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엔블루. 밴드의 포맷을 갖춘 그룹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일본 인디즈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밴드라는 보도 자료는 더욱 이색적이었다. 그들의 타이틀곡인 ‘외톨이야’가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다시 한 번 인디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에 언급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이들의 연주력이나 표절에 관해 언급할 자격은 없다. 그들의 라이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또한 화성을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제대로 배운 적도 없기에 표절에 관해서도 깊게 썰을 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한다.
내가 걱정되는 것은 또 한 번의 마녀사냥이 행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표절에 관한 것과 이들이 인디 운운하며 인디를 마케팅 수단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것, 라이브 시 핸드 싱크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욕을 씨엔블루 당사자들에게 할 생각이라면 조금 절제토록 하자. 어떠한 특정 부분에 대해 비판을 할 생각이 있다면 그들의 기획사에 하는 것이 어떨까. 분명 씨엔블루는 기획사에 의해 살균 처리가 된 기획 상품이다. 그러므로 어디까지가 씨엔블루 당사자들의 모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획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쟁거리가 되었단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조금 짚어보자.
씨엔블루와 인디밴드. 인디란 인디펜던트의 약자로서 '특정 세력이나 자본 집단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문화 양식을 펼침'을 뜻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인디라 부르는 인디 음악도 그것에 준한다. 하지만 최근에 ‘인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답을 위와 같이 해주기엔 조금 찝찝한 것이 90년대의 모습과 2000년대의 인디가 보여주는 모습이 조금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어서(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인디를 논할 때 기정의 된 정의를 가지고 썰을 풀자니 약간은 불만족스러웠다. 인디를 정의할 때 많은 부분에서의 정의가 이루어지지만 최근의 한국의 상황에선 ‘Indie as ethos’만이 유효하다고 하고 싶다. 자신의 곡을 직접 쓰고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등의 일련의 과정을 PM(Project Manager)이 되어 진두지휘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춘 혹은 시도를 하고 있고 노력하는 모습. 세부적으로 나간다면 레코딩 등의 기술적인 부분은 분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사운드 디렉터의 역할이나 프로듀싱의 역할은 온전히 창작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자세이며 윤리이다. 그것이 인디라는 이름을 걸고 행해지는 모든 행위의 범주 안에 속해 있다면 말이다.
씨엔블루의 기획사는 그들을 마케팅 할 때 인디를 논하는 것을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기획사의 유무가 인디의 여부를 가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기획사가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소속 가수를 노출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본 인디즈에서의 활동은 아무래도 좋다. 그 배후에 어떠한 내부 사정과 액션 플랜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이대로라면 ‘인디’라는 단어는 지극히 허상이요, 환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미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언젠가 인디가 이렇게 작위적으로 세상에 내놓여질 것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만하고 있었던 관계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한 가지 기쁜 것은, 씨엔블루의 보도 자료에서 보았던 문구다.
‘천편일률 가요계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것과 ‘일본 인디즈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이 두 가지 문구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대중음악계가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구나, 라는 것.
그 대안으로서 ‘밴드’라는 포맷이 제시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인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주류 기획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
소모적인 힘겨루기는 그만하고 이제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바꾸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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