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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토)부터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0 인천펜타포트아츠페스티벌 개막공연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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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슴네트워크 10주년 기념축제 현장 스케치

      가슴네트워크 10주년 기념축제(2009 가슴네트워크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티클 2003 108 POSTS


  1. 이야기의 시작은 2002년의 [I Break Chairs]가 적당할 듯 합니다. [I Break Chairs]는 그 전에 간간히 비춰왔던 Damien Jurado의 뒷면을 완전히 보여준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루츠록이나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때로는 Bruce Springsteen 혹은 Neil Young의 영향을 드문드문 드러내던 것을 본격화해서 ‘Gathered in Song’ 이라는 밴드를 조직했습니다. 한 편에서는 그 결과물인 [I Break Chairs]를 Damien Jurado의 최고작이라고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팬들은 실망이 우선이었습니다. 그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일 때는 역시 사람들의 내면을 읊조릴 때였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Nick Drake에서부터 Elliott Smith에 비견되는 미니멀한 포크-인디팝 아티스트입니다. 최초 펑크계열의 밴드로서 그 경력을 시작했다가 솔로 활동 이후에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엘리엇 스미스와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Sub Pop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발표했던 [Rehearsals for Departure]나 [Ghost of David]로 청자와 평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그는 문제의 전작 이후 Sub Pop과 결별하고 Secretly Canadian으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03년에 동 레이블을 통해 [Where Shall You Take Me?]를 발표합니다.

    신보의 키워드는 한 마디로 ‘복귀’입니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Sub Pop 전성기의 전형적인 포크 스타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오프닝부터 간결한 구성 하에 낮은 읊조림으로 공간감과 훅을 부여하는 솜씨가 돌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mateur Night>은 앨범 내에서 가장 조용한 쪽에 위치한 곡이지만 좋은 기억을 자극해줌으로써 오히려 앨범 전체의 인상을 대변합니다. 이후 강약을 조절하며 <Window>까지 이어가며 컨트리 더 나아가 블루그래스적인 터치를 보여주고 가스펠적인 요소의 농도를 서서히 높여갑니다. 그 자신도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Rosie Thomas의 목소리가 더해진 <Omaha>나 <Window> 등의 트랙에서 볼 수 있는 하모니는 느리고 심약하지만 밝은 기운을 놓지 않습니다.

    Bruce Springsteen을 닮은 <Texas To Ohio>나 발라드 넘버 <Intoxicated Hands>에서 느껴지는 주류적 감성은 [I Break Chairs]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지만, 굳이 그 이름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그 이전에 발표된 작품들의 연장선으로 보아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평소처럼 그 비중을 20% 이하로 낮추었을 때 더 정선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좋지만 그렇다고 앨범 한 장을 전부 채울 필요는 없었던 것이죠. 그나마 개별적인 완성도가 보증되지도 않았다면 더더욱.

    전체적으로 길지 않은 앨범은 단조롭게 보이지만 각각의 트랙은 개별적인 스타일 안에서 최상급의 성과를 보여줍니다. 특정 트랙을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고른 완성도는 물론이고 그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상반되는 기질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앨범은 감상 시에 그 길이에 비해 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지루함보다는 포만감에 기인합니다. 그래서 30분이 조금 넘는 플레잉 타임은 그 길이로 인해서 조금도 흠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지루한 장면을 걷어내면서 그와 함께 완성도도 살아난 영화와 같습니다. Sub Pop 시절의 명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Damien Jurado 최고의 작업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그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유난히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일이 잦으면서도 Damien Jurado라는 이름 자체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음악 활동의 시작부터 꾸준히 인디로서의 태도와 위치를 견지하고 미국의 음악적 전통을 활용하면서도 인디팝/락의 영역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는 모습이 그의 지지자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에게 갖는 작은 불만이 있다면 풀-렝쓰 사이사이에 다른 레이블을 통해서 수시로 테이프와 EP 작업을 쏟아내는 인디 안에서도 독립적이고 유목민적인 그의 기질 정도일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2년의 [I Break Chairs]가 적당할 듯 합니다. [I Break Chairs]는 그 전에 간간히 비춰왔던 Damien Jurado의 뒷면을 완전히 보여준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루츠록이나 90년대의 얼터너티...

  2. 정재일. 그 이름을 처음 본 것이 98년 패닉의 3집 앨범이었으니까, 이미 5-6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이미 그는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고, 이후 자신이 속한 밴드 긱스의 앨범을 비롯하여, 이적, 김동률, 정재형, 봄여름가을겨울, 윤상 등 상당한 지명도의 뮤지션들의 음반에 세션으로 혹은 작·편곡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천천히 꾸준히 자신의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었다. 때문에 작년(2003)말 발매된 그의 첫 솔로앨범이 - 별명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 무척 늦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무슨 보도자료 같은데 나오는 것처럼 그 앨범을 "그토록 기다려온" 것은 아니었다. 그간의 작업물들 중에서 진정으로 그 닉네임밸류를 실감할 수 있었던 곡은 재작년 윤상의 [이사]에서 만난 <Ni Volas Interparoli> 단 한 곡뿐이었기에, 준수한 뮤지션 이상의 기대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기대 없이 만난 그의 앨범은 여러모로 예상 밖이었다. 장난기 넘치는 가사나 훵키한 그루브를 중심으로 자신의 다양한 재주들을 중구난방 펼쳐내지 않을까 싶었던 그 앨범은 마치 하나의 대곡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진지한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었다. 웅장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주는 초반부, 싱글·가요적인 성격이 강한 중반부, 차분하고 정리하는 분위기의 후반부로 나누어지는 각 파트 사이에는 음악적 간극을 줄여주며 부드럽게 이어주는 짧은 연주곡들이 배치되어 - 조윤의 [뫼비우스의 띠]만큼은 아니겠지만 - 큰 무리 없이 앨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대충 프로그레시브 클래시컬 팝 정도로 명명하고 싶은 이 음반의 음악은 클래식, 전자음, 목소리 세 가지 정도의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이 앨범이 갖는 대부분의 매력은 이 세 요소들의 절묘한 조화와 균형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정재일은 주변의 부담스러운 기대에 눌려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자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선정성이 깨끗이 제거된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전체를 조율하고 내부를 채워나간다. 패기보다는 절제와 노련함이 돋보이는, 도무지 첫걸음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첫걸음이다.

