음악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데 일조 : 음악축제는 음악 관련 기획 중에서 콘텐츠가 중심인 기획이라서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음악축제 성장은 뮤지션들에게 유익해서 의미가 있다.
- 음반시장을 성장시키는데 일조 : 음악축제 참여자는 축제를 통해서 경험한 뮤지션들의 음반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뮤지션과 관련된 음반시장을 성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국에서 ‘뮤지션과 관련된 음반시장’이 매우 저평가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게 정상 범주로만 올라가도 음반시장은 일정 부분 커진다는 결론이다.
- 인디씬을 성장시키는데 일조 : 음악전문축제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의 다수는 인디뮤지션이다. 이는 이들의 개런티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주최 측에서 선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상당 부분 ‘진지한 음악콘텐츠’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음악축제에 인디뮤지션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음악전문축제에 아이돌스타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 박준흠의 글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 지형 3 - 대중음악축제」 (http://blog.gaseum.co.kr/article/1495) 참조하실 것.
2. 주류음악씬에서 드디어 창작에 관심을 가짐?
- 리메이크 곡인 원더걸스의 <Tell Me>, 주얼리의 <One More Time>의 성공은 ‘노래의 퀄리티’에 대한 제작자의 관심에 다분히 기인한다. 이는 더 이상 신선한 창작이 이뤄지지 않는 기존 한국 주류음악 창작자들로부터 대안을 찾은 결과일 수도 있다.
- 일례로 빅뱅의 <거짓말>, <마지막 인사>의 성공 이후 프로듀서/창작자 ‘용감한 형제’는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주류음악에서도 역시 중요한 것은 창작(과 함께 프로듀싱)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특히 ‘상업성과 작품성이 공존’할 수 있음에 대한 가능성을 찾은 것은 큰 수확이다. 이후 ‘용감한 형제’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EP [My Style]에서 <어쩌다>를 손담비의 EP [미니앨범 2집]에서 <미쳤어>를 다시 한번 성공시키면서 그 가능성을 더욱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댄스음악 계열 가수들의 음반을 음악마니아들도 들을 수 있게 한 점은 주류음악 마케팅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이고, 결과적으로 음악시장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 신승훈의 EP [Radio Wave - 3 Waves Of Unexpected Twist] 또한 크게 보면 주류음악씬에서 보여준 ‘창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결과물일 수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신승훈의 이 음반은 그를 역량 있는 창작자로 다시 보게 만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고작이다.
※ 아래는 ‘용감한 형제’ 관련 인터뷰 기사이다.
* 고뉴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2003년에 발표된 1차 음악산업 5개년 계획에 이어서, 향후 한국의 음악산업정책에 있어서 근간이 될 2차 음악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이에 가슴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신중히 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이는 음악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관련된 것들이고, 특히 ‘한국대중음악자료원’ 같은 경우는 이미 운영되고 있었어야 마땅한 기관(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1. ‘한국대중음악자료원’ 건립 검토
- 대중음악아카이브 : 온라인 대중음악DB, 오프라인 대중음악자료실
- 대중음악박물관
- 대중음악사연구소
- 대중음악아카데미
한국에서 대중음악 마니아뿐만 아니라 평론가, 연구자들이 심각하게 겪는 문제는 ‘대중음악 아카이브’1)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중음악에 대한 학제 시스템2)을 바탕으로 학술적 연구도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빌보드(Billboard)와 같은 기록매체는 지난 1956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팝시장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가수들의 기록과 순위를 정리해놓음으로써 팝 연구에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60년대 말에 창간한 롤링스톤(Rolling Stone)과 같은 음악전문지들이 정보, 비평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대중음악 아카이브가 충실하게 만들어지는3) 기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올뮤직가이드’와 같은 충실한 음악DB가 90년대 초반에 탄생할 수가 있었다. 더욱이 ‘록큰롤 명예의 전당’이나 ‘EMP’(Experience Music Project)4)와 같은 음악박물관들이 많아서 대중음악의 여러 유물들이 비교적 충실하게 보존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음악마니아들에게는 정보를, 음악연구자들에게는 자료를 제공하고,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실질적으로 대중음악 아카이브가 부재하다보니 가장 기초적인 연구 작업인 ‘대중음악 사전’5) 작업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조 바랍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 지형 4 - 대중음악 아카이브
2. 대중음악사 연구조사 사업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바, 이 기관이 가져야할 자료 성격으로써 ‘대중음악 사전 발간’ 사업을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는 1920년대 이후 한국에서 나온 모든 음반을 목록화 하는 작업이다. 음반 타이틀, 발매사, 음반번호 뿐만 아니라 음반재킷, 음반속지에 담긴 모든 글과 이미지를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다. 또한 1차로 입력된 자료에 대해서 반드시 대중음악연구자들이 팩트 검증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3. 뮤지션의 해외진출 방안 - ‘모(母)레이블 설립&운영 지원’ 정책
* 이 문제는 음반사들이 논의할 문제이지만, 문화기획자로서의 견해만 밝힙니다.
음반 해외유통을 지원하기 위해서 수출업무에서 ‘상사’ 개념의 ‘모(母)레이블 설립&운영 지원’ 정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수백개의 인디레이블이 있는데6), 이들의 한계는 해외진출을 하고 싶어도 자본과 경험의 문제 때문에 쉽사리 시도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홍보, 유통, 마케팅을 대행하는 모(母)레이블을 만들고, 여기에 해외진출을 원하는 많은 자(子)레이블들이 소속되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모레이블은 순전히 해외시장 홍보, 유통, 마케팅을 전담하는 기능을 갖고, 자레이블들이 해외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출하기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모레이블은 매달 자레이블들의 발매작들 중에서 ‘현지에서 판매가 가능할만한’ 음반들을 중심으로 일정 계약 하에 음악잡지 카다로그 광고 등 마케팅을 대행해 주고, 또한 현지 음악축제, 투어 등을 주선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 정부는 모레이블이 지출하는 광고, 축제참가, 투어 등에 소요되는 대행 비용을 일정 기간 동안 보존해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4. 뮤지션의 해외진출 방안 - 한국 대중음악 서적 번역 수출 작업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국가에서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 대중음악을 ‘가이드’ 성격으로 다룬 서적들을 번역해서 수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 정부에서는 출판사에게 영어/일어/중국어 번역비 지원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5. 전문인력 양성 - 대중음악학과 설립
현재 국내 대학에는 대중음악 관련해서 가수와 연주인을 양성하는 실용음악과만이 있다. 음악산업의 각 분야(기획, 제작, 마케팅, 경영, 재원조성, 연구, 평론, 교육, 정책 등)를 총괄적으로 가르치는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은 없다. 그 결과 음악산업과 음악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도 없는 실정이라 음악계 내부에서 정책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는 방식이고, 지표조사는커녕 현안에 대해서도 각자 개인들의 의견을 얘기하는 수준이다.
6. 스테디셀러(Steady-Seller) 기획에 대한 인식
대중음악에서 ‘스테디셀러’는 비틀즈나 롤링스톤즈의 음반들처럼 40년 넘게 팔리고 있는 ‘음악상품’을 말한다. 영미권의 음악업계에서는 스테디셀러가 음반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있어 ‘효자’ 노릇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음반업계 내에 스테디셀러가 많다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한국의 주류 음악권에서 나온 음반/노래들 중에서 아직까지 소비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보통 수명이 1년은 고사하고 6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단기상품’ 유통으로만 끝난다. 이는 대중음악에서 콘텐츠적인 가치를 중심에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한국 음악시장은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
1) 대중음악 아카이브 범위에 오프라인 대중음악자료실, 대중음악박물관, 온라인 대중음악 DB, 음악매체 등을 포함할 수 있다.
2) 미국에는 주로 연주인을 양성하는 실용음악대학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기획, 제작, 경영, 정책, 행정, 법제, 연구, 비평 등의 과정을 가르치는 음악산업, 음악매니지먼트 대학이 70여 곳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대중음악이 산업적으로 성장하려면 대중음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획자 중심의 학제가 생길 필요성이 있다.
3) 아카이브 제작은 과거형이 아니다. 아카이브는 설계/제작도 중요하지만 자료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4) EMP 설립은 폴 G 앨런(Paul G. Allen)과 조디 패튼(Jody Patton)에 의해 계획되었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좋아한 폴 앨런은 헨드릭스의 기념할 만한 모든 것들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수집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이 컬렉션을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EMP의 컬렉션에는 8만개 이상의 음악 유물이 있는데, 이를 통하여 음악의 역사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다. 음악 유물에는 악기(최초의 전기 기타부터 밥 딜런, 보 디들리, 머디 워터스와 커트 코베인 등이 사용했던 악기), 전세계에서 수집한 전곡이 녹음된 음악 자료, 영화, 사진, 음악 팬 대상 잡지, 무대 의상, 가사 원고, 희귀 음악 악보 등이 망라되어 있다.
5) 1920년대 이후 한국에서 나온 모든 음반을 목록화 하는 작업. 음반 타이틀, 발매사, 번호 뿐만 아니라 음반재킷, 음반속지에 담긴 모든 글과 이미지를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다.
