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아까운 앨범 - 플라스틱 피플 1집
한국에서는 최초로 '음반' 중심의, 즉 '작품'을 논하고 그에 따라서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 대중음악시상식이 3월 17일 7시에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잡지가 발행될 쯤이면 이미 시상식이 끝났을테니 독자여러분들 중에서 관심 있는 분들이 이 시상식을 볼 수가 없음에 안타깝다. 또한 글을 쓰는 현재로서는 필자도 확정된 수상자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알려드릴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이하 음악상)의 기획 경위부터 현재 부문별 후보작 선정과 시상식 기획 과정까지만을 알려드리겠다.
필자는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이하 대개련)에 참여하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모임은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계를 진단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단체이다. 대중음악 각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과 문화연대가 수평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 대개련은 대중음악 현안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과 이를 대중적으로 '설명'하는 이벤트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음악상도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 매체 중심의 음악시상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 하에 기획을 한 경우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음반(작품) 중심의 시상식'이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이게 바로 음악시상식의 존재 의미를 묻게 하는 근원적인 문제이면서 그런 시상식이 없었다는 것은 여태까지 한국에서는 창작자, 작품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걸 제대로 된 길로 가게 고쳐놓고 싶었고, 최소한 대개련에서는 대중들에게 문제의식만이라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신인상 후보에서 아쉽게 탈락한 앨범 - 푸른새벽 1집
사실 논의의 시작은 아주 간단하고 소박했다. 처음에는 '음악상'을 만든다는 것을 염두하지 않았고, 자본의 문제로 그런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9월초 대개련 운영회의 때 음악시상식 관련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때는 음악상 신설 문제가 아니라 공중파, 케이블 방송국과 신문사들이 주최하는 기존 7개의 대표적인 음악시상식(KBS 가요대상, MBC 10대가수가요제, SBS 가요대상, KMTV 가요대상, m.net 뮤직비디오페스티벌, 그리고 스포츠서울이 주최하는 서울가요대상, 한국음반산업협회와 일간스포츠가 공동주최하는 골든디스크상)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자리였다. 12월에 벌어질 그 시상식들의 본질과 자사이기주의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수위와 방법을 논하는 자리였다.
현재 공중파는 연말 마지막 3일 동안 서로 날짜 겹치지 않게 시상식을 행하고 있고, 나머지 시상식들도 서로 일정 조정해 가면서 12월에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정작 뮤지션들이나 수용자들을 포함한 음반산업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또 하나의 시청률 경쟁을 위한 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뮤지션이 방송국에서 준 상을 받더라도 대중들은 그걸 그 뮤지션의 '음악성'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음악평론가들은 실제로 상을 받아야할 뮤지션들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음을 개탄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시상식 '컨텐츠' 문제로 넘어가면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의 많은 음악시상식들은 시상식의 '주최'가 누구인지를 제외하고 나머지(선정이유, 선정방법, 운영명분-음악산업에 대한 기여도- 등)는 거의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불명확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시상식이 그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에'만' 봉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으로 선정이유를 얘기한다면 시청률 또는 신문판매량에 대한 기여도이고, 선정방법의 공정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ARS집계 수준이고, 운영명분의 공익성은 아예 없다고 할 수가 있겠다. 한마디로 음악시상식은 존재하지만 정작 음악시상식이 가져야할 기능은 없고, 공정성과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래서 방송국 음악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선정과 시상식을 '똑바로' 하라고 성명을 발표할 것인가, 대안적인 의미로 대개련 자체에서 '올해의 뮤지션' 등을 선정해서 발표할 것인가 등을 논의했었다. 그러다가 그 다음 모임 때는 대중음악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시상식'만 없는 음악상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도 나왔고, 그런 음악상은 매체의 도움과 협찬만 잘 받으면 시상식까지도 거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했다. 그래서 필자가 부랴부랴 음악상 기획서를 썼고, 선정위원 참여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한 후 문화연대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현재 선정위원들의 첫만남이 9월말에 여의도에 있는 모 중국음식점에서 있었다.(그간 선정위원을 고사한 분이 있었고, 추가로 몇 분이 더 들어왔다. 선정위원들은 평론가, 라디오방송, 신문, 잡지, 웹진, 시민단체 분야에서 고르게 안배하려고 하였다.)
