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펜타포트 아츠페스티벌 폐막공연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 _ 2010년 8월 14일(토), 오후 3시~10시
“아듀~ 2010 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은 축제기획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다. 사실 인천대공원만큼 ‘공원’ 본연의 기능을 갖고 있는 곳도 흔치 않지만, 호수를 돌아 마주하게 되는 넓은 잔디밭은 대규모 야외 음악공연을 하기에 적절한 장소이다. 그래서 쾌적한 잔디밭과 잘 어울릴만한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8월 14일이 주말이라서 인천의 많은 시민들이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공원에 온다는 점, 시기적으로 휴가철이 끝나가는 늦여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휴식’ 개념의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아직 낮은 무덥겠지만 밤에는 가을의 초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므로 200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들려주는 감성적인 음악에 빠져드는 것도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코코어(Cocore)] 누군가 한국 인디씬을 대표할 뮤지션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별 고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밴드가 코코어다. 음반판매량이나 히트 싱글로 따지면 다른 이름이 보다 앞에 나올 수 있겠지만, 밴드의 농밀한 케미스트리에서 가능한 앨범의 완성도, 주위 환경에 굽히지 않는 밴드의 올곧은 지향성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유연한 록큰롤러인 코코어는 한국 인디씬의 독보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데뷔 앨범 [Odor]를 발표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코어는 어느 한 장 허투루 볼 수 없는 앨범을 발표했다. 1999년 카바레사운드에서 EP [고엽제]를 발표한 코코어는 2집 [Boyish]와 3집 [Super Stars]를 통해 하나의 장르에 규정되지 않는 폭넓은 스타일의 록큰롤을 선보였다. 특히 2004년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록 부분 수상작인 [Super Stars]는 <야광원숭이>, <슬픈 노래>, <루시아>, <오늘 밤에 우리 둘이 나쁜 일을 벌이자> 등의 두근거리는 록큰롤 넘버를 담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한 동안 휴지기를 가졌던 코코어는 2006년 더블앨범 [Fire, Dance With Me]를 발표했고, 2009년 레이블 컵뮤직을 통해 [Relax]를 발표했다. 멤버들 대부분이 송라이터로 참여한 이 앨범들은 자신의 감정에 충분히 잠겨본 이만이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가 심도 있게 담겨져 있다.
[코스모스(Cosmos)] 1997년 김상혁과 정우민을 주축으로 결성된 코스모스는 두 사람의 조합, 기타와 키보드의 안정적인 결합이 빚어낸 사운드로 주목 받았다. 2000년 데뷔앨범 [Standard]를 거쳐 2002년 [One And Only] 두 장의 앨범을 석기 시대를 통해 발매하며 당시 해외 기타 팝 트렌드를 수용했다 복고로 회귀하는 행보를 보여준 동안 이 둘의 조합은 코스모스의 독특한 색채를 규정하는 요소로 남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하나. 코스모스가 세련된 트렌디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게 한 송라이터로서 김상혁이 있다. 2장의 앨범 후 7년의 공백에도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잊혀 지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를 노래를 캐는 광부에 빗대었던 김상혁의 뛰어난 멜로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One And Only]이후 공백기 동안 에레나정이란 이름으로 줄리아하트, 볼빨간의 작업을 돕고 또 자신의 앨범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내놓는 등 음악 활동을 이어가던 정우민은 음악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김상혁은 5인조 밴드 체제로 팀을 재정비하여 세 번째 앨범 [Hanei Sky]를 발표하며 이 앨범에는 더 복고적인 음색을 가진 조명숙이 보컬로 참여했다. 이전 두 장의 앨범을 함께한 로다운 30의 윤병주가 함께 한 7년 만의 새 앨범 [Hanei Sky]에서는 여전히 부드럽고 건실한 멜로디로 빚어진 좋은 노래들과 함께 전통적인 기타 팝 밴드 사운드에 대한 김상혁의 깊은 향수와 욕심을 엿볼 수 있다.