6) 2003년 이후로는 매년 200장 이상의 인디음반이 나오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뮤지션이 스스로 설립한 ‘자가 레이블’에서 음반이 출시되고 있다. 그래서 추정컨대 적어도 100~200개 이상의 인디레이블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문화과학 2008년 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2008년 2월 5일) 2007년 한국대중음악씬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글이라서 이전에 썼던 글 몇 개와 약간은 중복됩니다.
2007년 문예연감 대중음악 파트의 서두를 “2006년 대중음악계 주요 이슈로는 ‘음반시장의 초토화’와 ‘음반에서 디지털싱글로의 전환 가속화’를 꼽기도 하는데, 이는 주류 음반기획사와 주류 음악(방송)매체의 동반침몰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썼다. 그런데 올해 또 다시 문예연감의 대중음악 파트 기술을 맡더라도 같은 얘기를 써야할 것 같다. 그만치 지금 한국 대중음악은 산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암담하고1),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는 한 개선의 전망도 그리 밝지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대중음악계의 현황은 어떻고, 문제점은 무엇이고, 여기서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1) 물론 현재 비주류 음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좋은 음반들이 나오고 있고, 그 양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비주류 음악은 철저히 소수의 음악마니아들에게만 유통되고 있고, 재생산(차기 작품 제작)이 쉽지 않을 정도로 협소한 음악시장 규모 안에 놓여 있다. 그래서 비록 비주류 음악계에서는 홈레코딩 음반 제작을 기반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앨범들을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현재는 음악산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를 남겨 놓은 셈이다.
1. ‘콘텐츠의 질’이 간과되는 음반, 음원 제작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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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말 ‘텔미 열풍’으로 세대를 초월하여 세간을 휩쓸었던 원더걸스 1집도 음반 판매량은 4만7927장에 그쳤고, 원더걸스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소녀시대의 음반도 판매량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2) 이들을 각 방송사 9시 뉴스와 주요 일간지 문화면 메인 기사로까지 다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이다. 이게 한국의 음반시장을 걱정하여 중앙 매체에서 암묵적으로 밀어주고, 이들의 ‘충성도 높은 팬들’이 음반을 사준 결과가 이 정도 수치이다.3)
그래서 주류 음반사들이나 가수들은 더 이상 음반판매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디지털싱글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음반사들에게는 모바일콘텐츠시장에서 통신회사와의 요율 분배가 최대 현안이다. 아마 이번 ‘텔미’ 신드롬에서도 보았듯이 온국민이 그 노래와 춤을 따라하더라도 실제로 음반을 사주지 않았다는 점4)을 눈여겨보았을 것이고, 일면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기 서태지 박스셋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예매로만 순식간에 매진이 된 사례나 지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영화 ‘Once’ OST가 원더걸스 음반판매량과 비슷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원더걸스 음반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를 단순히 ‘불법 다운로드’와 같은 것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90년대 중반 이후 주류 음악계를 지켜 보건데, 음반제작자들이 음악에서 ‘콘텐츠 질’과 같은 원론적인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그리고 혹시 이는 음반판매에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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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연말 음반판매량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중앙 매체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2007년에 기록한 4만장, 3만장 대의 음반판매량을 둘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이다. 또한 오는 3월, 6년 7개월 만에 갖는 단독 콘서트의 티켓 모두가 예매 시작 한 시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매체에서 유희열을 많이 다뤄준 것도 아니고, 그의 노래 ‘뜨거운 안녕’은 원더걸스의 ‘텔미’와 같은 신드롬도 없었다. 음반시장이 궤멸되어서 “요새 누가 CD를 사냐?”고 반문하고, 중견 가수들도 앞 다투어 “더 이상 CD 제작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 마당에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유희열 6집 판매고는 전적으로 그의 음악성에 기인하지 않고, 이번 6집이 명반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분히 예전에 그가 라디오방송을 오래 진행하면서 형성된 팬 층과 그의 음악이 갖는 ‘고급스러움’, 그리고 그의 프로듀싱 재능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뮤지션이 ‘식상하지 않은 기획’으로 적당한 ‘음악성’을 담지한 음반을 발표한다면 그 음반을 사줄 수용자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음반을 판매하려면 최소한 ‘인지도’, ‘식상하지 않은 기획’, ‘음악성’을 공히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얘기해서 아이돌 그룹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지도’가 있는 중견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신보 판매 성적이 저조하다면 괜히 음반시장 불황과 불법음악 문제나 탓하지 말고 자신의 음반에서 ‘식상하지 않은 기획’ 또는 ‘음악성’ 부분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야 한다. 즉, 문제는 ‘콘텐츠의 질’이다. 만약 이것이 담보되면서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만 개선된다면 현재 한국의 생활수준을 생각하건데 음악수용자들은 다시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그럼에도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산업적으로는 최악이었지만 ‘음악적으론 변화무쌍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한 해’였다”는 식의 기묘한 자화자찬도 따른다. 이런 기사 유형으로 “아이돌 세상이다. 진화한 노래·춤, 다양한 빛깔로 바람몰이”, “동방신기, 빅뱅 등 아이들 그룹은 일본 출장 중”라는 식의 기사 제목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 이들이 음반판매 이외에 다른 종류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라는 얘기는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지금 이 글은 ‘음악적인’ 부분에만 국한해서 논의를 하고 있으니까. 뮤지션이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서 부대수입 올리는 문제는 사업자의 영역이지 뮤지션의 영역은 아니다.
4) 이 얘기는 실제로 그들의 팬덤 이외에는 아무도 그들의 음반을 사주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인디음악과 같은 비주류권 음악은 홍보와 유통망의 부재로 상업성 획득에서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지만, 아이돌 그룹 류의 주류권 음악은 강력한 매체력을 가지고 있는 공중파방송과 포털사이트에서의 메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판매 실적은 상식적이지가 않다. 그건 그들의 수용자 층이 철저하게 10대들 중에서도 일부로만 ‘게토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밖의 10대들과 나머지 세대에서는 그들의 음반(또는 음악과 관련된 무엇)을 ‘돈 주고 살만한 무언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원더걸스가 일으킨 ‘텔미’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음반판매 수치를 보인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현재 아이돌 스타들만이 지배하는 음악시장에서는 음반시장이 되살아나기를 꿈꾸는 것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5) 토이는 신세대 가요 팬들이 즐겨보는 KBS 2TV 가요 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1월 25일 1위까지 차지했다.
2. 대중음악이 저급하다는 인식과 그에 따른 10대 중심 수용자 층이 갖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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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희열의 신보 사례에서 성공 요인을 ‘그의 음악이 갖는 고급스러움’이라고 꼽았는데, 이는 반대로 얘기해서 현재 주류 음악들이 공중파방송을 도배하더라도 실제로 음반이 안 팔리는 이유가 ‘그들 음악이 갖는 저급함’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주류 음악을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소비를 해주지만, 자기 돈을 써서 음반을 ‘소장’8)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거부를 한다는 말이다. 즉, 만원이라는 돈을 써서 음반을 사야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주류 대중음악 음반들 대개가 팔리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역시 ‘돈을 써서 음반을 사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포함한 현재 문화상품들은 대개 ‘이미지 메이킹’을 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이는 문화기획에서의 요체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본질보다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보통 여기서는 ‘시대성’, ‘계급성’과 같은 코드를 넣는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문화상품을 소비하지 않으면 이 시대의 트렌드에서 멀어진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만들거나, 내가 어떤 문화상품을 소비함으로써 ‘특정 계급’에 합류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전자는 베스트셀러와 아티스트 마케팅 부류이고, 후자는 고가책정 마케팅 부류이다. 대표적으로 책, 영화, 뮤지컬, 해외 교향악단 초청공연 등에 쓰이는 방식이다. 그러면 대중음악처럼 시장의 어려움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소비를 해준다. 그런데 주류 대중음악은 현재 ‘저급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시대성’, ‘계급성’ 등을 넣을 여지가 없고, 그래서 ‘10대들 중에서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서는 대개 주류 대중음악 음반(또는 음악과 관련된 무엇)을 ‘돈 주고 살만한 무언가’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이는 90년대부터 주류 대중음악계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일례로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신작이 나오면 언제나 이를 봐야할지를 망설인다. 이 때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홍상수 영화의 실제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그의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무언가’ 때문이다.(최근에 와서야 드디어 그 강박에서 벗어났다.) 그 ‘무언가’는 영화전문지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만들어진 ‘이 시대의 거장 홍상수’의 이미지인데, ‘이 시대’가 개입되니 사람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게 좋건 나쁘건 매체가 해당 산업에서 수행하는 역할들 중 하나이다. 이는 전통적인 ‘아티스트 마케팅’ 방식이고, 대중음악에서도 영미권의 사례를 보면 무수히 많다. 아마 밥 딜런(Bob Dylan)이 최초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한국 주류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런 방식을 염두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아이돌 스타들로는 그렇게 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주류 대중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저급함 안에서만 맴도는 것이고, 그들이 내놓는 결과물들은 점점 ‘소장 가치’와는 멀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90년대 말~2000년대 초 HOT를 비롯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음반은 음악성과 상관없이 왜 잘 팔렸을까?9)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90년대부터 바뀐 한국 대중음악계의 지형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1992년 서태지 데뷔 이래로 한국의 대중음악 기획/제작/유통(방송 포함) 시스템은 철저히 아이돌스타 양산 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뮤직비지니스 측면에서 본다면 스타를 이용해서 경영상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의 반영이고, 다원화된 매체 환경에서 단기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이는 어쨌든 새로운 마케팅 방식10)이었고,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 환경 전 단계여서 10대들의 소비성향을 잡아둘 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들의 밀리언셀러 음반들이 나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주류 음반업계의 결정적인 패착은 90년대 말의 10대 팬덤들을 ‘음악소비자’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잘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음악소비자들이 아니다. 이들에게 음반구매는 아이돌스타 화보집 구입과 다를 바가 없었고, 음악감상이란 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의 것으로만 지극히 한정되어서 해당 아이돌스타의 수명소진과 함께 음악소비자 군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이들은 음반시장에서 ‘뜨내기손님’ 정도였다는 것이다. 음반시장에서의 ‘진정한 손님’은 흔히 얘기하는 음악마니아11) 부류인데, 90년대 이후 이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도록 수수방관했던 점은 음반업계 사람들의 치명적인 실수이다.12)
그 결과 아티스트들이 발을 붙일 수 없는 환경이 되면서 ‘작품으로서의 앨범’을 주류음악 시스템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 되어 버렸고, 이는 이후 10년만에 ‘음반시장 붕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아이돌스타 양산 체제’의 문제점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으로 편향된 주류음악의 시장점유율과 이를 사실상 조장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매체들, 그리고 이를 수수방관했던 음악산업계의 인사들과 정책담당자들이다. 시장에 편향된 상품들만 존재한다는 것은 시장에 진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극도로 제한해서 결국 ‘게토화’된 영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장붕괴를 이끄는 데, 이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음반소비시장에 20대 이상이 떠나면서 10대들만 남은 것이고, 그나마 이들마저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 환경을 맞아서 소비성향이 바뀌니까 음반시장 규모가 90년대 말의 15~20%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현재 영미권에서는 문화소비자 층을 보통 30~40대, 백인, 중산층으로 잡는다. 한국처럼 10대 중심으로 문화소비자들이 재편된 것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10대들은 결국 부모님에게 용돈 받아서 문화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재작년 미국에서 공연수입 1위가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였던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전세대가 공감하고 소비하는 뮤지션들의 층이 두텁지 않으면 음악산업은 계속 위기일 수 밖에 없다.