이 때는 선정위원장을 정하고, 기존 시상식과는 달리 '선정위원회'가 모든 수상자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고 외부로부터는 일체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정도의 원칙을 정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문화일보가 재정(협찬)을 책임지고, 문화연대가 같이 힘쓴다는 정도로 합의를 보았다. 그 다음 선정위원회모임은 인사동의 모 음식점에서 있었는데, 이 때는 대략적인 수상부문과 수상자 선정원칙 등을 정했고, 시상식 관련 얘기도 나누었다. 한데 이후 협찬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았고, 시기도 훌쩍 해를 넘기면서 음악상 자체가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였다.
2002년 12월에 발표된 탓에 거론조차 되지 않은 앨범 - 쥬비 1집
그런 와중에 공중파를 중심으로 한 음악시상식들이 끝났고, 음악과는 거의 관계가 없어져버린 시상식 결과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다못해 짜증이 나는 지경이었다. 지난 2003년 연말 각 시상식 대상 수상 결과를 보면 이효리가 무려 5개나 석권했는데, MBC(대상 이수영)와 골든디스크상(대상 조성모)만 못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음반판매집계가 주요 선정 이유라는 골든디스크상은 조성모에게 대상을 줄 이유라도 있었지만, 12월 29일 SBS와 30일 KBS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효리에게 또 상을 주기에는 민망함을 느꼈는지 이수영을 대상으로 선정한 MBC의 경우는 공중파3사 간의 나눠먹기 시상식의 전형을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그리고 작년도 음악상을 휩쓴 이효리를 보면 그녀의 데뷔 앨범 [Stylish]가 정말 한국의 2003년 대중음악을 대표할만한 작품인지 의심스럽다. 물론 시상식 주최들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이효리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앨범은 아직도 15만장을 팔지 못했으니 그 '대중성'의 실체를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즉, 대중들은 이효리를 뮤지션이 아닌 엔터테이너로 본다는 얘기이고,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그녀의 이미지를 산다는 얘기이다. 결국 한국의 기존 음악시상식들은 '엔터테이너'시상식이거나 자사잔치의 거대한 변형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음악시상식 기획자들이 정작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이거나 음악시상식이 음악산업에서 갖는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대개련 내에서는 결국 올 1월쯤에 시상식을 포기하고 수상자들만이라도 발표를 하자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는데, 문화일보에서 협찬을 구할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그게 2월초였고, 이후 내부 토의를 거쳐서 다시 선정위원모임을 갖게 되었다. 수 차례의 선정위원모임과 후보자(작) 선정작업을 2월까지 끝냈고, 지금은 최종 선정자(작) 결정모임만 남겨두었다. 보안을 위해서 시상식 2일 전인 15일 장충동의 모처에서 최종모임을 갖기로 했고, 선정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져서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선정위원들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대중음악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인 것은 맞지만 각자 음악을 듣는 폭이나 방향이 다를 수가 있고, 그래서 수상작에 대한 의견이 상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선정위원모임이 친목모임 성격이라면 그냥그냥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고 다수결 원칙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명실상부하게 2003년에 발표된 한국의 음반들 중에서 좋은 음반들을 선정해서 발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만든 것이니 그 선정 결정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대안적 음악시상식'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선정위원들도 심적인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아까운 앨범 - CB MASS 3집
작년 모 방송국에서 이효리에게 대상을 수여하니까, 네티즌들의 일부가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음악시상식 주최측에서 이효리에 대한 선정 이유를 "일종의 사회적 현상인 신드롬을 불렀던 이효리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가수였다. 연기를 잘하는 탤런트,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만이 최고의 '스타'는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스타시스템 체제인 공중파방송국의 속성상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음악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훌륭한 가수가 꼭 좋은 앨범을 발표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식의 항변은 적어도 음악시상식을 주최하는 측이 얘기할 바가 아니고, 그걸 우리는 보통 '궤변'이라고 부른다. 