[비둘기 우유(Vidulgi Ooyoo)] 2000년대 초반부터 인디씬에 존재했던 드론 사운드의 폭발인지, 노이즈와 그런지를 가미한 사이키델리 록의 변형인지, 블루지한 색채로 다시 그려낸 포스트 록인지, [Aero]와 비둘기 우유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2년이 지난 지금도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선명하다. 슈게이징, 드론, 노이즈락과 블루지락이 모두 어우러진 사이키델리아. 어디 한 군데 적을 둘 수 없던 음악적 자장. 부딪혀 울리는 소리들이 만든 독특한 공간감. 두 대의 기타가 엊갈리며 그 공간에 균열을 새겨넣을 때 그려지던 날카로운 심상과 풍부한 장면들. 예측할 수 없는 질주와 멈춤의 교차가 만드는 다이내믹한 호흡들. 비둘기 우유가 등장하며 우리에게 가져온 음악적 경험의 순간은 말이다. 한국 슈게이징 씬과 포스트 록 씬에 걸려있던 일시정지 버튼을 해제시키 듯 뚜렷한 인상을 남긴 [Aero]를 내기까지 비둘기 우유는 5년의 시간을 걸었다. 2003년 결성하여 2007년 첫 데모 [Elephant/ Siren]을 내놓은 후 현재 동반자인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를 만난다. [Aero] 후 펜타포트, 지산 록과 같은 큰 무대에 서고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록, 신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음악적 신뢰와 인지도를 동시에 얻게 되었다. 이들은 올 해 포스트 록의 태동지인 시카고 씬에서 활동하는 블리스.시티.이스트(Bliss.City.East)와의 스플릿 작업 [Bliss City East 그리고 Vidulgi Ooyoo]를 내놓았다. 이 스플릿 작업에는 포스트 록이란 공통분모 속에서 블루지한 터치(비둘기 우유)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조적인 사운드 스케이프(Bliss.City.East)의 대비가 빚어내는 멋진 음악적 공명이 담겨 있다.
■ “2000년대의 중요한 음악적 흐름 - 여성 싱어송라이터”
(8월 14일, 오후 6시 30분)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얘기할 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여성 싱어송라이터’ 부분이다. 이는 1990년대의 중요한 여성 음악창작자로 한영애, 장필순, 이상은을 거론하는 수준에서 양적으로 급격하게 많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해 축제에 나오는 이상은, 황보령, 오지은, 오소영, 임주연, 루네, 시와, 옥상달빛 뿐만 아니라 이소라, 조원선, 김윤아, 손지연, 흐른 등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표상이다. 남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주로 밴드 활동을 통해 존재를 알리는 반면 여성들은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적인 스타일을 특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금 이들의 노래는 감각적으로 잘 들리는데, 이런 현상은 시대적인 요구일 수도 있다.

[이상은] 올해 14집 [We Are Made Of Stardust]를 발표한 이상은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동하며 코스모폴리탄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굵직한 음악적 행적을 그려왔다. 1988년 <담다디>로 MBC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중성적인 이미지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이상은은 1989년 강인원의 프로듀싱으로 1집 [Happy Birthday]를 발표했다. 하지만 음악적이지 않은 음반업계/스타시스템에 지친 그녀는 1990년 유학길에 올랐고,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1991년 3집 [더딘 하루], 1992년 [Begin] 등을 발표했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진지하게 성찰했던 그녀의 성과는 1993년 [Darkness]에 이르러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일본의 LNT사와 계약을 맺은 후 일본에서 제작/발매한 [공무도하가]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내적인 성찰의 깊이가 앨범 전체에 새겨진 [공무도하가]는 음악적인 프로듀싱과 극한까지 파고드는 송라이터의 고민이 조화로운 밸런스를 찾은 명작이었다. 다케다 하지무와 ‘펭귄즈’를 결성하고 1997년 발표한 7집 [외롭고 웃긴 가게], 1997년 일본에서 먼저 발매되고 국내에는 2000년에 소개된 [Leetzsche], 1999년 발표한 9집 [Asian Prescription]까지 이상은은 한국대중음악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어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후 이상은은 일렉트로니카와 만나고, 다시 어쿠스틱, 아날로그 사운드와 만나고, 또다시 일렉트로니카와 조우하며 2000년대 5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황보령(=Smacksoft)] [귀가 세 개 달린 곤냥이]. 황보령의 첫 앨범과 우리나라 인디 씬은 나이가 같다. 12년. 12년 시간을 탈탈 털어본다. 이만큼 어깨죽지를 꽉 무어 자국을 남기는 데뷔앨범이 몇 장이었던가. 침잠과 고요, 폭발과 질주가 교차하며 하나의 궤적을 그리지 않는 앨범. 적응하려는 노력은 거세된 ‘무슨 기준으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거야’ 외치는 성난 이방인의 시선.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세계를 낯선 에메랄드 도시로 바꾸는 상상력. 한 순간 통찰로 깊었다 한 순간은 유아기로 변하는 천둥벌거숭이 아웃사이더의 등장. 창작자와 창작물을 분리시키기 어려울 만큼 [귀가 세 개 달린 곤냥이]는 인간 황보령이자 예술인 황보령이 그대로 투영되는 듯 날 것의 작품이었다.