6) 여기서 ‘저급하다’는 의미는 창작적인 면에서 뛰어나지 않다, 라기 보다는 ‘싸게’ 만들어서 ‘소장’할 가치가 없다,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미 음악평론가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주류 대중음악에서 보는 것은 창작적인 부분이 아니라 제작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가수의 가창력, 세션, 녹음 등을 보는 것이고, 한마디로 ‘웰메이드’ 상품인지를 따진다.
7)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동의 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중음악에서 ‘창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장문의 글을 써야 하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8) 음반 구입은 ‘소장’이라는 개념이 담겨있다.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작품으로서의 ‘앨범’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고, 작품을 만드는 뮤지션이라는 개념으로 ‘앨범 아티스트’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 ‘앨범 아티스트’는 그냥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음악업계의 용의주도한 마케팅 전술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반업계에서 장기적으로 ‘아티스트’를 마케팅하고, ‘스테디셀러’를 만들려면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여기서는 아티스트로의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고, 작품 개념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번 아티스트로 등극하면 매번 그의 앨범들을 기다리게 되고, 밥 딜런이나 비틀즈, 롤링 스톤즈의 앨범들처럼 한번 발표된 음반은 50년 가까이 잘 팔리는 장기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아티스트 마케팅에는 매체(평론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미권의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괜히 아티스트를 키워내고,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또한 비평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9) SM에 소속된 HOT의 경우 정규 음반 5장 모두 밀리언셀러였다.
10) 음악 제작 개념이라기보다는 단지 마케팅 방식이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당시 ‘음악’을 제작했다면 HOT의 밀리언셀러 음반들은 지금도 팔려야 하고, 수록곡들은 지금도 불려져야 한다. 한대수, 김민기, 산울림, 들국화, 동물원과 같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70~90년대 명곡들이 지금도 불려지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1) 영미권 음악업계에서는 음악마니아를 단순히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음반 콜렉터’이기 때문에 음악업계 입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진성고객’이다. 한국에서는 음악마니아를 ‘팬덤’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고, 오타꾸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음반시장의 주소비층이 매번 ‘새로운 10대’들로만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팬덤은 특정 가수만 좋아하는 부류이고, 해당 가수가 나이를 먹거나 자신이 나이를 먹으면 더 이상 그들의 음반을 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계도 소멸된다. 즉, 팬덤은 일시적인 음악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음악마니아는 새로 나온 여러 가수들의 음반에 관심을 갖고 이를 소장하려는 부류이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음악마니아들을 양산해서 ‘장기적인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티스트-음악매체-음악평론-음악마니아가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주력한다. 한국에서 영화산업이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데는 영화마니아들의 수가 증가한 덕분인데, 이들이 특정 영화배우에 몰입하는 팬덤 성격이었던가? 또한 현재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21세기 문화콘텐츠 시대를 맞아 이 시장을 원활하게 가동시키기 위한 양질의 문화소비자 수를 증가시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영미권 음악업계에서 음악마니아들을 양산하려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10~40대 음악마니아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한 이유 때문에 음반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음반시장이 급격하게 몰락한 사태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80년대에 형성된 10~30대 음악마니아들만 유지되었어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12) 80년대에는 신촌블루스라는 밴드가 있었다. 이 밴드를 떠올리면 이정선, 엄인호, 한영애, 김현식과 같은 80년대 핵심적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떠오른다. 지금 상황에서 생각했을 때 경이로운 점은, ‘30대’ ‘언더그라운드’ ‘블루스록’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1, 2집을 수십만 장씩 팔았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뮤지션을 음악으로 평가하는 음악마니아들이 무척 많았거나, 음악수용자들에게 음악으로 승부하는 음반제작 풍토가 존재했던 것 같다. 뮤지션들에게는 무척이나 좋았던 시절이었다.
3. 왜 한국만 ‘급격하게’ 음반시장이 몰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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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적으로 음반시장이 불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시장이 급격하게 몰락한 경우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2000년에서 2007년에 이르는 동안 시장 감소는 36% 선이다.13) 그리고 이도 2004년 이후 감소세가 심화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세계 음반시장 10대 강국에 들었던 한국만 유독 그 기간에 80~85%의 시장 감소를 보였다.14) 한마디로 ‘시장 붕괴’ 수준이다.
그리고 음반판매 순위를 비교해도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가수는 그룹 SG워너비이고, 이들의 정규 4집 판매량은 19만 998장이다. 반면 일본 오리콘차트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록밴드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의 최근 앨범 [Home]은 140만장을 기록했고, 미국 빌보드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얼터너티브 록밴드 도트리(Daughtry)의 데뷔 앨범 [Daughtry]는 300만장을 훌쩍 넘어섰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7.4배에 달하고 미국은 15.8배에 달한다. 경제 수준과 음반 시장의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절대적인 1위를 차지하는 슈퍼스타의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CD를 구매하는 음악마니아층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영미권의 경우 음반판매 시장이 균등하게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일례로 타워레코드와 같은 오프라인 전문 음반판매점들의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월마트나 타겟, 코스트코와 같은 오프라인 대형 할인점들은 최근에 와서야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음반을 구매하는 경로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그래서 음반사들은 음반산업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방식을 다양화해 부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한국 음반시장 붕괴 원인이나 방식에 대해서 정확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전세계적으로 음반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국음반시장의 붕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고 있고, 더욱이 ‘인터넷 강국’이란 사실로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더욱 빨리 급락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15)
시장이 몰락했다면 거기서 팔고 있는 상품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에둘러 이유를 어렵게 찾을 필요가 하나도 없다. 물론 그게 인디음반처럼 구조적으로 홍보, 유통 경로가 없어서 원천적으로 상업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음반시장 몰락의 핵심은 90년대 중반부터 주류음반사와 주류매체들이 10대 팬덤 중심으로 음반시장을 ‘게토화’시켜서 장사하다가 이제는 그게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왜냐하면 2000년대 들어서서 예전 소비자들의 일부는 돈 주고 음반을 사는 대신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등으로 옮겨갔고, 그도 아니면 주류음악에 대한 관심 자체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후자는 음악방송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대로 떨어진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13) 미국 설문조사회사 닐슨 사운드 스캔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미국에서 디지털 음반을 포함한 음악 앨범의 판매 총수는 지난해대비 15%포인트 감소한 5억50만 장으로 집계됐다.(같은 기간에 캐나다에서 21%, 호주에서 14%, 이탈리아에서 12%, 일본에서 9%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 같은 수치는 닐슨이 지난 1993년에 POS데이터에 근거한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며, 감소폭도 최대치다. 닐슨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최고판매량은 2000년 기록한 7억 8500만 장이었다.
