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허클베리 핀이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활동을 담은 라이브 앨범을 발표했다. 07년 가을 즈음 정규 4집이 나왔으니 3년이 지났다. 앨범은 CD와 DVD 한 장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라이브 공연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시청각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라이브 공연 원형의 제공이자 구성일 수 있겠다. 5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다.
두 번이다. 정확히 두 번 특이했다. 홍대를 주 무대로 하는 밴드의 라이브를 담은 앨범이라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획이 일단 특이했고, 앨범을 플레이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묻어나오는 이 거친 질감이라니 ‘혹시 뭔가 편집을 빠트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운드 컨셉이 특이했다. 좀 더 날것에 가까운 거친 질감이야 기획 단계에서 잡힌 컨셉이니 그야 그렇지만, 첫 번째로 특이했던 ‘홍대를 주 무대로 하는 밴드의 라이브 앨범 제작’은 이 앨범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그 어떤 것이기도 하다.
짧은 식견에 감히 짐작하건대 만약에 허클베리 핀이 그들만의 레이블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 ‘그야말로 특이한’ 라이브 앨범은 절대 나오지 못했으리라고 조금은 위험한 짐작을 해본다. 앞서 말한 ‘그들만의 레이블’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인디펜던트를 뜻함이고 그것은 곧 자본으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더 나아가 의식으로부터의 독립 또는 넓은 의미에서의 자유를 말함이다. 앨범이 수익을 불러올 것인가 하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났음은 물론이고 앨범 레코딩 퀄리티는 매끈하고 잘 다듬어진 텍스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또 그를 위해서 라이브 후의 후반 녹음 및 편집 작업도 당연한 것이라는 의식에서의 독립이 이 라이브 앨범 제작을 가능케 했다. 두 가지 인디의 자세에서 후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다. 참으로 작위적인 최근의 인디의 개념이 1세대 인디밴드라 불리는 그들로 말미암아 바로 세워졌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인디씬의 특징은 ‘무경계성’에 있다고 본다. 그것이 사운드건 피쳐링이건 뭐건 간에 이미 많은 부분이 우리가 흔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메이져와의 그것들과 별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무경계성이라는 바탕 위에 이해와 수용이라는 소양을 갖춘 취향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들만의 색깔을 이룬 숲이 형성되어 그 속에서 뿌리를 내려 많은 가지를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트랙 리스트를 다시 한 번 보면 참 재미있다. 허클베리 핀이라는 거목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보다 좀 더 작은(음악적 성취를 말하고자 함이 아닌 선후배라는 것을 비유함이다. 오해 없으시길) 나무들이 서로 가지가 맞닿아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른바 ‘관계 맺음’이라는 소리다. 쉽게 보이지만 뮤지션에게 이는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해와 수용 혹은 겸손과 절제라는 소양이 없는 뮤지션에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 음악은 뮤지션에게 자식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다른 부모에게 맡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깊은 신뢰가 없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의식의 과잉으로 똘똘 뭉친, 다시 말해 울타리를 친 숲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울타리 밖의 다른 나뭇가지와 닿을 수가 없다. 허클베리 핀은 울타리가 없는 숲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고 많은 작고 큰 나무와 포옹하고 더 위로 가지를 올리는 중이다. 피쳐링이 작성된 트랙 리스트는 이 ‘관계 맺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관계 맺음’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홍대 인디씬의 기록이자 기류이다. 지나친 의미 확대일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은 이러한 의미를 부여할 가치가 있다. 피쳐링을 한 여러 뮤지션, 이들은 단순하게 게스트의 개념이 아닌 다른 이의 곡을 연주함으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공연장에 있는 관객들은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절정에 달했을 것이다. 이 절정의 흔적 또한 앨범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과도한 듯 아닌 듯 무대 밖 사운드도 잘 담겨 있다. 생생한 현장감은 투박한 사운드 컨셉 속에서 더 잘 살아나는 듯하다. 투박함은 이들의 의도다.
허클베리 핀은 지나치게 해학적이지 않으며 최소한의 필요한 연주만을 날것에 가까운 로큰롤 사운드 속에 잘 스며들게 하는 밴드의 이미지가 강하다. 라이브 앨범 또한 지극히 그들답다. 어쩌면 스튜디오 앨범보다 더욱더 그들다워서 좋다. 잘못 연주된 부분이 있어도 후반 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앨범에 담아내었기에 이 앨범은 마치 허클베리 핀의 일기와도 같다. 잘못 쓴 부분이 보이면 지우개로 지우지 않고 그대로 놔둔 일기. 그래서 더 두근거리는 수줍은 고백.
비단 뮤지션뿐만 아니라 인간은 관계 맺음의 동물이라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의미는 지속되고 의미는 시간 속에서 역사를 이룬다. 여기, 또 하나의 의미가 기록되었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여담이지만 보컬 이소영은 독일 밴드 구아노 에입스의 보컬 산드라 나식을 연상케 한다. 산드라 나식과 이소영 모두 정규 앨범에서보다는 라이브에서 더욱더 ‘그녀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역시 허클베리 핀은 라이브다.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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