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펑크 하는 아이들.' 한국에서 10대의 나이로 프로로써 음악을 하려면 공중파 지향의 음반기획사에 들어가서 '떼거리 댄스음악'을 하기 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얘기는 특히 록음악을 하는 거의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20대 청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펑크밴드 뮤지션들을 보통 '아이들'이라고 불렀을까? 펑크는 태생부터 반체제적이고(무정부주의적이고) 탈제도권의 음악이며, 이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반항적이더라도 머리가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유는 일반 사람들이 펑크 뮤지션들을 폄하했다기보다는 대개의 뮤지션들 스스로가 '아이들' 수준의 가사로 노래했고, 20대 청년이 마땅히 가져야할 그만큼의 삶의 깊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펑크씬은 노브레인이 2000년에 [청년폭도맹진가]를 발표하기 이전에는 아이들 수준에 지나지 않았었다. 최장수 펑크 밴드인 크라잉넛도 3집 [하수연가](2001)를 발표하기 전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유쾌한 밴드', 이것이 크라잉넛을 얘기할 때 최고의 찬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의 펑크씬도 성숙(펑크가 성숙해지면 더 이상 '펑크'가 아니기는 하지만...)해 가는 단계에서, 이번 레이지본의 데뷔 앨범은 몇 가지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1997년 말에 결성되었을 당시는 별다른 개성이 없는 아마추어 펑크 밴드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임준규(보컬)를 영입하여 체제를 정비한 후 드럭에서 정식으로 활동하였고, 이후 일본인 트럼펫 연주자 진 토시오를 가입시키면서부터는 완숙한 스카 펑크를 보여주는 밴드가 되었다.
또한 자니로얄과 같이 만든 스플릿 앨범 [Our Nation 4](2000)와 비교하더라도, 현재 1집 가사를 보면 미숙하기는 해도 '청년 펑크'를 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 발표 전에 알려진 <바보>, <도시천사>도 좋았지만 <우연히>나 진 토시오와 박윤식(크라잉넛의 보컬)이 같이 부른 <마리와 나> 같은 노래는 향후 지금의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만든다.(물론 이들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진지함을 갖고 음악을 하느냐에 달렸겠지만.) 그래서 이 음반의 별평점은 과도기를 의미하는 3.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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