    오케스트라야 이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도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아이템이지만,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나의 중심축으로 놓고 가는 음반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넥스트의 [영혼기병 라젠카]와 예민의 [Nostalgia] 정도?) 물론 그런 형식적 의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앨범의 관현악은 어느 유학파 뮤지션 부럽지 않을만큼 충분히 뛰어나다. 보통 몇십인조 오케스트라를 썼니 어쨌니 해도, 대개의 가요에서의 현악이란 '얹혀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첫걸음>과 <눈물꽃>에서 확실하게 그 매력을 보여주는 이 앨범의 '관'현악은 오케스트라 내의 중저음역대 악기들이 충실하게 사용되는 덕분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탕에 깔려 곡 전체를 감싸 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관악기 역시 피콜로나 플롯 같은 선명하게 튀는 악기들 대신 상대적으로 저음역대의 악기가 부드럽게 연주되고 있다.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재일의 보컬은 결코 폭발하는 법이 없다. (절제된 노래가 격정적인 피아노와 대비를 이루는 <그 곳>을 보라.) 때문에, 그의 노래는 청자의 가슴을 단번에 찔러 들어가는 자극적인 호소력을 갖지 못하고, 그것이 결국 정서적 절박함의 부재나 태도의 진실성에대한 의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소지를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단 한번도 절규하지 않고 부드럽게 강약을 조절하며 오르내리는 그의 창법은 클래식 악기들의 특성과 맥을 같이 하며, 보컬을 클래식 선율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그의 노래는 앨범 곳곳에 배치된 전자음들과 함께 오케스트레이션이 줄 수 있는 느끼함이나 도식성 같은 부작용을 없애 주는 긍정적인 작용도 하고 있었다.

    웅장하고 풍성한 관현악과는 정반대로 보컬은 단 한번의 두터운 오버더빙이나 코러스도 허용하지 않은 채 - 조금은 초라한 느낌까지도 받을 수 있을만큼 - 홀로 곡을 이끌고 있는데, 기교 없는 그의 목소리와 기술적인 바이브레이션이 아닌 아마추어적인 긴장에서 오는 듯 들리는 목소리의 미묘한 떨림은 곡 전체에 소박하고 순수한 인상을 부여하고 있다. 정재일의 목소리와 함께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목과 가사, 창을 연상시키는 이지영과 신연아의 코러스는 은근히 한국적인 향취를 내뿜고 있었고, 거기에 일반적인 드럼 음색이 아닌 월드뮤직의 타악기 소리나 거친 전자음들을 조합한 리듬프로그래밍이 더해지면서 만들어내는 트레디셔널한 뉘앙스는 서구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의 기름기를 효과적으로 빼내고 있었다.

    앨범이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아쉬운 면들도 조금씩 보인다. 단조로운 진행과 무심한 베이스가 신선한 <또 다른 오늘>은 곡길이를 반정도로 줄이면 좋을 것 같고, 전반적으로 진지한 곡들 사이에서 제목이 다소 깨는 <별난 녀석>은 롤링이 뭉치고 강약의 변화가 부족한 스네어 소리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내일까지는 얼마나 남았지?>의 현악은 너무 풍성하고 매끄러워 갑작스런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데, 트레몰로를 좀 더 강하게 걸고, 주선율도 앙상하고 거친 음색으로 연주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자장가 성격의 느릿한 선율을 반복하며 앨범을 마무리하는 <새벽달>에서는 결국 보컬과 스트링의 진부한 유니즌까지 등장하여 "긴 하품과 함께" 좋지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었다.

    "아직 나는 모르는 게 많아. 그러니, 가끔 너는 깜짝 놀랄 거야. 아직 나는 해야 할 게 많아. 그러니, 가끔 너를 버려 둘지도 몰라. 이게 나라는 것을 받아 주기는 쉽지 않겠지. 알고 있지만, 마치 미로처럼 뒤얽힌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 대신 나를 조금 비웃어도 괜찮아. 아직 내겐 허튼 꿈이 많아. 그러니, 가끔 너는 겁이 날지도 몰라. 이게 고백이란 걸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 알고 있지만, 마치 농담처럼 가벼운 나의 노래를 들어준다면, 그 대신 너도 가끔 날 울려도 괜찮아. 조금 미워해도 괜찮아. 가끔 달아나도 괜찮아. 나를 비웃어도 괜찮아." - <별난 녀석>

    어떤 사람은 이 음악에 대해서 시큰둥해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천재라는 주변의 찬사가 가당치 않다며 발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고백의 연가로도, 음악을 향한 도전장으로도, 팬들에 대한 당부로도 읽힐 수 있는 <별난 녀석>의 가사를 읽어본다면, 설혹 그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를 미워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재일. 그 이름을 처음 본 것이 98년 패닉의 3집 앨범이었으니까, 이미 5-6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이미 그는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고, 이후 자신이 속한 밴드 긱스의 앨범을 비롯하여, 이적, 김...