14) 한국은 2000년에 4000억원 대의 음반시장 규모에서 2007년에 600~800억원 대로 급락하였다.
15) 그간 음악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봤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히 주류 음악계의 거의 대부분은 아직도 한국 음반산업 몰락 이유를 한결 같이 ‘온라인을 통한 음악소비자들의 불법복제’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4.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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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테디셀러(Steady-Seller)
대중음악에서 ‘스테디셀러’는 비틀즈나 롤링스톤즈의 음반들처럼 40년 넘게 팔리고 있는 ‘음악상품’을 말한다. 영미권의 음악업계에서는 스테디셀러가 음반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있어 ‘효자’ 노릇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음반업계 내에 스테디셀러가 많다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한국의 주류 음악권에서 나온 음반/노래들 중에서 아직까지 소비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 것 같나? 보통 수명이 1년은 고사하고 6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단기상품’ 유통으로만 끝난다. 이는 대중음악에서 콘텐츠적인 가치를 중심에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한국 음악시장은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음악시장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1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음악, 즉 ‘스테디셀러’를 먼저 만들라”고 주문하고 싶다.
(2) 웰메이드(Well-Made)
대중음악에서 음반의 완성도를 따지는 척도에는 창작에서의 예술성과 함께 헐리우드 상업영화를 얘기할 때와 같은 ‘웰메이드’라는 개념도 있다. 웰메이드는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 여부와 상관없이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를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음반에서는 세션, 녹음과 편곡(작곡에서의 완결성) 부분을 말한다. 이는 음악창작이나 뮤지션쉽과 같은 예술 본연의 문제를 따질 때와 달리 음반제작에서의 지극히 기술적인 부분들을 따지는 것이고, 상업적인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대중음악에서는 이와 같이 흔히 이원화되어져서 얘기된다. 지금 한국의 주류 음악 기획자들이 영화시장과 같이 음반시장의 성장을 바란다면 먼저 ‘웰메이드’ 음반을 만들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16) 그렇지 않으면 해외 음악시장 진출은커녕 국내 음반시장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3) 산업적인 관점에서의 언더그라운씬 바라보기
2002년에 가슴네트워크(www.gaseum.co.kr)의 모체인 웹진가슴을 리뉴얼할 때의 모토가 ‘음악산업적인 관점에서 언더그라운드씬 바라보기’였는데, 이는 음악산업을 정상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중요하다”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반만 맞는 얘기이다.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데, 뮤지션이 ‘제한 받지 않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서 ‘콘텐츠의 질이 보장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자는 음악창작(생산)과 관련된 인프라 부분이고, 후자는 음악산업 성장과 관련된 스테디셀러 양산 부분이다. 그리고 후자는 음반가이드 역할을 하는 음악매체나 음악평론의 영역이기도 하고, 그래서 음악평론이 음악산업 안에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을 ‘취향의 문제’로만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17) 그리고 나와 같이 이를 음악인프라, 음악콘텐츠, 음악산업의 문제로 풀어나가면 낯선 논점이어서 그런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없으면 현재 한국 음악산업이 안고 있는 난점들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을 취향이 아니라 음악인프라나 음악콘텐츠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예전 서브(SUB)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얘기를 시작한 것이다. 웹진가슴에서도 내 음악적인 취향이나 설파하자고 인디음악을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 인디음악에서 본 것은 바로 음악산업에서 근간이 될 콘텐츠적인 가치였다. 이제는 음악관계자나 음악마니아들이 대중음악을 좀 더 넓게, 좀 더 구조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4) 대중음악학과(음악경영학과) - 전문인력 양성
현재 국내 대학에는 대중음악 관련해서 가수와 연주인을 양성하는 실용음악과만이 있다. 음악산업의 각 분야(기획, 제작, 마케팅, 경영, 재원조성, 연구, 평론, 교육, 정책 등)를 총괄적으로 가르치는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은 없다. 그 결과 음악산업과 음악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도 없는 실정이라 음악계 내부에서 정책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는 방식이고, 지표조사는커녕 현안에 대해서도 각자 개인들의 의견을 얘기하는 수준이다. 이게 1조원대로 음악산업 규모를 키우려는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전문인력을 양산하는 학교 체제와 이를 바탕으로 음악산업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소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굳이 학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한국과 같이 대학(입시)을 통해서 사회 각 분야로 인재가 배분되는 시스템에서는 4년제 대중음악학과가 있어야 양질의 인재들이 대중음악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연구소는 현실적으로 학교를 기반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대중음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제고를 위해서이다. 현재 대중음악 관계자들이 우리사회에서 ‘딴따라’ 취급을 받는 이유에는 정규 학제 시스템이 없는 것도 분명히 한 몫 한다.
학제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영화 쪽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영화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영화 관련 전문인력이 80년대부터 배출되었다는 점이 있고, 이 인력들이 기존의 충무로 인력들을 대체하면서 한국에서 영화가 산업화의 길로 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로운 인력들은 전문적인 기획과 투명한 경영으로 금융계 등에서 본격적인 투자를 이끌어 냈고, 스스로 정책을 생산했다. 대중음악 또한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바탕에서 정책/산업연구소가 가동이 될 것이다. 또한 아카데미 영역으로 대중음악이 들어가야 정책 분야에서도 현실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5) 음악 활동 인프라를 만드는 정책
현재 음반제작에서 음악성을 중시하는 뮤지션들이 처한 환경을 생각하면 인프라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결국 문화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정책을 얘기하면 문예진흥기금과 같은 지원책을 떠올리는 데, 이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여기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이들에게 활동(창작, 음반제작, 공연 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음악적인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이다.
그런데 제발 좀 이런 얘기할 때 “다른 나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그들도 투잡스 생활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대중음악 지원정책이 어디 있느냐?”와 같은 초보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원정책은 국가에서 그들에게 월급을 주자는 얘기가 아니라 활동에 관한 인프라-제작, 홍보, 유통, 공연 등- 정도는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이다. 일례로 일본처럼 라이브클럽이 전국에 산재해서 뮤지션들이 기본적으로 공연과 음반홍보에 문제가 없다면 국가적인 지원책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16) 한국에서만 해도 영화 쪽에서는 ‘웰메이드’를 얘기하는 것은 이미 낡은 접근 방식이 되어버렸다. 2007년 들어와서 영화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 이 때 얘기되는 것이 “웰메이드를 넘어서서 크리에이티브한 영화 만들기”이다. 하지만 한국의 주류 음악계는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17)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을 ‘취향의 문제’로 얘기들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논의는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5. 문화기획, 문화정책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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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품이 팔릴 여건’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70년대 계획경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서구의 문화정책에서도 기초예술 지원정책은 존재한다. 물론 대중음악은 기초예술이 아니지만 한국에서 특히 비주류 대중음악은 인식과 인프라를 보건데, 기초예술 수준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지원 파트에도 보면 다원예술 분야에 ‘비상업적인 대중음악’ 부분이 있다. 원래 대중음악이 상업적인 영역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말 자체가 되지 않지만, 이게 현실이다. 현재 비주류 뮤지션 전체가 고사 일보직전인데, 이는 홍보와 유통과 같은 인프라의 취약함 문제가 절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예술매개자(기획, 매체 등) 부분도 절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생각한다.19)
그런데 대중음악 지원정책을 얘기할 때는 비주류 뮤지션들이 가난해서 또는 특정 개인들의 취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음반제작에서 음악성을 중시하는 뮤지션들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자는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대중음악 지원정책은 음악계 전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영화계가 급성장한 이유에는 ‘시대를 읽는 기획’으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영화들은 보지 않으면 동년배들의 대화자리에 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보게 만든다. 한마디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문화적인 행위’가 되었다. 그렇다면 음반산업을 살리는 방법으로 ‘불법 음악서비스 근절’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다. 먼저 음반의 ‘소장가치’라는 구매의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그 가치를 불러 넣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바로 생산자의 몫이다. 흔히 말하는 벤치마킹 사례로 국내에서는 영화산업을 눈여겨보면 될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는 일본의 ‘인디즈’가 일본 음악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의 어려운(비정상적인) 음악시장을 기획과 정책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렵고 시간은 걸릴 것이다. 문화기획자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원래부터 안 되는’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획자가 개입하기 조금 더 힘든 분야 여부와 능력 있는 기획자가 그 분야에 얼마나 있는지 여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보고 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히 매체와 함께 교육과 연구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 이는 기획과 정책을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20) 그런데 지금은 그럴 여력들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나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향들이 많아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만약 인프라 부분을 염두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소리나 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18) 그렇다고 해서 주류음악 제작 부분에까지 ‘창작’(예술성) 부분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주류음악은 ‘웰메이드’(작사/작곡/편곡/세션/녹음 등에서의 기술적인 뛰어남)로만 승부해도 된다고 여긴다.
