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난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가능한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정말로 지금은 모자라고 본질적으로는 내세울 것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신이 선택한 길속에서 맡은바 사명을 완수해나가는 우리가 어릴적 한번쯤은 읽어보고 들어봤던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 속의 개미에 가까운 존재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
god... 그들이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은 가히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셈이 불가능할 만큼의 불특정다수가 그 음반의 양질적인 존립기준을 무시하고라도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 마치 웬지 듣지 않으면 최신의 트렌드에 자신이 뒤쳐지기라도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들의 음반이 발매되면 허겁지겁 구입해서 당장에 들어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국민가수라 칭한다.
그런 그들이 뭔가 달라지려 변화하려 현재진행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이 걸어가는 길에서 뭔가 분기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이 길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들은 현실의 안주보다는 미래를 위한 변화라는 아이콘을 클릭했다.
사실 그 변화의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god라는 아이돌 보이밴드가 변화를 통한 진화를 꿈꾸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약간의 입지전적인 관점을 대입시켜 보려한다. 물론 입지전적이라고 해서 완전히 그 사전적인 의미를 차용한 것은 아니며 또 이번 음반이 그럴듯한 답안을 내놓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관점을 가능케 한 것은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또 하나의 세계와 조우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시한부 아이돌스타에서 진정한 음악인으로 거듭나려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뇌리 속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야말로 이들에게 절대적인 기준으로써 음악을 논해볼 수 있는 하나의 스탠더드가 될 것이다.
"치명적인 내부오류... 권모술수... 그런데 이것이 변화??"
일단 이들이 [Chapter 5 Letter]에서 내세운 포맷의 기초는 바로 성숙미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법론은 치명적인 내부오류를 일으킨 듯 하다. 이번 음반은 꼭 성숙이란 단어를 내세우기 위해 분위기 있는 카페음악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 같은 작위적인 면모가 강하다. <편지>에서 보여준 침잠과 관조의 중간경계사이를 가로지르는 우울한 멜로디 그리고 자연스레 덧붙여져 있는 잘도 맞아떨어지는 드럼루프. 그리고 노란손수건이라는 그럴듯한 스토리라인의 편성. 너무도 구태의연한 권모술수가 아닌가?
그리고 <Report To The Dance Floor> 같은 곡은 god음반에서만 그리고 god음반에서는 반드시 그리고 무조건 들어야만 하는 의무성 짙은 성질의 트랙이다. 초반 여지없이 흘러나오는 박준형의 강렬한 hook에서 김태우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이어달리기식의 랩, 거기에 더해지는 김태우의 그로울링과 스크리밍섞인 소울풍의 보컬링이라는 보편화된 공식의 답습은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거기다 5집까지와서 그리고 어떠한 변화를 꾀하는 Crossroad 표지판이 보이는 지점에서 이러한 곡을 또 들어야 한다는 것은 팬서비스란 말로 치부해버리기엔 지독한 클리셰의 접점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야기>는 한술 더 떠서 자신들이 여전히 전형적인 보이밴드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통해 다시 한번 여실히 증명해내고 있는 트랙이며 <0%>는 가사가 웰터급이라면 사운드는 플라이급으로 가사에 비해 사운드가 너무 톡톡 튀는 분위기를 전해 그냥 듣고 넘긴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가사와 맞물려 생각해본다면 사운드가 너무 달린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의혹으로까지 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정도...
"요즘 더듬고 있어??"