  3. 뉴 햄프셔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중학생이던 Will Robison Sheff와 Seth Warren이 우연히 스쿨버스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둘이 첫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텍사스 출신의 또 다른 친구 Zachary Thomas가 기타를 잡고 5분만에 Will Sheff를 능가하면서 이들은 3인조가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이들은 모두 흩어졌지만, 이들이 모두 텍사스에서 한 자리에 모인 이후 Okkervil River가 탄생했습니다. 첫 번째 작업 결과물이었던 [Stars Too Small to Use]를 녹음한 이후 가졌던 공연을 본 Jonathan Meiburg가 이들의 첫 번째 팬이자 4번째 멤버가 되었으며, 두 번째 앨범 [Don't Fall in Love with Everyone You See]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Seth Warren이 탈퇴하고 Mark Pedini가 마지막 멤버가 되었습니다. 현재 Okkervil River는 Will Robison Sheff와 Jonathan Meiburg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둘은 Shearwater라는 별도의 프로젝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초 컨트리와 포크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던 이들의 음악은 어두운 가사와 감정적 폭발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Will Sheff의 목소리는 양쪽 모두에 어울리는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텍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밴드들과 비교한다면 Pleasant Grove와 음악적 기반에 있어서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배경을 무시한다면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차라리 New Year 같은 팀과 비교하는 것이 간단합니다. 그렇다고 Banjo를 든 New Year를 상상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우습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감정선에 관한 비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American Analog Set일까요.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Okkervil River에게는 그런 공간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가라앉은 곳에서 시작해서 더 높은 곳에서 끝을 냅니다. [Stars Too Small to Use]나 [Don't Fall in Love with Everyone You See]는 모두 Okkervil River의 이런 특징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2번째 앨범은 데뷔에 비해 컨트리 적인 감성을 조금 덜어낸 정도입니다.

    [Down the River of Golden Dreams]는 이들의 세 번째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Don't Fall in Love with Everyone You See]가 보여주었던 변화의 단초를 가능한 끝까지 밀고 가면서 만족스러운 수준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앨범에서 Will Sheff는 자신들이 인디팝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신보를 인상적인 커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Will Sheff는 초반부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숨기지 않습니다. 가사와 음악에 담긴 우울함은 그의 솔직하고 움츠러들 줄 모르는 보컬에 실려서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어쿠스틱한 배경에서 그는 일견 Conor Oberst 같은 모습도 보여줍니다. 하지만 Will Sheff의 목소리는 내면보다는 외부를 향하고, 그렇지만 굳이 청자의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고도 충분히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Will Sheff의 취향과 선택적인 한계 탓에 한정적인 편곡 내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냈던 전작들에 비해서 스트링과 혼 등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절대 기존의 팬들에 대한 배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이 시작부터 준비해왔던 지향점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이제는 컨트리에 한 쪽 발을 공고하게 디딘 Okkervil River를 만나는 것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Shearwater는 오히려 Okkervil River 보다 선행하여 이런 스타일을 완성했고, 감정적인 부분이든 스타일적인 부분에서든 보다 깊이 파고들어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행도 뒤를 돌아볼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Shearwater의 작업이 역으로 Okkervil River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식의 언급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Shearwater는 상기한 Will Sheff의 매력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고 있는 팀이며, Okkervil River의 대척점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Julie Doiron과 함께 작업했던 스플릿 앨범을 보더라도 Okkervil River의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Julie Doiron 같은 발가벗겨진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요컨대 Shearwater와 Okkervil River의 관계가 단순히 감성적인 속도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제 자신과 청자들에게 [Down the River of Golden Dreams]의 가장 즐거운 점은 Okkervil River가 드디어 앨범 단위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Will Sheff라는 이름의 강력한 존재감은 한 사람의 스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훌륭한 밴드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45분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스타일 내에서도 그의 송라이팅과 보컬은 훌륭한 친구들의 품 안에서 마음껏 뛰어놉니다. 스토리텔링의 예측 가능성 내에서 미세한 오차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함께 부여할 것입니다. 아마도 가장 커다란 오차는 이 앨범이 예상을 뛰어넘는 빼어남을 품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뉴 햄프셔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중학생이던 Will Robison Sheff와 Seth Warren이 우연히 스쿨버스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둘이 첫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텍사스 출신의 또 다른...

  4.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는 '별' 출신의 조월이 속해있는 밴드로서 가장 먼저 알려졌다. 조월은 그 전에 '진공악단'에서 한동안 음악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 두 밴드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속옷밴드의 음악적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클럽 공연을 통해 밴드는 일렉트로니카의 기본적인 방법들로부터 시작해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사운드 텍스쳐와 록의 절충을 탐구하려한, 어떤 의미에서는 나름대로 기대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속옷밴드는 슈게이징의 위시한 소위 '포스트록'의 토대가 허약한 국내 록씬에서 미래주의 록음악의 한 흐름을 이어가는 밴드라는 측면에서 그 희소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속옷밴드는 이전의 활동을 통해 일렉트로니카와 록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탐색하고자 했고, 나름대로의 감수성과 정서를 통해 21세기를 야심만만하게 정의해내려고 했던 별이나 진공악단과 마찬가지로 '포스트모던' 시대 현대사회 속의 다양한 시선들을 포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왔다. 2년 동안의 공연활동과 컴필레이션 작업 속에서 밴드는 일관성 있는 사운드를 추구해왔으며 '포스트록'이라는 명제에 걸 맞는 다소의 깊이와 실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이 팬들과 평단 양쪽 진영의 일반적인 견해였을 것이다.