19) 가슴네트워크에서는 대중음악과 뮤지션, 앨범(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고양하기 위하여 영향력 있는 외부 매체들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2007년 8월에는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일간신문에서 이런 기획을 수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에는 음악전문가 52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했고, 그 중에서 32명이 필자로 참여하여 음반리뷰를 작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8월까지 경향신문에 매주 2장의 음반이 소개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는 현재 ‘100대명반 인터뷰’라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월 10일에 새롭게 오픈 되는 ‘오늘의 뮤직’ 코너에서 매주 1명(팀)씩 총30주 동안 30명(팀)의 인터뷰가 텍스트와 동영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18명의 필자들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20) 생산과 소비를 매개하는 부분을 담당하는 전문인력 양산이 시급하다. 기획과 정책에 관한 부분이다. 단지 서태지 같은 가수가 또 나타난다고 해서, 또한 음원사업만으로 음악시장이 근본적으로 살 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의 연구리포트를 보면 음악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침체한 이유로 영화와 같이 ‘부가판권시장’의 비율이 크지 않은 것을 꼽기도 한다. 이는 구조적인 이유로 보는 것이고, 한마디로 윈도우이펙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부가판권시장을 만들 ‘코어시장’이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갖게 된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 콘텐츠를 언급했고, 스테디셀러라는 것을 예로 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기획과 정책을 생산할 전문인력을 또 얘기하게 된다.

그럼에도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산업적으로는 최악이었지만 ‘음악적으론 변화무쌍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한 해’였다”는 식의 기묘한 자화자찬도 따른다. 그러나 세대를 초월하여 ‘텔미’ 열풍을 일으킨 원더걸스와 이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소녀시대의 음반은 소매상 판매 기준(한터 집계)으로 고작 3만6,000장과 2만3,000장이 판매됐을 뿐이다. 이들을 각 방송사 9시 뉴스와 주요 일간지 문화면 메인 기사로까지 다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이다. 이게 한국의 음반시장을 걱정하여 중앙 매체에서 암묵적으로 밀어주고, 이들의 ‘충성도 높은 팬들’이 음반을 사준 결과가 이 정도 수치이다. (이들이 음반판매 이외에 다른 종류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라는 얘기는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지금 이 글은 ‘음악적인’ 부분에만 국한해서 논의를 하고 있으니까. 뮤지션이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서 부대수입 올리는 문제는 사업자의 영역이지 뮤지션의 영역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주류음악계 쪽의 음반기획사나 매체, 정책당국 모두가 현실파악을 못하고 헛다리들을 짚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지금 음악관계자들의 관심사는 음반시장 불황 타개(아직도!)와 음원시장에서 이동통신사와의 수익 배분 문제에 쏠려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도 ‘콘텐츠 질’이나 ‘음악산업 인프라’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원론적인(!) 그 문제들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원더걸스, 소녀시대, 빅뱅을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가지고 ‘음악적으론 변화무쌍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한 해’라는 평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팬덤 이외에는 아무도 음반을 사주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주류권 음악은 홍보와 유통망의 문제로 상업성 획득에서 실패하고 있지만, 주류권 음악은 강력한 매체력을 가지고 있는 공중파방송과 포털사이트에서의 메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판매 실적은 문제가 많다.(상식적이지가 않다.) 그건 그들의 수용자 층이 철저하게 ‘일부’ 10대들로만 ‘게토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머지 세대에서는 그들의 음반(또는 음악과 관련된 무엇)을 ‘돈 주고 살만한 무언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 원더걸스가 일으킨 ‘텔미’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음반판매 수치를 보인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현재 아이돌스타들‘만’이 지배하는 음악시장에서는 음반시장이 되살아나기를 꿈꾸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내 음반시장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해외 음반시장을 노려본다? 이는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영미권처럼 엔터테인먼트 부류라고 해도 ‘웰메이드’ 음반으로 승부하는 곳에서는 현재 한국의 주류음악 매커니즘에서 하에서 나오는 음반들은 먹히기가 힘들 것이고, 게다가 유통망과 언어(영어버전 음반 포함) 문제까지 내재한다. 이는 지난번 비의 월드투어 파행 때 겪었던 일이 아닌가. 그것도 아니면 음원시장 성장에 기대 본다? 음원시장은 기본적으로 음반시장에서 나온 음원들로 장사를 하는 ‘2차 시장’이고, ‘콘텐츠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음반시장 결과물로도 원활하게 음원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생각은 오산에 가깝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음원시장은 뮤지션들에게는 수익이 별로 돌아가지 않는 ‘사업자들의 시장’이란 점 때문에 음원시장 성장 자체만으로는 뮤지션들에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음반시장의 불황으로 수익구조는 열악해졌는데 대중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진 상황, 2008년 가요계가 이런 가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라는 방송기자의 멘트에 대한 답변으로 “2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음악, 즉 ‘스테디셀러’를 먼저 만들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대중음악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를 산업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대중음악에서 '스테디셀러'는 비틀즈나 롤링스톤즈의 노래처럼 40년 넘게 팔 수 있는 '음악상품'을 말한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주류음악권에서 나온 음반/노래들 중에서 아직까지 소비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 것 같나? 보통 수명이 1년은 고사하고 6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단기상품' 유통으로만 끝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마디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이다. 이는 콘텐츠적인 가치를 중심에 놓치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한국음악시장은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중음악에서 '콘텐츠적인 가치' 판단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
* * *
2002년에 웹진가슴을 리뉴얼할 때의 모토가 ‘음악산업적인 관점에서 언더그라운드씬 바라보기’였는데, 이는 음악산업을 정상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중요하다”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반만 맞는 얘기이다.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데, 뮤지션이 ‘제한 받지 않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서 ‘콘텐츠의 질이 보장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자는 음악창작(생산)과 관련된 인프라 부분이고, 후자는 음악산업 성장과 관련된 스테디셀러 양산 부분이다. 그리고 후자는 음반가이드 역할을 하는 음악매체나 음악평론의 영역이기도 하고, 그래서 음악평론이 음악산업 안에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을 ‘취향의 문제’로만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취향의 문제’로 얘기들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논의는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이를 음악인프라, 음악콘텐츠, 음악산업의 문제로 풀어나가면 낯선 논점이어서 그런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없으면 현재 한국 음악산업이 안고 있는 난점들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을 취향이 아니라 음악인프라나 음악콘텐츠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예전 서브(SUB)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얘기를 시작한 것이다. 웹진가슴에서도 내 음악적인 취향이나 설파하자고 인디음악을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 인디음악에서 본 것은 바로 음악산업에서 근간이 될 콘텐츠적인 가치였다.
이제는 음악관계자나 음악마니아들이 대중음악을 좀 더 넓게, 좀 더 구조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 뉴스메이커에 기고한 글의 원본입니다.
* 노파심에서 얘기하면, 이런 얘기를 하면 주류/비주류 이분법적인 사고로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난 지금 한국대중음악의 현재를 얘기하려는 것이지 비주류음악의 위상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디뮤직페스타
관련해서 인디음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 이유로는 문화콘텐츠시장을 키우기 위한 방편 중에 하나로 ‘문화적인 다양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고(소비시장에 다양한 문화상품이 있어야 소비가 진작된다는 점에서),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콘텐츠의 질’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면 된다. 즉, 대중음악의 내수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점유율 증대를 염두 한다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생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콘텐츠 생산에서의 ‘창의성’을 당연히 중시해야 한다. 이게 바로 대중음악에서는 ‘음악창작의 완결성’을 의미하고, 인디음악의 본령이고, 한국 문화정책의 기조인 ‘창의한국’에서의 기본 내용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주류음악은 기획&제작 시스템 차원에서 ‘음악창작의 완결성’ 부분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고, 그렇다는 얘기는 현재의 주류음악 콘텐츠로는 동남아시장을 넘어서서 세계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는 멀리 볼 필요도 없이 2000년대 한국음반시장의 붕괴 현상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에 전 세계에서 왜 유독 한국음반시장만 급격하게 붕괴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다분히 ‘콘텐츠의 질’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뮤지션이 자본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음악창작과 공연활동을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시스템으로 생성된 인디음악씬은 한국에서 음악콘텐츠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그런 맥락 하에서 ‘인디레이블 지원사업’과 같은 것들이 진행되어야 하고, 관련 사업비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창의한국’이라는 문화정책의 기조와 서로 아귀가 맞는다. 신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100년 수명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는데, 그게 다름 아닌 ‘창작의 완결성’(독자적이면서도 뛰어난 창작물)과 관련된 것이고, 현재 한국대중음악에서는 ‘인디음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 뉴스메이커에 기고한 글입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슴네트워크는 1999년에 ‘대중음악비평웹진 가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 ‘서브’라는 월간음악전문지를 창간해서 편집장을 하다가 처음으로 ‘내 자본’으로 창간해서 운영한 것이 ‘웹진 가슴’이었고, 벌써 햇수로 9년째 운영 중이다. 그리고 현재는 대중음악과 문화기획 전반을 아우르는 회사 개념으로 발전되었다.(웹진 가슴은 가슴네트워크 안에서 독립적인 음악매체로 운영되고 있음.) 내가 8년 전에 웹진 가슴을 만든 이후 현재의 가슴네트워크로 진화된 과정은 한국음악산업 안에서 ‘매체의 역할’을 고민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1999년 당시 웹진 가슴이라는 독립매체를 만든 이유는 비평매체를 온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편집권이 자본주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고, 이를 이전 경험을 통해서 체득한 점이 가장 컸다. 일례로 잡지와 같은 매체가 운영되려면 판매수입과 광고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음악잡지에서 가장 큰 광고주는 바로 음반사들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러니 유가 음악잡지가 편집방향성을 ‘일관되고 엄정한 비평’을 통한 음반가이드로 설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 해외의 몇몇 잡지처럼 판매로 승부를 걸거나 처음부터 발행인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이를 용인한다면 가능하다. 그래서 온전한 비평매체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스스로 발행인이 되기로 결심했고, 당시 인터넷 문화사업에 대한 희망 섞인 예측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운영은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2000년을 넘기면서부터 인터넷기업의 수익발생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그 시점에서 ‘웹진 가슴’의 운영을 비영리/비회원 방식으로 잠정 결정했고, DB를 만들어가는 것에 치중했다.
