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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이기용 2 POSTS

  1. 스왈로우 - IT

    - 문서인 | 2009/11/08 03:15

    스왈로우 - IT

    - 문서인 | 2009/11/0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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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왈로우는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다. 정규 2집 [Aresco]가 2005년 11월에 나온 후, 한 달이 모자란 4년이 흐른 2009년 10월 3집 [IT]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허클베리핀과 연관을 지어야 할까, 이기용 자신이 직접 만든 샤레이블을 통한 앨범이라는 것을 말해야 할까? 그러자니 그것들은 이미 인터넷상에 수도 없이 표류해 있는 텍스트일 것이고, 그렇다고 정규 2집의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수상 이야기를 하자니 그것마저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진정성 혹은 미학적인 판단을 하자니 취향의 문제와 연결되어 딜레마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이 앨범을 논해야 진부하지 않은 글이 될까라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앨범을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 최근엔 개인적인 관심사가 인디의 개념 부분에 있으니 거기에 초점을 두고 썰을 풀어보기로 했다.

    현 대중음악계에서 ‘인디’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많은 음악은 정말 ‘인디’인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90년대 중반 기정의 되어 있는 인디의 개념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최근 그 모습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이는 인디의 진정성이나 창작성 혹은 음악성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단순히 ‘인디’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곱씹어보자는 이야기다. 다름 아닌 스왈로우의 [IT]을 통해.

    물론, 지금 와서 인디에 대한 정의를 굳이 살펴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 번쯤은 곱씹어 봐도 썩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디에 대한 여러 관점에서의 정의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태도로서의 인디’ 그 하나뿐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포나로우(W. Fornarow)에 의하면 인디에 대한 정의는 다음 다섯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유통 관점에서의 인디’, ‘장르로서의 인디’, ‘태도로서의 인디’, ‘열등함으로서의 인디’, ‘미학적 판단의 기준으로서의 인디’가 그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방 로컬씬의 부재와 협소한 시장규모는 산업적인 관점에서의 인디 즉, 유통 부분에서의 인디가 온전히 성립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넓은 땅과 시장을 가진 영, 미, 일과 우리나라가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IT]도 엠넷미디어라는 대기업 CJ계열의 회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지 않는가. 이는 국내 인디음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다. 인디라는 개념의 출발점이 산업 경제적 부분에 있었다지만 그것은 지속되기 힘들었고, 현실을 받아들여 나름의 생존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장르로서의 인디가 가지는 특성은 ‘단순함과 간소함’이다. (“simplicity and austerity”) 그리고 그 중심엔 기타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fetishization of the guitar”) 현재 우리나라 인디씬에선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생산되고 있는 중이라 이는 보류해야 할 사항이지만 적어도 스왈로우의 1집, 2집에 대해서는 이 개념이 비교적 잘 들어맞는 사항이라고 하고 싶다. 그러한 모습이 비교적 흐려지긴 했지만, [IT]에서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기타가 굳게 자리를 잡고 있다. 스왈로우의 태생은 분명히 인디였고, 장르로서의 인디음악이 가지는 특성에 대해서는 비록 영국이라는 해외의 인류학자에 의해 주장된 것이지만 스왈로우의 음악에는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 생각한다. 물론 인디씬 전체를 두고 본다면 이 개념은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이지만.