    분명히, 이 앨범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괜찮은 성과들을 담아내고 있다. 깔끔하게 정제된 사운드 스케이프는 꽤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고, 포스트록의 일반적인 방법들을 차용해온 부분에 있어서, 그리고 이를 통해 각각의 사운드의 층위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 밴드는 자연스럽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진행을 들려준다. 이러한 안정성을 구축하는 가장 주요한 힘의 원천은 기타록과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하는 원숙함에서 발아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타록은 화성학의 산물임에 반해 일렉트로니카의 근본은 그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포스트록이란 쉽게 말해 바로 이 양단의 양식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사랑의 유람선]은 이 일련의 과정들, 즉 테크놀로지를 수렴한 기타 사운드가 도달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의 한 단면을 탐색하고 있고, 기타록과 일렉트로니카를 융화해낸 솜씨는 그 속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일관성 있는 접근방식 속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상의 효과를 노리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전체적으로 단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앨범의 모든 트랙들은 단일한 스타일 하에서 부차적인 악상들이 연속적으로 답습되는 느낌은 최소화되어있다.

    하지만 만약 이 앨범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포스트한' 시도들을 담아내려 하는 것이고 따라서 기술적 성취보다는 탈관습과 차별의 이념들을 얼마나 실천해내었느냐 하는 점에 있는 것이라면, 결정적으로 이 앨범에는 21세기라는 시대적인 공간을 관통할만한 독창적인 시도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독창성이란 돌려 말하면 특정한 부분을 중심으로 초과 에너지를 산출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앨범에는 이런 과잉적 에너지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모과이나 시규어 로스 같은 스타 포스트록 밴드들은 물론이고 구조주의 음향학파들과 아방 재즈, 아방 일렉트로니카에 이르기까지의 광범위한 참조목록들이 수용되는 과정에는 의외로 창조가 배제 되어있다. 기존의 코드를 결합하는 기계적인 축적에 의존하여 있을 뿐 생산적으로 기능해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사운드 자체가 오리지널리티보다는 지난 세기의 관습적인 면들을 상기시키며 진행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게 들리는 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포스트록의 미덕은 개별적인 악상들과 구성요소들간의 상호관련성의 해체에서 진보를 실천한다는 점에 있다. 일정한 실재를 구성한 사운드 텍스트에 있어서 혁신의 수단이 개별적인 구성요소들과 전체로서의 체계적 구조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존재한다고 볼 때 이 앨범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전적으로 이쪽 씬이 관습화 되어가고 있는 탓으로 돌리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불과 작년에도 매니토바(Manitoba)나 포 텟(Four Tet) 브로크백(Brokeback)을 비롯한 많은 밴드들이 이 씬에도 여전히 개척할 부분들이 남아있음을 입증하는 일련의 앨범들을 발표했다. 90년대 실험주의 록의 가장 중요한 화두들 중 하나였던 포스트 록은 21세기의 지금도 아직 유효한 셈이다. 테크놀로지가 록의 실천 이념으로 편입된 후 그 예민함은 소중한 결과물들을 다양하게 꽃피웠고 그것들이 남겨둔 미지의 영역들은 아직도 탐색중이다. 한때 공연장을 잠식했던 신서사이저와 각종 샘플링 머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해 나가며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록필드를 생각해본다면 이 앨범의 비판적 측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는 '별' 출신의 조월이 속해있는 밴드로서 가장 먼저 알려졌다. 조월은 그 전에 '진공악단'에서 한동안 음악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 두 밴드의 음악...
  5. Orkrist - Grond (KRV,2003)

    - 나도원 | 2004/02/26 18:00

    Orkrist - Grond (KRV,2003)

    - 나도원 | 2004/02/26 18:00

    슬로바키아 밴드 오크리스트(Orkrist)의 [Grond]를 말하기 위해선 짚어봐야할 것이 둘 있다. 하나가 "반지의 제왕"이다. 근대 이후의 과거경멸은 잊혀진 세계와의 조우인 전설과 신비를 추방했고 유폐된 가상공간에서 구현되는 선에서 허용했다. 그런 예들 중 대중적 인기가 많았던 하나가 "반지의 제왕"이며 그에 영향받은 음악작품들은 무수하다. 특히 블랙메틀 씬과 멜로딕메틀 씬에선 관련된 밴드들과 앨범들을 나열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오랫동안, 그리고 충분히 다루어져왔다. 나 없이 잘도 돌아갈 세상이지만, 그런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예술인·지식인의 (강요되지 않는) 사명이라곤 해도 전설과 신비, 그리고 그것이 녹아든 세계에 대면하고 상기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소명이다. 인류적 자각몽(自覺夢), 즉 비밀의 보고에의 참여시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계급적 공평이 요원한 시대에 문화적 너그러움이 패배자의 사치처럼 비춰지듯 동서간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원전의 유래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중영화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이 팬터지 미술의 영상화라든가, '헬름협곡전투'의 세트와 전투진행이 "이블데드3: Army of Darkness"(감독: Sam Raimi, `93)의 우스꽝스러운 공성전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은닉물이 많다고는 해도, 세계적인 히트까지 기록함으로써 서구인들의 문화적 우월감을 재차 충족시켜줬을 것을 생각하며 턱을 괴게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은 원작소설보다는 음악인들과 음악작품들에 대한 관심에서 기인한 바가 더 크다. 오크리스트의 [Grond]도 "반지의 제왕"을 모티브로 했고 내용적으로 팬터지메틀에 속한다.