내가 온전한 비평매체를 고집했던 이유는 ‘음악산업’ 안에서 ‘비평’의 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를 쉽게 얘기하면 “한국에서만 1년에 천장 가까이 나오는 음반들을 음악소비자들이 다 들어볼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음악평론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를 해주고, 음악소비자들은 이를 믿고 가장 적은 돈으로 효율적으로 음반을 선택해서 만족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은 음악소비자들에게 다른데 돈을 쓰는 것보다는 음반구매에 돈을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낫겠다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갖게 해서 이들을 음악시장에 장기적으로 묶어 두는 것”이고, 이는 사실 고전적인 음악비평의 기능에 속한다. 또한 온전한 음악비평이 존재해야 음악산업이 ‘합리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여기고, 여기서의 ‘합리적’이란 지금과 같이 음악사업자(음반사, 이동통신사, 포털)와 주류매체(공중파방송 중심의 중앙매체)들만이 수익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과 관계자(공연기획자, 매체종사자 등)들까지 성장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는 것을 말한다. 난 음악시장 성장을 절실히 바라지만 뮤지션이나 관계자들이 배제되는 구조는 원치 않는다. 아울러 음악시장 성장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다양한 양질의 음악’이 음악소비자들에 공급되어 그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평과 함께 관심을 가졌던 것은, 90년대 초반 이후 한국에서 사라진 ‘음악전문방송’에 대한 부활 문제였다. 원래 FM방송은 AM방송에서는 불가능한 Hi-Fi 음질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이었고, 그래서 FM방송 자체가 특별히 규정하지 않더라도 ‘음악전문방송’이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80년대까지만 해도 FM방송은 음악방송이었고, 편성에서 60% 이상은 해외 팝음악으로 채워졌었고, 전영혁이나 성시완과 같은 전문DJ가 대접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서 TV의 엔터테인먼트 위주 편성방식은 FM방송으로까지 확대되어 지금은 굳이 FM방송이 왜 있어야하는지를 의심케 한다. 한데 여기서의 문제는 FM방송이 엔터테인먼트 위주 편성으로 바뀌면서 뮤지션들이 신보를 발매한 후 홍보를 할 채널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FM방송의 엔터테인먼트화’는 한국에서 해외 팝음반 시장의 몰락을 야기시킨 것 이외에도 인디뮤지션들을 포함한 앨범아티스트들의 상업성을 거세시키는데 한몫했다.(*1)
그런 이유로 정공법적인 방법을 생각했고, 그게 지금은 운영이 중단된 ‘가슴라디오’이다. 왜 메뉴명이 ‘라디오’였겠는가? 나름대로는 신보들과 함께 뛰어난 노래들을 소개하고 싶었고, 이는 비평적인 텍스트와 함께 음악을 직접 들어봐야 ‘구매욕구’가 생길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가슴라디오는 1년 전에 웹진 가슴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운영을 중단했고, ‘필자추천 싱글’과 같은 몇몇 음악듣기 코너는 여러 가지 문제로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 6월에 미디어서버의 문제 때문에 음악서비스를 중단 했는데, 서버를 교체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작년 12월에 개정되어 올 6월 말부터 발효된 ‘저작권법’ 때문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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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도 시대 변화에 따라서 ‘FM방송의 엔터테인먼트화’가 이루어졌다고 항변하는 관계자들이 있지만 정말 그랬을까? 결국 이러한 편성방식은 10년이 지나서 시청률1%를 넘기지 못하는 TV음악방송프로그램 현실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대안으로 기껏 얘기하는 수준이 ‘가요 순위프로그램 부활’과 같은 본질적이지 않은 얘기들이다.
(2) 여태까지 가슴이 비회원제를 고집한 이유들 중에 하나는 음악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비영리’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조심스럽게 인디뮤지션 중심으로 음원서비스를 해왔다. 앞으로도 자체 음악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바, 유투브 등을 이용해서라도 음악서비스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뮤직포럼’ 메뉴를 새로이 만들었다.
그런데, 그간 음악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봤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히 주류음악씬의 거의 대부분은 아직도 ‘한국음반산업 몰락 이유’를 한결 같이 “온라인을 통한 음악소비자들의 불법복제”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이제 그런 얘기는 몇 년째 들어서 귀가 닳을 지경이다. 하지만 2000년 넘어서서 같은 기간에 “왜 한국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음반시장이 급격하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그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사실조차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다른 이유 때문에 애써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인지가 궁금하다.(*3)
시장이 몰락했다면 거기서 팔고 있는 상품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에둘러 이유를 어렵게 찾을 필요가 하나도 없다. 물론 그게 인디음반처럼 구조적으로 홍보, 유통 경로가 없어서 원천적으로 상업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음반시장 몰락의 핵심은 90년대 중반부터 주류음반사와 주류매체들이 10대 팬덤 중심으로 음반시장을 ‘게토화’시켜서 장사하다가 이제는 그게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왜냐하면 2000년대 들어서서 예전 소비자들의 일부는 돈 주고 음반을 사는 대신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등으로 옮겨갔고, 그도 아니면 주류음악에 대한 관심 자체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후자는 음악방송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대로 떨어진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4)
그렇다면 주류음악 관계자들이 말하는 ‘불법복제’ 문제는 음반시장 몰락의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10대 소녀들만이 관심을 갖는 현재 주류음악 생산․유통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음반시장 뿐만 아니라 음악시장 전체도 기울지 모른다. 도대체 언제까지 ‘불법복제’ 타령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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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재 전세계적으로 음반시장이 불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시장이 몰락한 경우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200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동안 시장 감소는 25% 선이다. 그러나 1990년대 세계 음반시장 10대 강국에 들었던 한국만 유독 그 기간에 75%의 시장 감소를 보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전세계적으로 음반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국음반시장의 붕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고 있고, 더욱이 ‘인터넷 강국’이란 사실로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더욱 빨리 급락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4)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한 음악수용자(음악마니아, 돈을 주고 음반을 사는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80년대 음악수용자 층이 적어도 10~30대였음을 상기하면 되고, 영미권의 문화소비자 타겟이 30~40대 중산층임을 염두하면 된다. 한국에서 20대 이상 음악수용자가 거의 전멸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건 1차적으로 기획/제작/유통 시스템의 문제이다. 90년대 들어서서 조성된 음악창작자들을 죽이는 시스템은 이제 주류제작자들을 죽이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할 일은 좋은 음악창작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동의하는 것이고, 이는 이들에 대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밥 딜런이나 닐 영과 같은 이들이 ‘창작적인 측면’에서 신화가 되는 일은 미국의 음악산업을 키우는 방법에 속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한 때 서태지컴패니의 소속 밴드였던 넬(Nell)이 최근에 발표한 [Let's Take A Walk](2007/Woollim Entertainment)을 들으면서 하게 된 생각이 있다. 이들은 1999년 제1회 쌈지사운드 페스티벌이 배출한 최고의 신인이었고, 이듬해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가 프로듀싱을 맡은 1집 [Reflection Of Nell](2000/Imstation)을 발표했다. 이 음반을 통해서 밴드의 송라이터인 김종완은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Speechless](2001/Imstation) 이후 서태지컴패니로 소속사를 옮겨서 발표한 일련의 앨범들은 언론의 주목도만큼 뛰어났던 앨범들은 아니었고, 팬들의 증가에 상관없는 앨범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슬프면서도 독특한 사운드 컬러, 시적인 가사로 지극히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들”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그동안 김종완이 만든 노래들은 주류 음악 제작방식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한 걸로밖에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분명 김종완이 1집 [Reflection Of Nell]에서 보여준 노래들은 풋풋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노래들이었는데, 이후 주류 매니지먼트 하에서 발표된 노래들은 ‘주류 음악의 룰’에 편입되어 매력을 상실한 걸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간 김종완이 만든 노래 자체가 음악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를 포장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흔히들 구리다고 얘기하는 ‘주류 음악의 룰’이 음악창작에 미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주류 음악의 룰’은 송라이터들이 음악창작을 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고,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미완의 대기’들도 이 ‘주류 음악의 룰’에 편입되면 어김없이 진부해진다. 그래서 종국에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음악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뮤지션으로 남게 되거나, 최악으로는 음악성뿐만 아니라 상업성에서도 실패를 한다. 근본 원인은 한국 주류 음악 제작 매커니즘이란 것이 예술적인 완성도는 고사하고 ‘웰메이드 제작’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 공연, 매체를 포함하여 한국 주류 음악계에 있는 사람들은 음악평론가가 자신들의 음악기획 결과물을 비평할 때 단지 안방 음악마니아(평론가)가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근거하여 고답적인 예술비평을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음악소비자들에게 ‘음반가이드’ 역할을 하려는 음악평론가들의 활동을 무시하곤 하면서도 “한국에는 제대로 된 음악비평이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 음악평론가들 중에서 음악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고, 나 같은 경우에는 대중음악 기획, 제작, 마케팅, 정책을 염두면서 음악비평을 한다. 무슨 얘기냐면 현 시대의 양식 있는 음악평론가라면 자기 취향에만 근거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이들의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화와 함께 대중음악은 다른 예술장르와는 달리 최근 100년 안짝으로 개발된 예술형태라서 현재도 계속적으로 진화를 하고 있는 단계이고, 지금과 같이 미디어가 발달된 상황에서는 영미권이나 제3세계권 분리 없이 전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생산, 유통, 소비되고 있다. 대중음악은 ‘동시대성’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음반, 공연, 매체 기획과 함께 음악비평에서도 ‘현재 트렌드’라는 요소가 무척 중요하다. 여기서 음악평론가들의 역할에는 한국에서 제작되고 있는 대중음악이 현재 전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어떻게 조망될 수 있는지 여부를 얘기하는 것도 포함된다. 즉, 현재 만들어지는 음악의 예술성과 함께 현재성을 따지고, ‘앨범제작에서의 완성도’를 따진다.