    다음, 열등한 음악으로서의 인디. 이는 음악 자체의 질과 레코딩 상태라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전자의 경우는 판단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르므로 보류해 두겠다.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라 생각한다. 더욱이, 대중음악이란 대중과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혹은 동시대성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를 따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IT]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레코딩 상태에 대해 논하자니 너무나 기술적인 부분이 될 것 같아 세부적으로 들어가기엔 꺼려지지만, 굳이 말하자면 전작들에 비해 더 풍성해진 공간감과, 윤곽이 뚜렷하고 따뜻한 음색 등 앨범 컨셉에 잘 들어맞는 사운드가 적절하게 구현된 느낌이다. ‘열등한 음악으로서의 인디’라. 다시 생각해보니 이는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인 관점이다. 그래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주지하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이 동시대성을 확보했는가에 있다. [IT]이 어느 정도의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는 바로 이 ‘동시대성’에 따른 문제라 생각된다. 장기하와 얼굴들도 마찬가지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의 경제적 상황이 매우 좋은 상태에서 그들이 등장했다면 지금(그 정도는 어느 정도 약해졌지만)처럼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음악의 대중성 확보는 그 음악이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아닌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존 스토리는 대중성을 ‘대중의 필요에 따라 그들 스스로 만든 성질’이라 하고 있는데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이 그러했다. 장기하 그는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많은 지면과 매체를 통해 언급되는 ‘루저문화’를 비롯한 각종 ‘현상’들은 대중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개념이고, 그것은 대중이 요구하는 감성을 자극하여 동시대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왈로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 관계자들의 평이 아닌 대중들의 해석이고 반응이다. 이 앨범은 대중들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소통될 것인가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열등함으로서의 인디나 미적 판단 기준으로서의 인디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음악이 대중 속에서 어떻게 소통되고 있는가 하는 점 아닐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태도로서의 인디’. 이는 인디씬이 태동한 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고, 또 가장 중요한 인디의 개념이 아닐까. 그 중심에 D.I.Y(Do It Yourself)가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지면을 낭비할 뿐이다. 인디에 대한 위의 여러 가지 기준은 다양한 환경적 상황 변화 속에서 쓸모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태도로서의 인디’는 인디라는 방식이 존재하는 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닐 꼬리표가 아닐까 싶다. 콘텐츠에 대한 기획, 녹음, 믹싱, 마스터링, 앨범 커버 디자인과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창작자가 그 기준을 잡고 모든 것을 수행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개념으로 보자면 PM(Project Manager)이 되어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디의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담론을 다시 꺼내는 것 같지만, 현 대중음악계에서의 인디는 비교적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지라 억지로라도 이야기를 꺼내어 봤다. 인디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은 스왈로우의 [IT]은 음악적 성취를 차치하더라도, 인디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기에 그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듣기에 딱 좋은 양. 9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기타가 중심이 되는 밴드 사운드를 기본 포맷으로 하는 점은 1집과 2집에 이어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전작들에 비해 키보드의 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심엔 역시 기타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듣기 더 편해진 느낌이 드는데 이는 대중의 취향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일 수도 있겠다. 건반의 멜로디와 치고 빠지는 베이스 리듬이 기타 리듬 속에 녹아든 첫 곡 ‘Show’. 서정적인 현악기 울림이 인상적인 타이틀 곡 ‘두 사람’ 등 스왈로우 특유의 감성은 전작에 이어 유지되고 있으며 이번 3집 [IT]에서는 루네의 코러스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어 신선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이색적인 트랙은 바로 ‘자이언트’인데, 스왈로우의 감성에 익숙해져 버린 청취자라면 비교적 밝게 채색된 이 곡의 이색적이고 낯선 느낌에 반가울 수도 혹은, 약간 불편할 수도 있겠다. 이는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앨범으로 새로운 음악적 발견이나 미학적 판단 혹은 콘텐츠의 질을 논한다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 하지만 현 대중음악계에서 비교적 작위적인 모습이 되어버린 듯한 인디의 개념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앨범이다.

    끝으로, 진부하지 않고자 했는데 결국엔 진부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 고마운 앨범에게 조금은 미안한 느낌이 든다.

    스왈로우는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다. 정규 2집 [Aresco]가 2005년 11월에 나온 후, 한 달이 모자란 4년이 흐른 2009년 10월 3집 [IT]이 발표되었다.이 앨범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어떻게 시...
    ☆☆☆☆☆ | 스왈로우, 이기용, 허클베리핀
  2. 이기용


    “나도 햇볕을 원하고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도원 :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가?

    이기용 :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나 10시 30분 정도에 일어나 씻고, 책을 좀 보다가 오후 1-2시 사이에 작업실에 나온다. 그리고 밤 11시 정도에 퇴근한다. 어느 시점이 넘어가면 음악이 업인지 아닌지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어설프게 이도저도 아니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있는데, 나는 성실하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실을 구하면서부터 토요일만 제외하고 일주일에 6일을 나온다. 연습을 일주일에 2-3번씩 정기적으로 하고 곡 작업도 한다. 음악 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산책도 좋아해서 사는 곳의 근방 4-5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골목을 알고 있을 정도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만들면 흥분되어서 작업실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밖으로 돌아다니게 된다.