    살펴볼 다른 하나는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장르들이 적극적으로 교섭하는 추세다. 블랙/둠에서 출발한 뮤지션들이 '고딕적 무드'의 유행을 통과하면서 프로그레시브, 모던락과의 교점을 찍었고, 골수적 둠/데쓰 밴드들 중 다수가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팝과의 접점을 찾아냈으며, 80년대 뉴웨이브/신쓰팝의 메틀버젼인 뉴웨이브 고딕메틀이 핀란드를 중심으로 부흥했다. 헤비뮤직 내부에서도 대서양을 건너 멜로딕데쓰와 뉴스쿨 하드코어가 만났으며, 메틀이 펑크를 흡수해 스래쉬가 탄생하고 거기에서 데쓰가 발흥했다면, 펑크의 적자인 하드코어는 다시 스래쉬와 데쓰를 흡수해 표현영역을 확장해놓았다. 그리고 그 중간지점에 메탈코어가 들어섰다. 얼추 교차지대가 난맥상을 띄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부채처럼 펼쳐졌다 다시 접히길 반복하는 것이고, 그 때마다 부채의 무늬가 새롭거나 눈에 익은 그림으로 변하는 마술일 뿐이다. 근래 멜로딕데쓰의 대표적 밴드가 더 넒은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의도적인 절충을 꾀한 불순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수한 흐름들이다. [Grond]도 스타일 면에서 포크블랙과 멜로딕메틀을 결합한 방법론 위에 서있는데, 리디아(Lydia, 여성보컬·플루트)의 세미소프라노가 리드하는 <When the Autumn Comes>와 <Dreams of Life Beyond My Shire Beloved>는 소위 나이트위시(Nightwish) 풍의 멜로딕메틀에 다름 아니고, <Shadowlord>와 <Angmereddon>에선 곡 자체 내에서 양자가 혼합되었다. '멜로딕메틀적'과 '블랙적'인 무드는 크롬(Crom, 보컬·키보드)과 리디아의 보컬스타일로 구분될 뿐이다.

    이상의 종합은 다음의 문장으로 이어질 때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신진급 밴드가 "반지의 제왕"을, 그것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스타일로 표현했다는 건 속된 말로 뒷북이다, 라는. 그리고 다수의 사운드트랙 성격의 접속트랙들을 끼워 넣은 포맷도 식상하고- 12트랙 중 5개 트랙이 접속트랙이고 1개 트랙은 짧은 연주곡이다 -, 앨범의 밀도를 떨어지게 했다. 여기까지 보면 [Grond]는 진부함 덩어리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장르에의 진득한 충실은 시공을 초월한 끈이 되어 언제 어디로든 소환될 수 있게도 하지만, 오크리스트는 장르에 충실하기보다는 소재의 표현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팬터지를 적극적으로 소재화 했던 멜로딕메틀과 블랙메틀을 뒤섞는 건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분명 장단으로 동시에 작용할 혼용은 소재주의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면 충분히 합리화될 수 있고, 감정적으로도 음감(音感) 충만한 곡들이 수긍케 한다. 앨범은 어중간해도 곡들은 산만하지 않으며 긴박하게 직조되어있다. 특히 종반부의 '플러스 알파'를 통해 긴장을 극적으로 해소하는데 이 때 등장하는 플룻은 지금까지 메틀에서 이처럼 요긴하게 쓰인 예가 얼마나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곡마다 적절하다. 이안 앤더슨(Ian Anderson, Jethro Tull)의 비음 섞인 격정적인 플룻도 매력적이었지만, 소지로의 오카리나마저 연상시킨 청아한 음색과 간결하고 포크적인 멜로디라인을 그려낸 리디아의 플룻은 인상적이다.

    접속트랙 외에 주력한 곡이라 할 여섯 트랙들 중 대부분이 싱글감이라면 [Grond]에 대한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치밀한 곡 구성과 멜로디를 주조한 크롬의 작·편곡 능력과 플룻의 적재적소 개입이 주효했으며, 이 미덕들이 격한 진행을 파고든 뛰어난 트랙 <Glamdring>은 물론이고, 키보드-플룻-기타-플룻으로 주고받으며 후반에서 절정을 이루는 <Angmereddon>, 그리고 좋은 멜로디의 <When the Autumn Comes>와 <Shadowlord>는 간만에 그 쪽에서 들어보는 '곡다운 곡'들이다. 리디아의 보컬이 개입하지 않은 유일한 곡이자 간결한 구조인 <Rotten Veil of Nakedness>에도 이런 장점들이 여지없이 스며있다. [Reginae Misterium](`02)에 감동적인 <Desire in the Grace>와 기막힌 멜로디가 출렁이는 <Nocturnal Rite>같은 곡들을 담았던 오크리스트는 다시 한 번 구성력과 멜로디감 좋은 곡들을 만들어냈다. 음악은, 진실하여도 표현력이 부족하면 어설프기 마련이다. 투박하고 헐거운 외연에도 경의(또는 호의)를 품게 되는 음악이란 속에서 우러나온 열정과 음악적 감각이 같은 지점에서 만난 경우다. [Grond]가 그러하며, 독창성과 앨범적 밀도는 부족할 지라도 동유럽의 무명급 밴드가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성취도 높은 작품이고, 아울러 전과 다른 기대까지 품게 한다. 이제 이 글은 다음의 문장으로 이어질 때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만족스러운 진부함은 전혀 진부하지 않다, 라는.