사실 황보령의 등장은 1998년이 아닌 1993년으로 거슬러간다. 가수에서 뮤지션으로 이상은이 거듭난 앨범 [이상은](<언젠가는>이 수록되어 있다)에 자신의 곡 <여름밤>을 보태어 싣는다. 중학교부터 미국생활을 했던 황보령은 자기 동네에 한국인 가수가 공연을 왔다는 이야기에 깊은 밤 무작정 숙소를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그 때의 인연은 5년 후 첫 앨범까지 이어진다. 자우림의 김윤아, 유앤미블루의 방준석, 어어부밴드의 백현진 등 어떻게 모였을까 싶은 참여 뮤지션도 그 때 그 밤에서 시작된 우연의 산물이다. 2001년 두 번째 앨범 [태양륜]을 내놓고 훌쩍 미국으로 떠남으로서 잠시 끊어진 황보령의 음악은 2.5집 [Smacksoft]으로 7년 후에 다시 이어진다. 아티스트다운 방랑벽과 기복. 그녀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채이면서 커리어에는 독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독특하고 걸출한 캐릭터인 황보령의 이름이 과거형으로만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은 기뻐할 일이다. 꼭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7년 전 밴드 사운드가 끊긴 곳에서 다시 이어지는 [Smacksoft]와 [Shines In The Dark]가 들려주는 성취를 감안하면 정말 기쁜 일이다. 작은 것들로부터 나오는 울림을 증폭시켜 세상을 그려내는 특유의 방법론, 미니멀하여 오히려 세상를 관통하는 시선, 중력에 메여있지 않은 듯 자유로운 기풍. 폭발과 침잠의 교차와 그 균열 속에서 만들어지는 풍성한 심상. 황보령 다운 장면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흐르는 시간에서 오는 미덕도 더해졌다. 그녀의 작업 처음으로 소통의 희망이 조용하고 낮은 빛으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는 먼 곳을 바라보는 황보령의 시선을 부드럽게 끌어당겨 안착시키는 안정적인 밴드 메이트들에 빚을 지고 있다 하겠다.
[오지은]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유연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구들방에서 혼자 부를 노래인 듯하지만 대중적인 코드를 잘 담아내고 있는 영민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2장의 정규앨범을 듣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자신 가슴 속에 머금어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의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를 설립한 후 발표한 1집 [지은]은 20대 여성이 솔직하게 또박또박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조력을 받은 오지은의 목소리는 ‘우리가 그러했지’하는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오지은은 데뷔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선판매를 통해 제작비를 모아내고, 스스로 프로듀싱에서 제작까지 도맡아 3천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해피로봇으로 소속사를 옮겨(그녀의 레이블 사운드니에바는 이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시와 1집을 발표했다) 2집 [지은]을 발표한 오지은은 어쿠스틱한 편성으로 일관했던 1집과 달리 밴드 편성의 편곡으로 접근한 <진공의 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인생론>, <익숙한 새벽3시> 등의 곡을 통해 여전히 깊은 감성을 들려주고 있다.
[오소영] 지금 바로 여기. 2000년대 한국 음악씬에서 오소영의 의미와 위치는 두 가지로 조망할 수 있다. 하나는 클래스와 품격을 느끼게 하는 완성도를 가진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개인의 위치이다. 다른 하나는 ‘가슴을 게워낸 노래’로 창작의 무거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집단, 하나뮤직의 마지막 주자라는 관계적 위치이다.(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기약 없는 그러나 이대로 잃어버리기엔 아까운 너무나 아까운 한 집단이 세상에 자기 소리를 내놓는 마지막 창구, 말하자면 오소영은 하나뮤직의 ‘칠드런오브맨’이다.
오소영과 하나뮤직의 관계는 1994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때부터 시작된다. <가을에는>이란 곡으로 입상한 오소영을 눈여겨본 하나뮤직은 새로운 목소리를 세상에 소개하려했던 컴필레이션 [New Face]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오소영의 데모를 들어본 하나뮤직은 그녀의 솔로 앨범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그 후로 3년이 지나고 데뷔앨범 [기억상실]이 세상에 나온다. 진솔한 감성으로 자기 노래를 부르는 송라이터의 아름다운 신고식이었던 [기억상실] 이후 오소영은 단지 ‘살아있어요’라는 생존신고 정도의 드문드문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장의 앨범. [기억상실] 이후 8년이 지난 2009년 [A Tempo]로 그녀가 돌아왔다.
8년의 시간동안 음악을 접을 생각도 했었다는 오소영은 [A Tempo] 속에서 무언가 어둠을 겪고 난 사람의 후일담 같은 정서를 담아낸다. 출구 없는 일상과 잃어버린 시간과 표류하는 기억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거로부터 달려오는 유령들이 두려운 성인의 리듬을 가진 노래들. 쓰린 현실과 상처를 그리면서도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쉼표의 힘. 단정하고 정갈한 빛으로 그려낸 음악 안에서 경험하는 탈출과 전이의 순간. 그녀의 울림은 깊은 자국을 남긴다. <가을에는>에서 [기억상실]까지 7년, [기억상실]에서 [A Tempo]까지 8년.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서 느리고 더딘 호흡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녀와 하나음악이 가진 고유의 템포라면 느려도 좋으니 다만 걸어가 달라고 전하고 싶다. 쓰리고 미안하고 또 고마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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