    나도원 :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게스트로 출연해 방송국 PD들의 자질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이기용 : 라디오는 음악을 들려주는 매체다. 물론 쇼적인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그런데 라디오가 음악과 척을 진지가 오래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을만한 프로그램들도 한정되고 말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자리에선 PD 얘기를 하고 싶었다. 댄스건 주류음악이건 그 어떤 음악이건 간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방송을 맡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없다면 좋은 선곡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매우 실망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인문대에서조차 비교적 진지하게 교양 차원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는 점이다. 대부분 학점이나 입사에 관계된 것만 보기 때문에 깊이와 인문학적 소양이 나올 수가 없다. 마찬가지다.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음악적 소양과 깊이도 없이 방송국에 들어가 PD가 되니까 쓰레기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양산하게 된다. 아무도 말을 안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방송이라고 그런 얘기도 못한다면 우습지 않은가.

    나도원 : 스스로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고 말했고,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기용 : 인간적인 칭찬에도 기분이 좋아지듯 음악에 대한 칭찬은 기분 좋은 일이다. 스왈로우의 [Aresco]가 다음 해 시상식 후보에 들지 못했고, 약간 서운한 마음으로 그 앨범은 잊혀지겠구나 생각했다. (※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부터 시상 범위가 해당년도 10월 발매 작까지로 변경되었고 스왈로우 2집은 2005년 11월에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후보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사람들에 의해 불려져 나오는 듯해 반가웠다. 하지만 ‘올해의 앨범’에는 큰 기대를 못했고, ‘올해의 모던 록 앨범’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사실, 모든 앨범이 당시의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들었기에 소중하지만, 스왈로우 2집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힘을 다 빼고 극단적인 감정들은 다음으로 미뤄두면서 진동 폭이 크지 않은 감정을 담아보고자 했고, 이전과는 달리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보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었다. 내가 그렇게 만든 앨범이 지금껏 한 장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으로 인정을 받음으로써 자신감 같은 걸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도원 : 스왈로우라는 분신을 만든 것은 허클베리 핀으로는 하지 못한, 또는 하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기용 : 허클베리 핀은 록킹하고 그루브하게 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허클베리 핀 4집도 그러한 테마로 가고 있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엔 음악을 거의 안 듣거나 ‘앤디 윌리엄스’처럼 자극이 적고 스탠다드한 음악을 주로 듣는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인데 과연 ‘나’는 무엇이겠는가. 타인은 나를 이기용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겠지만 나라는 존재에게는 시간적인 역사가 있고, 어느 순간을 딱 집어 보면 지금의 이기용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게 음반은 시간적인 의미와 함께 마디마디의 자신, 삶 속에서의 어떤 위치를 보여준다. 나의 세계는 과거와 현재의 세계와 만나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여러 느낌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 스왈로우에는 좀 더 개인적인 환상과 상상을 담는다. 허클베리 핀이 공격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의 상태를 담아낸다면 스왈로우는 그렇지 않은 나를 보여준다. <봄의 피로>나 <몇 세기 전의 사람들>은 허클베리 핀에서는 조금 하기 힘든 음악이었다.

    나도원 : 각각 허클베리 핀과 스왈로우의 곡이 되는 기준이 있는가? 허클베리 핀의 <Hey Come>은 스왈로우의 곡이 되었을 수도 있는 스타일 아닌가.

    이기용 : 허클베리 핀 3집이 앞서 말한 스왈로우의 감성과 좀 맞물려 있다. 그동안의 허클베리 핀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는 앨범이었고, 발표순서는 달랐지만 허클베리 핀 3집이 스왈로우 1집보다 먼저 녹음되기도 했다. 반대로 스왈로우 2집에서 어떤 곡들, 예를 들어 <밤은 낮으로>나 <너는 웃지 않고 난 웃었어>는 소영이가 불렀다면 좀 더 격정적이 되면서 허클베리 핀과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게 어울렸을 곡들이다. 곡을 내가 만들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좀 있는데, 어떤 곡들은 스왈로우와 허클베리 핀 사이에서 자리를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도 있긴 했다. 물론 노래를 만들 때엔 기준이 있는데, 앨범을 내야할 시점은 정해져있다 보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곡들은… (웃음)

    나도원 : 1집 [Sun Insane]과 2집 [Aresco]에는 다른 두 지점이 있다. 무드에서는 전자는 낮게 침잠했고 후자는 여유롭고 편안해졌다는 것, 그리고 표현법에서는 전자가 미니멀했다면 후자는 밴드 사운드로 풍성하게 채웠다는 것이다.