    슬로바키아 밴드 오크리스트(Orkrist)의 [Grond]를 말하기 위해선 짚어봐야할 것이 둘 있다. 하나가 "반지의 제왕"이다. 근대 이후의 과거경멸은 잊혀진 세계와의 조우인 전설과 신비를 추방했고 유폐된 가...
    ☆☆☆☆☆ | 2003, GMA157258, KRV, o, Orkrist, 가슴네트워크

  6. 2003년 중반 미국과 영국 언디 힙합신에 적잖은 파장을 잃으킨 바 있는 19살 영국 엠씨 디지 라스칼(Dizzee rascal)의 [Boy in da corner]는 키비(Kebee)와 버벌진트(Verbal jint)의 <소년을 위로해 줘>의 이미 세상물정 다 알아버린 소년의 잔혹극 버젼이라는 측면을 배제하고라도, 앨범이 담아내고 있는 매력적이면서도 위압적인 소리들은 많은 이들의 강한 긍정을 동반한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앨범 속에 담겨 있는 음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생소함이 아닌 그간 힙합신에 꾸준히 타진되어 왔던 음악적 가능성에 신선함을 더한 것이었기에 난립의 여지가 어느 정도는 존재했음에도 깔끔하게 잘 정돈된 사운드를 자랑하며 청자들의 관심을 해당 뮤지션을 넘어서 UK/거라지 랩이라는 조류에까지 확장시켜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이 것은 랩핑이라든지 리릭 또한 라임을 통한 독특한 플로우와 스토리텔링을 주무기로 해서 이러한 비트의 완성도를 해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가장 잘 용해되어 있는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곡이기도 한 <I LUV U>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 것이 디지 라스칼의 현실세계 그 자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16살까지의 생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I LUV U>는 지골로 소년이 섹스의 신성한 의미를 모른 채로 무책임하게 소녀를 임신시키고, 임신한 소녀가 소년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소년이 갖게되는 복잡한 심정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녹아든 가사와 사운드 전개가 조화를 이룬 곡이다. 만약 이러한 가사 내용을 주지하고 곡을 감상한다면 도입부의 나른하면서도 조금은 침잠된 여성 보이스로 불려지는 "I LUV U" 라는 나레이션에 왜 전설의 고향에서나 쓰일법한 효과음들이 주변부에 깔렸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어떤 리뷰어는 이 곡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빌리진(Billie Jean)을 대입시켰던데, 그건 너무 안이한 비유였지 않나 싶다.

    디지 라스칼이 이 앨범을 통해서 충실히 추구해나가고 있고, 또 그가 몸 담고 있는 UK/거라지 랩씬이 브릿합에 일정 부분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테크노적인 사운드 전개를 보인다든지 자메이칸 라가(Jamaican ragga)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가장 후자에 위치한 장르가 6,70년대 자메이카에 불어닥친 흑인중심주의 운동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에 강력한 무기가 되어줬음을 새삼 상기시켜 보면 UK/거라지 랩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공격성향에 충분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설명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의 중심에 디지 라스칼이라는 뮤지션이 별다른 흐트러짐 없이 바로 서있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측면에서 앨범 수록곡 대부분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필요 없을 듯 하다. <Sittin' Here>에서의 아프리카 토속 음악적인 사운드 전개와 그 위에 탐탐(TomTom)이나 베이스 드럼(Base Drum)이 아닌 약의 터치감으로 일관한 하이햇 심벌(Hihat cymbal)로써 비트를 군살 없이 이끌어나가는 모습이라든지 <Stop Dat> 초반부의 노이즈로 철저히 봉인 당한 웅장한 형태의 테크노 사운드와 그 후 터지기 시작하는 간접적으로 차용된 토스트(Toast)가 혼합되어 있는 탁탁 찍어내는 듯한 디지 라스칼의 절묘한 랩핑의 전개는 바로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별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긴 하나 이 앨범이 담아내고 있는 UK/거라지 랩이라는 장르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되는 부분이 있다면 모 파이어 크루(More Fire Crew)의 [More Fire Crew Cv]에 수록된 <Over Now>나 <Oi>, 미즈 다이너마이트(Ms Dynamite), 제드 비아스(Zed Bias), 스위티 아리와 스피(Sweetie Irie & Spee)의 합작품 <Bite dem up> 등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UK/거라지 랩씬을 이야기함에 있어 자주 거론되는 가빠(Gabba)라는 비트 양식은 사실 사운드의 몫이라기 보다는 엠씨의 몫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옐로우 코너(Yellow Corner) 중간 부분에서 좀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자기과시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Jus a Rascal>에서 오히려 비트가 그의 랩핑에 끌려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들게 한다든지 록 뮤지션 빌리 스콰이어(Billy Squier)의 80년작 [The Tale of the Tape]에 수록되어 있는 <The Big beat>을 적절히 샘플링 한 <Fix Up, Look Sharp> 또한 랩의 속도감만 제외한다면 여기에 적절한 근거로써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은 어색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나이에 얽매이지도 않지만 나이와 거리감을 두지도 않는 자기 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을 소유하고 있는 터프한 마초보이 디지 라스칼의 성향이 가감 없이 과감하게 잘 나타나 있다. 물론 그 성향은 음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디지 라스칼이라는 MC가 그리고자하는 세계관을 포괄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당당한 자기중심주의를 피력하고 있는 <2 Far> 의 "Queen Elizabeth don't know me. How can she control me when I live street and she lives neat?" 에서 작년말 썬데이 헤럴드(Sunday Herald)에 'Dizzees World' 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될 당시에 인용된바있는 <Hold Ya Mouf>의 "I' m a problem for Anthony Blair." 로의 연계는 의미 있는 개연성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지 라스칼은 이 앨범 발매 보름 전에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한바 있는데, 그 당시 여론 중 일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은 혹시 앨범 발매를 앞두고 간접 홍보 효과를 노려 사건을 조작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사건 조작이라는 비열한 수단에 기대지 않더라도 이 앨범은 충분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에 앨범에 응축되어 있는 음악적인 힘, 즉 앨범 자체적인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2004년도에 재발매 된 동명의 앨범에는 IDM적인 성향의 비트가 인상적인 비사이드 <Vexed>가 16번째 트랙으로 추가되어있다.