그러려면 시상식 이름도 '연말 음악 특집쇼' 또는 '주간 인기가요 연말 총결산' 쯤으로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국의 주류 가요시상식을 '음악시상식'으로 보지 않고 있고,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아티스트와 작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상황에 대한 환멸이 투표불참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한국대중음악계에 대한 조소를 낳게 하는 기존 음악시상식들의 졸렬한 컨텐츠들은 음악수용자들이 음반을 사지 않게 하거나 대중음악계에 관심을 끄게 하는데 일조한다고 여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시상식들과 같은 헛웃음을 나오게 하는 이벤트들이 사람들에게 한국대중음악에 대해서 조소를 보내게 함으로써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끄게 한다고 생각한다. 2003년 한국음악계를 대표하는 음반이 기껏 이효리 1집이라는데, 동시대 대중음악에서 뭘 더 찾아 듣고 싶겠는가? 이는 결국 사람들이 음반을 사지 않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오히려 불법 MP3나 스트리밍서비스 문제보다도 음반시장을 침체에 빠지게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롭게' 음악상을 만들려는 것이고, 우리들은 이것이 한국 대중음악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존중받아야할 진짜 뮤지션들과 작품들이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이번 음악상은 "대중음악계의 주류/비주류의 경계 없이 모든 뮤지션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대중음악의 다양한 분야를 선정해서 시상한다"가 기본 원칙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선정위원특별상 후보에서 거론된 앨범 - 홀리마쉬 2집
# 시상식 분야 (총14개 분야)
-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가수(남, 여, 그룹), 올해의 신인
- 최우수 록, 최우수 힙합&댄스, 최우수 알앤비&발라드, 최우수 크로스오버, 최우수 영화·드라마음악
- 올해의 레이블상, 선정위원회특별상, 공로상

더더(The The) [The The Band](2003/ezim/서울음반)
* 올해의 앨범
- 더더(The The) [The The Band](2003/ezim/서울음반)
멤버 : 김영준(g, piano), 한희정(v, piano, a.g), 이창현(b), 김태종(d)
프로듀싱, 레코딩, 믹싱 : Y(김영준) at Y & Dawny_Boom Studio
세션 : 백중현(b) <Alice>, <작은새> / 이상훈(piano) <슬픔>
레코딩 : Y & Dawny_Boom Studio
마스터링 : 정도원(wave station)
아트디렉션, 디자인 : sorrow
올해의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와 신설 이유'를 밝히는 핵심적인 부문이다. 기존 시상식들과는 달리 음반(작품) 중심으로 뮤지션을 평가하고, "정말로 좋은 작품을 발표한 뮤지션들에게 그에 걸맞는 정당한 대접을 해주고 또한 이들을 대중들에게 알리자"라는 본 상의 취지를 가장 강력하게 대변하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정위원들도 선정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선정사유를 구체화시키고 객관화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였고, 치열한 논쟁과 함께 2차례의 추가 결선투표를 가질 만큼 많은 산고를 치렀다.
선정위원들은 이 부문에 대한 평가요소로 크게 앨범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창작의 참신성, 다수의 사람들이 좋은 노래들이 담겼다고 인정하는 의미로서의 대중성을 꼽았다. 그리고 대안적인 의미 또한 가지고 있는 시상식인 만큼 당대 한국대중음악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와 미래 한국대중음악에 영향을 줄만한 작품인지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선정사유에서 각기 조금씩 미달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2003년도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올해의 앨범 부문에 더더의 4집 [The The Band]를 꼽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종까지 경합을 한 앨범은 러브홀릭의 [Florist](2003/Fluxus Music)였는데, 선정기준에서 더더의 앨범이 완성도와 참신성 등에서 러브홀릭의 앨범을 앞선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더더 4집에 대해서 음악평단 일각에서는 2002년의 김광진 4집처럼 현재 한국 주류대중음악계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앨범들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고, 김영준&한희정 체제가 보여준 송라이팅 능력, 김영준의 프로듀싱 감각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특히 들을만한 곡 1~2개 이상을 찾기 어려운 대개의 주류대중음반들의 문제점을 본다면 더더 4집에 담긴 총14곡(히든트랙 포함)의 균일한 완성도는 '앨범'의 개념으로 평가했을 때 최고의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앨범 내에서 <In>, <So So>, <You>, <작은새> 등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더더의 수상은 구조적인 홍보/유통의 문제로 좋은 음반을 내놓고도 썩힐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뮤지션들에게 희망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시 세끼 밥을 먹듯이 천천히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밖에는 없다"라던 더더 리더 김영준의 발언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앞으로도 소의 걸음을 걸으면서도 계속 전진해 나가려는 것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박준흠)