    이기용 : 맞는 말이다. 스왈로우에서는 기본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를 지향하면서 소소한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풍경에 대한 느낌들과 시간을 거슬러가는 느낌을 격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들을 생각한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만나고>란 곡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어떤 소울메이트를 상상해본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만이 나와 가장 친밀한 영혼을 소유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어디쯤에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있는데 못 만나고 있을 수도 있다. 확장시켜서 몇 세기 전으로 올라가본다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 내 영혼이 잠시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 옛 친구를 만나고 다시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현재의 침대로 돌아온다는 상상을 노래한 곡이다. 이런 이야기를 허클베리 핀에서는 잘 하지 않았다.

    이것을 1집에서는 미니멀한 형식을 갖춘 실험적인 시도로 이야기했다. <긴 방랑이 끝나는 아침>은 베이스와 드럼을 빼고 기타와 보컬로만 노래하고 <저녁의 룸펜>은 기타와 바이올린으로만 만들어본다거나 하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킹맨의 거짓말>, <Deja Vu>처럼 코드 두 개로만 만든 곡도 있고 <몇 가지 오해들>처럼 아예 코드 하나로 만든 곡도 있다. 그런데 2집은 바로 이러한 형식마저도 버려보면서 듣기에 무리 없이 만들고자 했다. 혼자 있을 때에 자연스레 골라 꺼내게 될 정도로 나도 자주 듣는 앨범인데, 그건 최근의 작업물이라서가 아니라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햇볕을 원하고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모습들을 드러내고 싶었고, 당시 행복했던 내 인생도 담아내고자 했다. 그것이 음악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세계들의 만남에 대하여 고민한다.”

    나도원 : 물론 1집에도 <봄의 피로>, <저녁의 룸펜>, <Deja vu>처럼 좋은 트랙들이 있었지만 2집에서는 귀에 잘 들어오는 ‘송’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도 <Three Season>, <내가 너를 따라 간다면>, <몇 세기 전의 사람을 만나고>, <밤은 낮으로>, <너는 웃지 않고 난 웃었어> 등 선호하는 트랙들이 많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싱글 부문에서도 너무 많은 곡들이 함께 거론되면서 표가 분산되어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했다. 보다 폭넓은 공감을 원했는가?

    이기용 : 의외였다. 기존의 내 감성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만든 앨범이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결과나 평들을 보니 의아하기까지 했다. 썰렁하다고 욕먹는 사람이 “그래, 나 썰렁해”하면서 뭐라고 중얼중얼 편하게 만들었더니 그게 갑자기 터졌다고 해야 할까. (웃으며) 스왈로우 1집과 허클베리 핀 3집 [올랭피오의 별](2004)처럼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든 앨범들은 냉대를 받더니 그냥 편하게 만든 앨범이 칭찬을 받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공감이라는 측면은 내게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고, 그것을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물론 음반을 발표한다는 행위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다. 누구도 이런 욕망을 부정할 수 없다.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음반을 꺼내고 녹음을 하며 음악을 들어온 행위가 무엇이겠는가. 기억이다. 존재에 대한 기억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기억되고 싶다는, 존재하고 싶다는, 나를 남기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내 능력 밖의 것을 숙성되지 않은 채로 내보이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음악적인 훌륭함과 후짐의 차이는 극명하다. 극단적인 예로 비틀스의 훌륭한 곡들과 국민 로커라는 Y밴드의 노래의 차이는 명확하다.

    나도원 : 스왈로우와 허클베리 핀은 전반적으로 비관적이다. 스왈로우 2집도 밝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염세적이어서 밝아졌다기보다는 관조적인 되었다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사람은 뭔가를 찾을 때 고통스럽지만, <밤은 낮으로>의 ‘쉬지 않고 지쳐가리’라는 말은 너무 가혹한 얘기가 아닌가?