그러나 <요즘>과 <더듬고 있어> 같은 트랙은 본 작과 가장 동류의 의식으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이질적인 색깔을 띄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이 두 곡으로써 그들의 변화라는 신조류를 이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요즘>을 살펴보면 옅은 전자음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리듬프로그래밍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시작되는 드럼, 초중반부의 김태우-윤호영으로 보컬의 주인이 잠시 바뀌는 시점에서 살짝 곁들여지는 신비주의적인 효과음, 마지막으로 후반부 3분 26초 정도쯤부터 흘러나오는 박준형의 나레이션 뒤로 터뜨려지는 김태우의 보컬 그리고 다시 초중반부의 효과음으로 맺어지는 끝. 분명히 계산적인데 계산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곡에서도 단점은 노출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클라이막스의 디자인적인 측면이다.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후반부에 떠뜨려지는 김태우의 스크리밍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김태우의 보컬링은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변해 터뜨려지는 같은 극적반전의 묘미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허무하게도 김태우의 보컬이 중후반부 2분 45초 지점부터 약 2초간 박준형의 랩의 끝자락과 맞물려 클라이막스 부분보다 40초가량 앞선 시점에서 이미 한번 저 끝까지 폭발한바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또 그 음에 익숙함을 느끼게 되어버렸기에 이 곡이 갖을 수 있는 감성의 크기는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 포진되어 있는데 바로 god 각 멤버들의 포지션의 적절한 세분화다. 우선 각 멤버들의 파트적인 라인을 살펴보자.
이 곡의 순서도는 윤계상보컬-대니안랩-김태우보컬-윤호영보컬-박준형랩-김태우보컬-박준형나레이션-김태우보컬로 짜여져 있다. 이것은 god는 5명이고 5명이기에 할수 있는 역할분담이 있을 것이고 또 5명이기에 해선 안 되는 것이 존재한다는 부분에서 최대장점이 도출된다. 그리고 이 곡은 바로 해서는 안 되는 위험 요소들을 잘 통찰해냈기에 이들이 여태껏 녹음해온 곡들의 양적인 면을 염두에 둔다하더라도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명한 라인업이 형성된 특징적인 장점을 안고 있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배합 또는 배분이야말로 god 진영구축에 따른 라인업에 있어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싶다.
<더듬고 있어>는 펑키하면서도 밝은 출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윤계상의 "너 어제 어디 있었어?" 라는 두 연인의 대화의 시작부분과 동시에 곧 그늘진 글루미톤으로 변하는 초반부터 이 곡의 스토리라인이 남자가 여자의 변명을 믿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불안한 심정이 토로된 곡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확실히 해두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이 곡은 철저히 남자의 심정을 위주로 구성된 곡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전작의 <난 남자가 있어>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의 "왜 전화했었어??" 라는 물음을 끝으로 시작되는 윤계상의 보컬부터 김태우의 애드립으로 마무리되는 사운드에는 끝까지 그 어떠한 변형점도 더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god 5명 또한 그 어느 누구도 오버하지 않고 가능한 절제하고 초지일관하고 있다. 거기다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음울한 건반과 상당히 약화된 김태우의 비중은 이 곡의 기본 포맷을 희석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것은 결국 남자의 고민과 걱정이 침전된 상황을 관철의 feeling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며 아예 정공법으로만 일관했다보니 오히려 산뜻하기까지 한 감상을 가능케 한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길을 잃다..."
god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것이 그저 추상적인 개념의 멀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의 그들은 자신들이 걸어가야 하는 방향과 어떤 스탭으로 어떻게 걸음마를 떼야하는지는 알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뛰어가건 걸어가건 갈 길이 생겼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행동양식에 국한될 뿐이고 아직 그 음악활동의 진정한 결과물인 음반으로써 그들의 변한 내면적 감성이 베어나오진 못한 것 같다.
변화라는 게 생경해야할 필요는 없다. 난데없이 그들에게 기타와 베이스를 매라든지 건반 앞에 서라든지 드럼스틱을 잡으라든지 하는 시간적 배경이 충만할 때 가능한 요구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점층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입장을 잘 견지하여 알맞게 절충해 내주길 바랄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 작은 아직은 일부 생필품만 구비되어 있는 동네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며 또 그 좁은 공간 안에서마저도 god는 길을 잃고 헤매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god 디스코그라피 속의 데코레이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에게서는 하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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