러브홀릭
* 올해의 노래
- 러브홀릭 <러브홀릭>
러브홀릭의 <Loveholic>은 완성도 높은 멜로디 라인과 세련된 편곡, 팀의 보컬을 맡고 있는 지선의 보컬색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 대중을 끌어들이는 흡인력 있는 곡이라는 평가를 얻어냄. (송수연)
이상은
* 올해의 가수(남)
- 휘성
두번째 앨범 [It's Real]으로 휘성은 화려한 가창력과 거침없는 곡 소화력을 보여주면서 본인의 발전된 모습과 젊은 알앤비 보컬리스트의 약진을 유감없이 대중에게 선사함. (송수연)
* 올해의 가수(여)
- 이상은
자신의 음악적 "비밀의 화원"을 찾기 위해 많은 실험과 난관을 딛고 일어선 이상은은 이제 더 이상 퍼포먼스 뮤지션이 아니다. 한국에서 여성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기회만큼이나 많은 질곡이 가로막고 있다. 이상은 많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자신만의 음악을 찾았고, 작년 많은 라이브 공연을 통해 조용하지만 진지한 그녀의 음악적 노력과 열정으로 음악팬들과 함께 했다. 이 상을 계기로 그녀의 음악이 매니아들만의 취향이 아니라 대중의 노래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동연)
* 올해의 가수(그룹)
- 빅마마
'올해의 가수' 부문 그룹상을 수상한 4인조 여성 보컬그룹 '빅마마'는 검증된 가창력이 크게 돋보였다. 특히 한국 보컬리스트가 소화하기 힘든 장르인 R&B(리듬 앤 블루스)나 솔(Soul) 등 흑인음악을 한국 정서에 맞게 요리함으로써 국내 보컬의 가능성을 넓혔다. 보컬 파트를 바꾸어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가창력에다 멤버 모두 탁월한 작사, 작곡 능력을 갖춰 보컬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외모'가 아닌 '실력'만으로 높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TV대신 수많은 라이브무대를 통해 대중음악의 진정성을 살린 점도 수상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고금평)
정재일
* 올해의 신인 : 정재일
음악성보다는 비주얼한 요소들을 신인 데뷔의 우선 요건으로 뽑는 최근 대중음악계의 풍토에서 음악의 진정성으로 승부를 걸려는 정재일의 등장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다. 21살의 나이로는 믿어지지 않는 음악적 완성도와 진지한 음악적 태도는 이번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뮤지션이라 생각한다. 그의 음악 세계가 계속 발전하길 기대한다. (이동연)
코코어
* 최우수 록음악
- 코코어(Cocore)
이 부문에서는 3집 [Super Stars](2003/쌈지)를 발표한 코코어가 선정되었다. 이미 이들은 대다수의 온라인/오프라인 음악전문매체에서 벌인 '2003년 한국대중음악결산'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바가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들의 수상은 당연하다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1집 이후 EP [고엽제], 2집 [Boyish], 3집 [Super Stars]에 이르기까지 절대 재탕을 하지 않으며 조금씩 이루어진 변화와 그 긍정적 결과물들은 코코어에 대한 신뢰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음반에서도 로우파이적 감수성을 한 축으로, 힙합 및 가스펠 등 다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접목한 것은 음반에 다양성을 제공하며 작품성도 한 단계 이끌어 올렸다. 1994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햇수로 벌써 10년이 된 밴드가 이렇듯 여전히 원초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동시에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실험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 에너지와 실험 모두가 만족스럽다면, 거기에 처음으로 곡 작업에 참여한 멤버의 작품마저 녹록치가 않다면, 아울러 이런 노래들이 계속해서 샘솟듯 넘쳐나고 있다면, 보태서 시작할 때의 멤버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면, 게다가 이 모두가 현재진행형이라면, 이 밴드에게 더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압축해서 말하면 이번 3집 앨범은 진정한 의미의 '도전과 실험' 정신이 배어 있고, 이는 가장 강력한 선정사유라고 할 수가 있겠다. (박준흠)
데프콘
* 최우수 힙합&댄스
- 데프콘(Defconn)
이 부문에서는 1집 [Lesson 4 The People](2003/MP)을 발표한 데프콘이 선정되었다. '힙합'적인 관점에서 음악을 평가했을 때 가장 장르에 충실한 뮤지션들 중에 한 명일뿐만 아니라 뛰어난 창작을 함께 보여주었다는 점이 주된 선정이유이다. 데프콘은 이미 EP [Straight From The Streetz](2001/Conn-Air Record) 발표 시부터 EP [Modern Rhymes](2001)를 발표한 버벌진트와 함께 미래 한국 힙합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평가를 받았고, 이번 1집은 음악적인 면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었다. 또한 이 앨범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기여한 엔지니어 박재범(믹싱)과 전훈(마스터링)은 한국의 주요한 힙합 앨범들에서 작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짤막한 단편만화와 힙합경시대회 시험지가 수록된 앨범 기획은 재미를 넘어서 참신하다고 평가할 수가 있다. (박준흠)