    이기용 : 염세적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만화 『몬스터』에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걸리는 불치의 병, 그것은 바로 희망’이란 말이 나온다. 공감하는 얘기다. 나는 서로 다른 세계들의 만남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다. FTA와 같은 자본주의 세계의 흐름 한 편에는 소외된 사람들, 사회로부터 잉여인간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이 있다. FTA는 그들에게 가혹한 삶을 강요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 복지 등에서 좋아진 게 별로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보다야 지지하는 마음이 있지만 복지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뇌’가 있는 사회라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야말로 중요하다.

    반면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 괴리감, 이질감, 배신감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 길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할머니의 세계와 미용에 몇 백 만원을 투자하는 사람들의 세계는, 같은 나라와 같은 도시,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물론 사람의 사고체계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서 다르다는 이유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좀 더 좋은 걸 기대하려면 역시 고민해야하지 않겠는가. 이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 만나며, 그 세계들의 작은 접점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는 영원한 화두이다. 그런 면에서는 염세적이다. ‘쉬지 않고 지쳐가리’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왔다. 앞에서 말한 것들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지쳐가면서, 내가 소진이 되어가면서라도 계속 그 쪽으로 가야한다는 얘기다. <밤은 낮으로>의 가사 역시 다른 세계들의 공존과 만남에 대한 얘기다. ‘밤은 낮으로, 낮은 밤으로….’ 가사 쓰면서 여러 의미를 담는다. 예를 들면 ‘언젠가 너희도 쓴맛을 봐야할 텐데’ 하는 얘기도 있고, 반대편에게는 ‘하다못해 죽음이라는 마지막 희망도 있습니다’고 하는 얘기도 있다. 죽음이 마지막 희망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겪어보지 않고선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

    나도원 : 훌륭한 작사가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내용과 형식에서 은유와 파격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왈로우의 <킹맨의 거짓말>, <Deja vu>의 내용적 은유, 그리고 <저녁의 룸펜>과 허클베리 핀의 <불안한 영혼>의 형식적 파격 등이 그것이다. ‘머저리’나 ‘머리야’ 같은 말이 가사로 쓰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기용 : 사람이 만든 조직은 또 하나의 생명체가 되고 환상의 비전을 필요로 한다. 어떤 조직이든 그 방향을 좌우하는 사람, 즉 ‘킹맨’은 거짓말을 하게 되어있다는 얘기가 <킹맨의 거짓말>이다. 또 사회로부터 잉여인간이 된 이들의 세계에는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희망도 없이 오로지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삶이 있을 뿐인데, 그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게 된다는 가정을 해볼 수는 있다. 역사적으로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해 국내외에 많은 선례들이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 어디에서 본 것 같고, 있어왔고, 또 언젠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 ‘기시감’ 즉 <Deja vu>다. 그리고 사람이 염세적이 되다보면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도 거기에까지 생각이 가봤던 사람이라 잘 알고 있다. <불안한 영혼>의 ‘머리야’는 자신의 모습이 끝없이 혐오스러워지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왜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게 되어 이대로 가면 죽어버릴 것 같아진 사람의 처절한 외침이다.

    하지만 굳이 내 가사를 주의 깊게 보거나 가사에 감동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놓은 세계와 음악을 듣는 사람의 세계가 만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불만은 없다. 내가 취한 하나의 방식과 스타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음악 하는 사람이지 시를 쓰는 사람은 아니다. 덧붙이자면 노랫말의 영역이 너무나 협소하다. 영화만 하더라도 살인부터 온갖 변태적인 소재들까지 되는데, 음악에서는 시적으로 누군가를 죽인다거나 뭔가를 불태운다거나 등등의 어떠한 상상력이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다. 편협하고 후지다. 가사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자기 세계에 갇혀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는 것은 후진 사고방식이다”

    나도원 : 증오와 분노는 경멸과 냉소보다 뜨겁다. 당신의 음악은 그 사이 쯤에 자리하고 있다. 이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기용 : 좀 더 나은 표현을 위해 늘 고민하면서 앞으로 성장해가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가사와 음악 스타일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변화해가는 나의 느낌들을 표현하고 싶다.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민중음악인들의 태도와 작업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분들께서도 음악적 스타일에 대해 고민해주셨으면 한다. 음악인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음악은 먼저 음악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나도 마흔이나 쉰이 넘어서도 음악을 한다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나도원 : <어디에도 없는 곳>은 처음부터 한대수 선생을 의식한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앨범의 흐름 속에서 다소 튀는 면도 없지 않다. 한대수 선생과 이기용 사이에 어떤 고리가 있다고 보는가?