    2003년 중반 미국과 영국 언디 힙합신에 적잖은 파장을 잃으킨 바 있는 19살 영국 엠씨 디지 라스칼(Dizzee rascal)의 [Boy in da corner]는 키비(Kebee)와 버벌진트(Verbal jint)의 &lt;소년을 위로해 줘&g...
  7. 킵루츠(Keeproots)의 본명은 근수(根守)다. 뿌리를 지킨다는 뜻을 영어 표기로(Keeproots) 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의미의 냄새는 실제로 그가 취하는 음악적 태도 및 방향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이는 자신이 비트를 만들면서 도움을 받았던 옛 고전 음반들의 앨범 커버를 크레딧에 게재한 점에서, 또 그 대부분의 소스가 흑인음악이라는 점에서 선배들에 대한 경의와 자신의 음악, 더 넓게 나아가 힙합 음악의 뿌리에 대한 오마쥬를 엿 볼 수 있다.

    힙합은 흑인음악이다,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도 매우 친밀하게 살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써내려 온 역사의 페이지는 결코 간과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흑인음악에 대한 평가는 작금에 이르러 다시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미약하기는 하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흑인음악의 적자인 힙합과 네오 소울이 그 역할의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 흐름을 따라, 함께 노를 저어가며 활동을 시작한 킵루츠 역시 간헐적이지만 꾸준히 좋은 음악을 간접적으로나마 선보이면서 리스너들 사이에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고, 기대해 왔던 첫 결과물 [Keepin’ The Roots EP]는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잠재적 가능성과 아직 모자라 보이는 아쉬움을 함께 동반한 미완의 수작이다. 앞서 말했듯이 흑인음악의 연장에서 비트를 직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이미 장전된 총처럼 준비 완료된 상태이긴 하나 앨범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서 약간의 부실함을 보여준다. 생각외로 불쑥 나와버린 시기적 상황까지 위와 같은 생각에 동조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 처음 그의 앨범을 받아 들었을 때의 느낌이 산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출산한 팔삭둥이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과 같았던 듯 싶다.

    어쨌든 그는 비트면에 있어, 훌륭한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유망주다. Jazz Feel이 가득한 분위기와 느낌 속에, 지압을 하듯이 꾹꾹 눌러주는 킥(Kick)과 스네어 (드럼)박자는 그의 작법에 피트 락(Pete Rock)의 영향이 진하게 배어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그의 장점으로 해석되며, 그도 어느 정도는 비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청자에게 어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컬이 있는 트랙들 사이에 감초처럼 끼어있는 Interlude instrumental을 삽입한 사실이 이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럼 앨범 내에서 경청할 만한 트랙 몇 개를 살펴보자. 인트로 뒤에 이어지는 곡 “이보다 더”는 얼마 전 데뷔하여 청자와 평단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에픽 하이(Epik High)와 TBNY의 Yankee가 피춰링 한 곡으로 컷팅 된 샘플들의 조정된 피치가 경쾌한 키보드 리듬과 함께 어우러져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오프닝 트랙으로서 손색이 없는 곡이다. 추출한 샘플을 다루는 솜씨가 리틀 브라더 (Little Brother)의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제법 닮아 있다(물론 이 곡에서만). 앨범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첫 번째”는 씨로 (Cee-Lo)를 연상시키는 채영의 농익은 보컬과 보사노바 풍의 기타 리듬이 선사하는 산뜻함이 후반부의 멜로디와 입맞출 땐 화사하기까지 한 명곡으로 가리온의 프로듀서, DJ인 J.U의 스크레칭이 곡의 묘미를 한껏 더 살려 준다.

    가리온의 엠씨 메타 (MC Meta)와 피 타입 (P-Type)의 랩을 감상할 수 있는 “Shodown” 역시 멋진 곡이다. 종반부를 향해 치달을 때의 킵루츠 VS 엠씨 메타의 대결 구도를 연출하는 아이디어와, 주라식 파이브의 (Jurassic 5)의 “Jayou”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리드미컬한 플룻 연주의 멜로디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외에 라디 (Ra. D)가 참여한 “Take U’r Time”, 비트에 찰싹 달라붙는 Leo Kekoa의 공격적인 랩이 압권인 “볼륨을 높여라” 등도 들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트랙들이다.

    전반적으로 비교적 무난한 호평과 견해는 거의 대부분이 그의 비트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앨범에 대해서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다. 단지 그것 때문에 이 앨범의 본래적 가치평가가 절하되는 것이 우려되어 논지의 진술을 장점 위주로 피력해 왔던 것이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이 되었음을 지금에서야 밝힌다.

    서두에 언급한 바대로 완성도에 흠을 내는 몇 가지를 간명하게 서술함으로써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언급되어야 할 부분은 비트와 랩을 모두 맡고 있는 킵루츠의 역할인데 랩에 있어서는 가사 (Lyric)와 라임 (Rhyme), 플로우 (Flow) 등 모든 면에서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 라임과 플로우는 시간적 노력과 학구적 노력으로 극복 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사에 있어서 내용과 메시지, 테마의 선별에 보다 독자적이고 주관적인 의식이 뚜렷해 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트도 조금 더 세심하게 준비해서 양질의 곡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다. 고정된 컨셉에 무리하게 맞춘 듯한 느낌도 있고, 그에게 거는 욕심과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도 더러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경에 그의 첫 정규 앨범이 발매 된다고 하는데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저버리지 않고, 또한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과 의지, 목표를 위해서라도 이번 EP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걷어낼 수 있길 바란다. 나의 지적이 타당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때 만나 볼 킵루츠가 음악적으로 한단계 더 성장해 있기를 희망한다.