나윤선
* 최우수 알앤비&발라드
- 윤건
고급스럽고 미니멀하게 구성된 팝 발라드 앨범을 발표한 윤건은 멜로디컬한 사운드 메이킹과 함께 전체적인 수록곡의 통일감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음. (송수연)
* 최우수 크로스오버
- 나윤선
첫 번째로 시행되는 행사여서 특히 이 부문은 여러 가지 제약이나 불리함이 따라야 했는데, 서로 다른 애매모호한 스타일들이 이 카테고리에 모두 한 데 묶여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재즈, 뉴에이지, 팝페라, 라운지 사운드, 국악 등이 모두 대상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1순위의 지지를 받은 후보 외에 세 후보는 거의 비슷한 점수였는데, 심사위원들은 이 부문을 두고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인식이 모자란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연주음악(Instrumental)이 자리 잡고 평가받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 편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윤선과 이병우가 최종 경합을 하는 가운데, 지난 1집과 2집에 비해 상당히 탁월한 가창력과 세션 사운드, 작품의 고른 질 등을 보여준 나윤선이 상대적인 점수차를 보이게 됐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선곡과 보다 평범한 대중성, 그리고 창작곡 등을 보강한다면 우리 재즈계의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데다가 작년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노라 존스 같은 영광도 가능하지 않을지... (성우진)
OST 스캔들
* 최우수 영화음악 드라마음악
- 스캔들
영화, 드라마 음악상 부문 후보에서는, 전반적인 발전을 이룩한 영화음악 앨범과는 달리 드라마 쪽은 인기에 부합하고 영합하려는 듯한 급조물들이 많아 다섯 개 후보 모두 영화음악만 선정이 됐다. 그런 가운데 다섯 작품 모두 나름대로의 특징과 참신함, 내용의 질 또는 대중성이 눈에 띄는 각자의 장점이 있었다. 결국 "...ing"와 "스캔들"의 경합으로 압축되었는데, 조영욱 음악 감독과 이병우가 만들어낸 멋진 조화 쪽에 수상이 결정되었다. 상당한 호평을 받은 영화 내용과 어울리는 17세기풍 유럽 클래식 뮤직 양식이 우리네 정서와 어울린 "스캔들" 영화음악은 스트링 섹션과 고풍스런 챔발로 사운드, 거기에 대금 등 우리네 악기가 조화를 이룬데다 이병우가 프로듀스 했다는 얼터너티브 락 밴드의 깜짝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전체적으로 매우 색다르고 고급스러우며 참신한 시도가 높은 지지를 받았다. (성우진)
* 올해의 레이블
- 플럭서스
러브홀릭, 이승열, 영화 '원더풀데이즈' 등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발표, 2003년 한 해 신생 기획사로서 돋보이는 활동을 보여주었음. 앞으로 활발한 음악적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레이블로 평가됨. (송수연)
아소토유니온
* 선정위원 특별상
- 아소토유니온
- 전경옥
선정위원특별상은 높은 음악적 진정성을 가진 비주류 음악 가운데 선정위원들이 특별히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 음악에 대해 시상하는 분야이다. 이번 첫회의 수상자는 선정위원들의 격론을 거쳐 두 팀으로 결정되었다. 전경옥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오가며 오래 동안 치열하고 진지한 음악적 모색을 지속해온 음악인으로서 이 상의 취지에 값하며 아소토유니온은 신진그룹임에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며 여러 분야의 후보에 올라 고른 점수를 얻어 우리 대중음악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창남)
이정선
* 공로상 : 이정선
지난 30여년간 이정선은 가장 개성적인 싱어송라이터였고 가장 뛰어난 연주자였으며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후배들을 수없이 길러낸 훌륭한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지난 2003년에는 내노라 하는 아티스트 수십명이 트리뷰트 음반을 통해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한 바도 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언제나 풍성한 과실을 준비하고 있는 비옥한 대지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첫번째 공로상이 그에게 바쳐지는 것은 바로 그 풍요한 과실을 수없이 세례 받은 세대가 그에게 돌려주는 아주 작은 감사 표시에 지나지 않는다. (김창남)

지난 2003년 연말 각 시상식 대상 수상 결과를 보면 이효리가 무려 5개나 석권
현재 한국에도 공중파, 케이블TV, 신문사가 주최하는 많은 음악시상식이 있는데, 사실 시상식의 '주최'가 누구인지를 제외하고 나머지(선정이유, 선정방법, 운영명분-음악산업에 대한 기여도- 등)는 거의 불명확하다. 불명확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시상식이 그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에'만' 봉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으로 선정이유를 얘기한다면 시청률 또는 신문판매량에 대한 기여도이고, 선정방법의 공정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ARS집계 수준이고, 운영명분의 공익성은 아예 없다고 할 수가 있겠다.