    이기용 : 잠에서 깨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만들면서 바로 멜로디가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한대수 선생을 떠올렸다. 당시엔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찾아뵙고 부탁을 드렸다. 어제도 한대수 선생을 뵈었는데 그 자리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음악 선배도 함께 있었다. 음악을 계속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그 선배에게 한대수 선생이 “당신은 계속해야 한다. 음악을 하고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질타 아닌 질타를 계속하더라. 한대수 선생은 나이가 들었어도 좋은 음악의 핵심과 음악에의 열망, 그리고 그 노력과 품위와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많지 않다. 물론 내가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나와 같은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가깝게 느낀다.

    나도원 : 오랫동안 소수 의견이었으나 이제 이기용을 한대수, 김민기, 정태춘을 잇는 중요한 음악창작자로 보는 시각이 동의를 얻어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기용 : 그런 말을 듣기 훨씬 전부터 존경해왔던 분들이다. 음악과 세계 그리고 그 사이의 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즉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본받을 것이 많은 분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김민기 선생은 중단했지만, 한대수 선생과 정태춘 선생을 음악인으로 끝까지 살아있게 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세 분의 이름 뒤에 내 이름이 이어지면서 계보를 잇는다고 하니까 기분이 묘해지는 일이다. 과연 벌써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지 어색하기도 하다. 물론 내가 ‘에릭 클랩튼’에게서 전혀 매력을 못 느끼듯이 경력이 많다고 모두 존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9집까지 좋은 앨범을 내다가 후진 10집을 만든다면 남들의 욕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이러한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

    시대적인 상황과 의미에 있어서도 그렇다. 우리가 지금 누구 덕분에 마음대로 노래를 할 수 있는가. 정태춘 선생의 음반사전심의철폐투쟁 때문이며, 이것은 정말 모두가 알고 기억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음악으로 꼭 투쟁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음악의 어떤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한대수 선생이 투쟁하면서 음악하신 분은 아니다. 독재정권 시대에 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두 금서로 해버린 적이 있는데, 이 얼마나 촌스러운 방식의 정치인가. 그렇듯이 80년대에 운동권에서 미국 팝 음악에 대해 취했던 태도도 세련된 방식은 아니었다. 음악을 대하는 것에서도 다른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그 시대에서 한대수, 김민기, 정태춘 선생 모두 최선을 다했고, 그들 모두가 존경을 받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분들이다.

    나도원 : 작가주의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거움과 작가주의에 대하여 비판을 가하면서 이기용에 대한 평단의 지지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이기용 :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이 있다. 만약 후진 앨범을 낸다면 그 때 욕해주기 바란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가 저 친구는 뭐가 저렇게 진지하고 비판적이며 시니컬한가,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나와 다른 세계를 살았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후지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힙합 음악인들을 비방하지 않는다. 다르다고 비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타령 하는 노래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노래에도 격이 있을 뿐이다. 간혹 어떤 이는 나를 엄숙주의자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소외 속에서 살면서 그 비애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자기 몸집보다 몇 배나 커다란 짐을 끌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동정심을 느낄 수 없다. 자기 세계에 갇혀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는 것은 후진 사고방식이다.

    나도원 : 기본적으로 밴드 뮤지션임에도 본인만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이기용 : 부담이 있다. 음악하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밴드는 더욱 어려운 선택이다. 그럼에도 밴드를 하고 있는데,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허클베리 핀의 멤버들이 8-9년 동안 함께 고생해왔다. 내가 작사·작곡을 다 하고 편곡도 대부분 맡고 있지만 다른 멤버들의 스타일이 모두 묻어나와 음악이 된다. 함께 한 사람이 달랐다면 음악도 달라졌을 것이다.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내 음악이 어디에 있겠는가. 허클베리 핀이라는 이름으로 갈 때까지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또한 밴드가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멋있는 형태인지를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되리라 본다.

    2006 광명음악밸리축제


    “열정을 갖고 하되 아주 차갑게, 내 몸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그만큼의 세기로”

    나도원 : 허클베리 핀의 <죽이다>, <보도블록>, <사막>과 스왈로우의 <Deja vu> 등 혁명을 은유하는 곡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과격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안다. 변한 게 아니라 굳이 내보이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정치적인 이미지를 과하게 씌우는 건 오히려 음악인에게 해가 된다고 보는데, 그러한 이유도 있었는가?