후자의 개념은 대중음악에서 작품의 예술성을 따지는 척도이고, 여기에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예술성 부분도 포함되지만 헐리우드 상업영화를 얘기할 때와 같은 ‘웰메이드’라는 개념도 있다. 웰메이드는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 여부와 상관없이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를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음반에서는 세션, 녹음과 편곡(작곡에서의 완결성) 부분을 말한다. 이는 음악창작이나 뮤지션쉽과 같은 예술 본연의 문제를 따질 때와 달리 음반제작에서의 지극히 기술적인 부분들을 따지는 것이고, 상업적인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대중음악에서는 이와 같이 흔히 이원화되어져서 얘기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문제는 음악평론가가 주류 음악 비평에서 ‘앨범제작에서의 완성도’를 얘기할 때 음악창작이나 뮤지션쉽과 같은 부분보다도 ‘웰메이드’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예술성만을 가지고 평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상식 있는 음악평론가라면 한국 주류 음악계의 현실을 보건데 원론적인 예술성만을 가지고 음악비평을 하기보다는 음반에서의 세션, 녹음과 편곡(작곡에서의 완결성) 부분에 치중할 것이다. 또한 전세계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염두하고 음악비평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대다수 음악평론가가 주류 음악이 저열하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바로 대다수의 주류 음악 음반들의 ‘제작’ 상태가 저열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걸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류 음악계에서 음반시장이 망해가고 있다고 얘기할 때 자승자박이라고 말하는 음악평론가들도 있고, 주류 음악을 가지고 ‘한류’를 얘기할 때 영미권 진출은 꿈도 꾸지 말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음악평론가들도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주류 음악 기획자들이 영화시장과 같이 음반시장의 성장을 바란다면 먼저 ‘웰메이드’ 음반을 만들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음악’시장 진출은커녕 국내 음반시장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 한국에서만 해도 영화 쪽에서는 ‘웰메이드’를 얘기하는 것은 이미 낡은 접근 방식이 되어버렸다. 올해 들어와서 영화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 이 때 얘기되는 것이 “웰메이드를 넘어서서 크리에이티브한 영화 만들기”이다. 하지만 한국의 주류 음악계는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 종종 한국 주류 가수들의 해외시장(동남아를 넘어서서 영미권 음악시장으로까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묻는 음악관계자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대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라”이다. 무슨 얘기냐면 “엔터테인먼트 어법으로 접근하는 동남아시장과 달리 영미권 ‘음악’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영미권 음악을 같이 듣는 음악마니아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음악을 만들라”이다. 즉, 동남아시장에 진출할 때와 같이 엔터테인먼트 어법이 통하면 모를까 음악으로 영미권 시장에 접근하려면 한국의 영미권 음악마니아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좋아하지는 않더라도)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전술했다시피 대중음악은 '동시대성'이 있고, 기본적으로 음악마니아들의 감성은 영미권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런 내 코멘트가 한번도 인용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는 한류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욕심 때문에 이미 판단력들을 상실한 것으로 여긴다. 거기다가 시스템 문제까지 거론하면 더욱 주먹구구식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음반유통망 확보도 하지 않고, 거기다가 영어버전 음반 한 장 내지 않은 가수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갖는 것 등이다.

네 번째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끝났다. 종합분야(1)와 장르분야(2), 특별분야(3)에 걸쳐 많은 음악인들이 수상의 기쁨을 안고 돌아갔다. 올해의 수상결과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2개 부문 이상을 수상한 팀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그만큼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선정과정에 참여한 선정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선정결과에 대부분 만족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몇몇의 수상은 특별히 더 언급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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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합분야
올해의 앨범 - 스왈로우 [Aresco]
올해의 노래 - 이한철 ‘슈퍼스타’
올해의 가수 - 이지형(남), 박선주(여), 노 브레인(그룹)
올해의 신인 - 머스탱스
올해의 연주 - 서영도 트리오 [Circle]
(2) 장르분야
최우수 록 앨범 - 머스탱스 [The Mustangs]
최우수 록 싱글 - 더 스트라이커스 ‘Turn Back Time’
최우수 모던록 앨범 - 스왈로우 [Aresco]
최우수 모던록 싱글 - 롤러코스터 ‘유행가’
최우수 팝 앨범 - 박선주 [A4rism]
최우수 팝 싱글 - 이한철 ‘슈퍼스타’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 서영도 트리오 [Circle]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싱글 - 배장은 트리오 ‘Secret Place’
최우수 힙합 앨범 - 더 콰이엇 [Q Train]
최우수 힙합 싱글 - 쿤타 & 뉴올리언스 ‘Holding On’
최우수 알앤비&소울 앨범 - 펑카프릭 부스터 [One]
최우수 알앤비&소울 싱글 - 헤리티지 ‘Starlight’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 엄정화 [Prestige]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싱글 - 페퍼톤스 ‘Superfantastic’
올해의 영화드라마 음악상 - 라디오스타
(3) 특별분야
선정위원회 특별상 - EBS ‘스페이스 공감’
공로상 - 정태춘
먼저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은 EBS ‘스페이스 공감’. 거대기획사와 실질적 유착관계에 있는 방송이 한국 대중음악 고사(枯死)의 공범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은 몇몇 라이브 프로그램들과 함께 한국 음악 방송의 가능성을 지켜오고 있는 참으로 드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공감이 더 특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자체 공연장을 통해 매일같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 1회의 라이브를 편집해서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내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선별해서 방송하는 뚝심은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2년여를 진행하는 동안 무려 700여회가 넘는 라이브가 펼쳐졌고 국내외의 뛰어난 뮤지션들이 앞다투어 그 무대를 빛냈다. 거장과 신인, 오버와 인디를 나누지 않고, 국악․재즈․록․민중가요․포크 등 음악의 경계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공감은 오직 그 뮤지션들이 즐겁게 라이브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기만 했을뿐 절대로 방송을 앞세우지 않았다. 사회자도 없고 방송을 위한 특별한 장치도 없는 공감의 라이브 90여분은 편안하고 훌륭한 공연장에서 오직 라이브 공연에 집중하며 음악인과 팬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방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음악을 위해서라는 자기 철학이 있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 바로 EBS ‘스페이스 공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수여되었던 특별상이 공감에게 돌아간 것은 지극히 당연했으며 이는 최종선정회의 시 필자의 추천에 모든 선정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공로상을 받은 정태춘. 그는 한국 대중음악 창작의 상상력을 옥죄온 사전심의 철폐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한 음악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1990년대 초반 여전히 시퍼런 검열의 칼날을 무소불위로 휘두르고 있던 음반 사전심의제는 정태춘의 고독하고 질긴 투쟁을 통해 비로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말하고 싶고 노래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속으로 감추거나 은유해야만 했던 시대는 얼마나 불행한 시대였던가.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침묵과 은유를 감내할 때 그는 굴종의 쇠사슬을 과감히 거부하고 떨쳐 일어나 음악인으로서의 당당한 자존을 선언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음반을 사전심의 없이 유통해 검찰에 고발당하면서도 한치의 굴함없이 맞섬으로써 결국 사전심의 위헌 판정을 이끌어냈다. 그는 수십년 철창 안에 갇혀있어야만 했던 상상력을 구출하고 음악인의 자유를 지켜낸 진정한 예술인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은 비로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평택 대추리 투쟁의 최선두에서 음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사회적 활동에 가려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그의 음악이 첫 앨범에서부터 지금껏 한결같이 한국의 토속적 서정과 당대의 현실을 뛰어난 노랫말과 멜로디로 결합시켜 내고 있는 명작이라는 것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 상의 수상을 사양한 것은 척박한 한국의 대중음악 풍토를 반증하는 가슴 아픈 사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음악으로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드는 것은 그로 인해 자유로워진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 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 재즈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장도 놀랍다. 소수의 로컬씬에 머물렀던 한국의 재즈씬은 지난해 송영주, 허대욱, 임미정, 이지영, 계수정, 서영도, 배장은, CJ KIM 등 말 그대로 좋은 앨범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장족의 발전을 통해 독자적인 씬의 성립을 알렸다. 빼어난 연주과 창작, 녹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음반들은 사실 그 모든 앨범들이 수작이라 할만큼 괜찮은 앨범들이었다. 서영도 트리오와 배장은 트리오는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내 보이는 앨범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머스탱스의 앨범은 한국 사이키델릭 록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준 앨범이었으며 11년만에 내놓은 박선주의 앨범은 그의 고집과 열정이 진하게 담긴 앨범이었다. 그동안 영화와 음반을 두루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만능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엄정화의 음반 역시 역으로 저평가되었으나 결코 만만치 않은 내공을 담은, 듣기 좋은 음반이라 할만했다. 밴드 허클베리 핀의 리더로 활동하며 스왈로우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는 이기용의 2집은 좋은 모던 록 싱글들로 가득 찬 앨범이었기에 한국 대중음악상의 꽃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에 이어 올해의 앨범상까지를 수상한 그의 저력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흥미로운 2집을 선보였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올해의 앨범으로도 꼽을만한 4집을 내놓은 코코어가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했지만 대체로는 무난한 선정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선정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 한국대중음악상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은 매년 연말쯤 시작된다. 