이래서 국내의 대표적인 음악시상식에는 SBS 가요대상, KBS 가요대상, MBC 10대가수가요제, KMTV 가요대상, m.net 뮤직비디오페스티벌, 그리고 스포츠서울이 주최하는 서울가요대상, 한국음반산업협회와 일간스포츠가 공동주최하는 골든디스크상 등이 있지만 정작 음악시상식이 가져야할 공정성과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할 수가 있겠다. 지난 2003년 연말 각 시상식 대상 수상 결과를 보면 이효리가 무려 5개나 석권했는데, MBC(대상 이수영)와 골든디스크상(대상 조성모)만 못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음반판매집계가 주요 선정 이유라는 골든디스크상은 조성모에게 대상을 줄 이유라도 있었지만, 12월 29일 SBS와 30일 KBS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효리에게 또 상을 주기에는 민망함을 느꼈는지 이수영을 대상으로 선정한 MBC의 경우는 공중파3사 간의 나눠먹기 시상식의 전형을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공정성이 없으면 선정의 일관성이라도 있어야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음악시상식 주최측에서 이효리에 대한 선정 이유를 "일종의 사회적 현상인 신드롬을 불렀던 이효리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가수였다. 연기를 잘하는 탤런트,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만이 최고의 스타는 아니다"라고 얘기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국의 주류 가요시상식을 '뮤직어워드'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가수가 좋은 앨범을 발표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식의 항변은 적어도 음악시상식을 주최하는 측이 얘기할 바가 아니고, 그걸 우리는 보통 '궤변'이라고 부른다. 그러려면 시상식 이름도 '음반기획사들과의 상호 이익 관계를 고려한 연말 음악파티' 쯤으로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수상 내용면에서 보면 더욱 심각하다. 전술한 7개 시상식에서 총146개 시상분야에 걸쳐 시상이 이루어졌지만, 비주류음악인이 수상하거나 음악평론가로부터 음악적 호평을 받은 앨범과 뮤지션은 거의 모두 배제되었다. 게다가 SBS의 경우는 SBS 프로그램에 기여를 한 가수에게 주는 SBS 프로듀서상이 있었고, 서울가요대상은 '한류상'과 '선행상' 등 음악상과는 거리가 먼 자의적인 상을 만들어서 나눠먹기식 상주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현재 세계 대중음악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해마다 거대해진 음반산업에 걸맞은 다양한 음악시상식을 실시한다. 그리고 이것은 '음반을 위한 시상식'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그래미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를 비롯해 잡지 차트에 뿌리를 둔 빌보드 어워드, 뮤직비디오로 음악산업에 새 가능성을 던져준 MTV 어워드 등이 연중 내내 열리고 있다. 이 시상식들은 1년을 결산하는 음악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는 음반 구매가이드로써, 음반회사에 있어서는 홍보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진정한' 음악시상식 생긴다면 ① 대중음악계의 주류/비주류의 경계 없이 모든 뮤지션들이 참여하도록 유도 ② 대중음악의 다양한 분야를 선정해서 시상 ③ 가수 중심의 시상보다는 '음반'과 '곡' 중심의 시상 ④ 판매량보다는 작품의 질 중심으로 평가 ⑤ 공정한 선정을 위하여 역량 있는 '선정위원회' 구성에 주력하고,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 라는 측면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에도 침체된 대중음악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음반업계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를 하는 음악시상식이 있어야할 시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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