    이기용 :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많이 담아오긴 했으나 선동하지는 않았다. 내 스타일일 뿐이다. 단지 내 느낌과 생각을 음악에 담아내려는 사람일 뿐이다.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상식이다. 상식적인 세상이 되는 것이 진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 이상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급진적인 혁명주의자마냥 되는 것은 음악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원 : 음악으로만 말하는 사람이라지만 사회당원이고, 뮤지션에게 열악한 조건이었음에도 지난 1월 19일 ‘시사저널 살리기 거리문화제’에도 참가했다. 이러한 활동은 시민으로서의 예의인가?

    이기용 : 앞에서 말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게 두려워 피한다는 것도 우습지 않겠나. 시사저널 문제는 노조 집행부와 시사모 사람들이 형사고발을 당한 상태이고 원만한 합의와 복직이 이루어지기에는 전망이 비관적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참여를 했고, MR을 틀어놓고 하는 공연임에도 기꺼이 응했다. 4월 20일, 시사저널 파업 100일째를 맞아 서울역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한다.

    나도원 : 샤 레이블(Sha Label)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의 독자성을 지킬 수 있는 인디레이블이기도 하지만, 기성 시스템으로부터 거부당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기용 : 세상이 ‘What a wonderful world’는 아니다. 그래서 안고 가야할 부분들이 있다. 레이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음반을 아무도 내주지 않아서였다.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 우리끼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레이블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다시 말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었고 홍보 면에도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상쇄시키고 남을 만한 것들이 있었고 우리 음악의 독자성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레이블을 운영하며 레코딩 기술, 운영의 노하우와 능률,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 등을 얻었다. 여러 가지 부당함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그렇지 않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허클베리 핀 4집 다음에는 스왈로우가 아닌 신인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앨범을 낼 계획이다. 이름을 걸고 제작하게 되니만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도원 : 음악에 발목 잡혔다고 한 적이 있다. 무엇이 현재까지 오게 하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해나갈 생각인가?

    이기용 : 사춘기인 중학교 2학년 때 아무도 없는 집에 멍하니 누워 뭘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 날 세 개의 답이 나왔다. 하나가 음악, 또 하나는 글, 마지막 하나는 지금껏 한번도 입 밖에 내지 않은 무엇이다. 지금도 돈과 무관하게 하고 싶을 것을 하라면 그 세 가지다. 현재는 그 중 하나만 하고 있지만 아마 나중에는 다른 두 가지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한 일이다. 의식적이 아니었는데도 음악을 하게 되었고, 이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음악적인 욕망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 내가 있다. 그 속에서 성장해갈 뿐이다. 사람은 변화해간다. 만약 세포 하나를 떼어내어 그 세포가 죽는다고 해도 내가 죽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산책을 많이 하고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덜 후회스러운 삶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살면서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내게는 좋은 음악에 대한 몇 가지 기준들이 있다. 열정을 갖고 하되 아주 차갑게, 내 몸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그만큼의 세기로만 표현한다는 원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내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반응하지 않으면 노래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음악인의 기본적인 자세여야 한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20대에서 30대 초반의 결과물이 자신의 베스트가 되어버리고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다면 치욕스러울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음악인이 되고 싶다.

    스왈로우


    ◆ 이기용
    1997년, 허클베리 핀 결성
    1998년, 허클베리 핀 1집 [18일의 수요일] 발표
    2000년, ‘섬’(김기덕 감독) OST 참여, 허클베리 핀의 명곡 <사막> 수록
    2001년, 허클베리 핀 2집 [나를 닮은 사내] 발표
    2004년, 샤(Sha) 레이블 설립
    2004년, 스왈로우 1집 [Sun Insane], 허클베리 핀 3집 [올랭피오의 별] 발표
    2005년,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수상
    2005년, 스왈로우 2집 [Aresco] 발표
    2006년, 허클베리 핀 싱글 [Huckleberry Finn] 발표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올해의 모던 록 앨범’ 수상

    스왈로우 [sun insane]

    스왈로우 [aresco]

    이기용 “나도 햇볕을 원하고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도원 :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가? 이기용 :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나 10시 30분 정도에 일어나 씻고, 책을 좀 보다가 오후 1-2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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