그해 10월말까지 나온 음반들을 취합해 대상작을 결정하고, 선정위원을 확정해 분과별 심의를 준비해가며 시상식의 개괄적인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30여명의 선정위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의를 여러번 거치며 수상자를 선정하는 일에 골몰하는 동안 사무국은 시상식의 일시, 장소, 후원, 협찬, 홍보, 진행 등 실질적인 과정을 준비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늘 즐겁다. 그것은 한국대중음악상이 비대해져만 가는 한국대중음악시장에서 유일하게 공정성을 가진 시상식이며 또한 음악인들의 자존심을 북돋아주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음반 판매량이라거나, TV에 출연한 빈도수 같은 것만으로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고 음악의 진정성과 완성도는 도외시하는 분위기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은 한국대중음악을 엄연한 예술로 인정하며 엄정한 비평의 잣대로 음악을 평가함으로써 대중음악의 가치를 올곧게 세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말들이 격렬하게 오가고 여러번에 걸친 투표와 재투표가 지루하게 이어질뿐만 아니라 수고비 한푼 받지 않음에도 기꺼이 긴 수고를 감당하는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한국대중음악이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이 시작된 다음 ‘대중음악’의 정의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도 없진 않지만 적어도 나름의 공신력과 지명도를 가진 시상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은 음악의 가치로 대중음악을 평가해주는 시상식이 전무했기 때문이며 또한 힘들여 음악의 진정성을 지켜오는 수많은 뮤지션들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와 격려 역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준비하고 지켜보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그럴 때이다. 선정회의 때 난상토론을 거쳐 결국 납득할만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의 감동은 사실 시상식 당일날 무대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음악을 만들어도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좌절했을법한 뮤지션의 이름이 호명되고 그가 무대위로 올라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러나 단단한 수상 소감을 전할 때 우리는 뜨거운 감동과 함께 이 상의 가치를 확인하곤 했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들의 음악이 음악으로 재평가되거나, 음악인이 아님에도 음악인보다 더 큰 일을 해내고 있는 이들의 가치가 확인되는 때 역시 기쁜 순간이었다.
무대위에 올라와 공연하지 않고 상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던 이정선의 멘트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음반을 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 JNH 레이블 대표의 멘트에서, 나를 끊임없이 음악하게 만들어주는 이 엿 같은 세상에 감사드린다는 연영석의 멘트에서 찡한 감동을 받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올해에도 이 상을 받기 위해 앨범을 냈다며 결국 울먹이던 박선주와 지금 이 순간에도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는 EBS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 그리고 ‘밥상’ 멘트로 우리를 웃게 만든 이한철, 좋은 음악은 스스로 중심이 될 거라 믿었다는 이기용의 멘트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음악인들에게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여타의 다른 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부심으로 인정되었고 다시 힘을 내서 음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음악의 가치를 알고 다양한 음악을 즐기려 하는 대중들에게는 오버와 인디를 아우르는 한국 대중음악의 가이드라인이며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각종 홍보자료에 한국 대중음악상의 수상을 당당히 알리는 음악인들과 이 상을 통해 좋은 음악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네티즌들의 말은 이 상의 권위와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상식은 별 무리 없이 치러졌지만 사실 올해 네 번째 시상식은 유난히 어려웠다. 첫해부터 공동개최해오던 문화연대와 문화일보가 빠지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스스로 주최를 맡은 첫 번째 해, 시상식의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참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후원이나 협찬을 해주었던 기관․기업들은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으로 돌아서버렸다. 늘상 음악비평에만 몰두했지 펀딩과 스폰서를 따오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선정위원회로서는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물론 3회까지의 시상식 역시 쉽게 준비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길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그동안 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키우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문제의 원인은 이미 거대 기획사의 틈바구니에서 지리멸렬하게 몸집만 커져버린 멸망 직전의 공룡들 같은 한국 대중음악시장과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냉소와 불신에 있는 것이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역동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해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한국대중음악상의 뿌리는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에 있다. 2000년대초 한국 대중음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벌어졌던 대중음악 개혁 활동은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와 ‘전문 공연장 건립’등을 요구하며 팬덤과 시민단체가 함께 뭉치는 새로운 운동의 형태로 진행되어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운동의 형태로 진행되는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긍정적인 대중음악 진영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상이었다. 왜곡된 시장의 질서에 가로막혀 죽어가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올곧은 발전과 자리매김을 위해 시작된 운동 아닌 운동이었던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상 4년 동안 지금껏 어렵게 시상식을 이어오며 거둔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국 대중음악에 뿌리내린 병폐는 여전히 단단하기만 한 현실이다. 사실 시상식 하나만으로 어찌 그 병폐를 모두 도려낼 수 있으랴. 어쩌면 시상식은 중증환자에게 꽂는 링겔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증 환자는 링겔만으로는 소생할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인 수술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곧 한국 대중음악상의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서른명 정도의 선정위원들을 좀 더 확대하되 음악적 평가의 엄정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그해 10월까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후보 범위는 좀 더 늦추어야 하며, 재즈나 크로스오버처럼 좋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일부 장르들은 완전히 분리해서 더욱 세분화해야 할 것이다. 올해에도 논란이 많았던 선정작 결정 방식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 대중음악상이 좀더 튼실한 자기 기반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시상식 즈음에만 홈페이지가 열리고, 시상식 닥쳐서야 겨우 겨우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는 한국 대중음악이 겪고 있는 산업적․문화적 위기를 돌파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시상식이 뮤지션을 격려하고 좋은 음악을 알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면 이제 한국 대중음악상은 현재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발 더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시상식이 안정적이며 대중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웹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국 대중음악에 애정을 가진 이들의 열정을 동력으로 전환해 음악인들과 일부 음악팬들에게만 유효한 시상식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적 대중음악시상식이 될 수 있도록 규모와 넓이를 대폭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좋은 대중음악을 기꺼이 사랑하는 대중음악 팬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팬덤을 튼실하게 묶어세움으로써 건강한 음악 소비자라는 대중음악의 토양을 굳건히 해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을 이끌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음악상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음악을 알리는 방식도 보다 다양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지지하고 좋은 음악을 아끼는 팬들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상을 지키고 한국 대중음악씬을 바로 잡는 가장 큰 힘이며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 대중음악 산업 전반의 관련자들과도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한국 대중음악상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도 한국 대중음악상의 권위와 지평을 키우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씬의 대안을 찾아가는 노력도 좀더 다양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 대중음악판에 대한 건전한 대안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한번의 시상식만으로 업무를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활로를 찾기 위한 연구, 출판, 공연 등의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올해 시상식 개최의 어려움은 역으로 대중음악 씬 자체의 척박함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어떠한 문제도 풀리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별도의 직업을 가진 선정위원들의 열의에 기대어 활동하는 현재의 선정위원회 구조와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는 어느 것 하나도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실질적인 인력과 재정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이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만족하고 여기에 안주한다면 지금까지 거둬온 성과마저 까먹은 채 찻잔속의 폭풍으로 끝나버리게 될 것이다. 이제 한국대중음악상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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