    킵루츠(Keeproots)의 본명은 근수(根守)다. 뿌리를 지킨다는 뜻을 영어 표기로(Keeproots) 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의미의 냄새는 실제로 그가 취하는 음악적 태도 및 방향과...

  8. 지난 2003년은 어느 때보다 흑인음악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시기였고, 그 정점엔 바로 50 Cent가 서 있었다. 그는 작년 초 발표한 앨범 [Get Rich Or Die Tryin']에서 무려 9개의 싱글을 쏟아내며 연말 빌보드 차트 결산의 앨범 및 싱글 부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물론 Eminem과 Dr.Dre의 막대한 지원사격이 있었지만 50 Cent 본인의 타고난 랩 센스와 스타성이 없었더라면 아마 이루어내기 힘든 성과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잠시 지난 몇 년간 랩 게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2Pac과 Outlawz, Eminem과 D-12, Ludacris와 Disturbing Tha Peace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랩 수퍼스타의 뒤에는 항상 그의 크루가 존재해왔다. 이는 50 Cent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의 뒤에는 그 자신과 더불어 Lloyd Banks, Young Buck, Tony Yayo로 구성된 Gorilla Unit, 일명 G-Unit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 Cent가 몰고 온 열풍을 다시 한번 터뜨리기 위하여 그들이 힘을 합쳐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 [Beg For Mercy]인 것이다.

    앨범은 어둡고 건조한, 그래서 더욱 긴장감과 전운이 감도는 스트릿 비트들과, 드러내놓고 달리진 않지만 특유의 흥겨움이 넘치는 업템포 바운스 트랙들, 그리고 고전 소울을 빌려 그 위에 사랑을 속삭이는 감미로운 곡들로 크게 나뉜다. Talib Kweli와의 결별(?) 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실력파 프로듀서 Hi-Tek이 선사한 앨범의 인트로 격인 <G-Unit>, Dr.Dre의 최근작 중 사운드 구성이 가장 탄탄하다고 할 수 있으며 더불어 Scott Storch의 차가운 건반 루핑이 중독적인 앨범 내 최고의 곡 <Poppin Them Thangs>, 클래식에서 빌려온 현악 샘플이 비장미를 자아내는 <Salute You>, 그리고 <G'd Up> 정도가 이들의 갱스타적인 면모와 위용을 대변해준다면, D-12의 프로듀서 Denaun Porter의 작품인 첫 싱글 <Stunt 101>을 비롯해 <Groupie Love>, <Baby You Got> 등은 굳어있던 인상을 잠시 펴고 부담 없이 어깨를 흔들 수 있는 곡들이다. 또한 Marvin Gaye의 원곡을 그럴듯하게 재해석한 <Wanna Get To Know You>와, 50 Cent의 작년 히트 싱글 <21 Questions>를 연상시키는 기타 샘플과 작법이 동원된 <Smile>에서는 이들의 이미지와 왠지 잘 매치가 되지 않는 여성과의 진한 사랑 얘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작년 50 Cent 앨범의 느낌을 비슷하게 이어 받았지만 개별 트랙의 완성도와 전반적인 통일성은 오히려 더 나아진 모습이다. 이는 Excutive Producer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은 50 Cent가 손수 조율한 것으로 짐작되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물론 많은 트랙 수와 비슷비슷한 곡들의 나열로 조금은 지루한 인상이 들기도 하지만). 50 Cent를 받쳐주고 있는 다른 멤버들도 단순히 들러리에 그치지 않고 당당히 그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주어진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도 G-Unit이란 팀을 '랩 스타인 동료의 네임밸류를 이용한 무임승차'로 바라보는 항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Lloyd Banks의 허스키한 저음 보이스와 예사롭지 않은 라이밍 스킬은 역시 수많은 믹스 테잎을 통해 갈고 닦은 솜씨답다는 생각이 들며, Young Buck 또한 Wutang Clan의 Dirt Mcgirt(예전의 ODB)스러운 보이스 톤이 다른 멤버들과 썩 매끄러운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진 못하나 그 나름대로 준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듯 특별히 흠잡을 구석이 보이지 않는 이 앨범은 히트 공식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개인적인 허전함과 아쉬움은 나로 하여금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기분에 잠기게 만든다. 이것은 바로 G-Unit 그들의 뮤지션으로서의 마인드 문제이다. 지금껏 쌓아놓은 부의 과시(<Stunt 101>)와 겁쟁이들에 대한 응징(<Eye For An Eye>), 조직에 대한 충성(<Salute You>)과 총에 대한 애착(<My Buddy>) 등이 그들이 논할 수 있는 전부라면 G-Unit은 언젠가는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또한 현재에도 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 된다. 물론 50 Cent와 그의 동료들이 이러한 갱스타 컨셉을 이용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동시에 그것이 현재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 내가 너무 오버했나? 애초에 그들에게 그 이상의 의식을 바라는 게 무리였던가?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쪽에 Mos Def과 Common이 존재한다면 다른 한 편엔 Nelly와 Chingy도 자리할 수 있음을(물론 음악적인 평가는 이변이 없는 한 언제나 한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고, 그 생각 없음이 너무 지나치다거나 혹은 위선적이라면 또 문제가 되겠지만). 즉, G-Unit 또한 자신들의 개성을 바탕으로 이 음악 씬에서 그 나름대로 당당히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음악'으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므로.


    지난 2003년은 어느 때보다 흑인음악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시기였고, 그 정점엔 바로 50 Cent가 서 있었다. 그는 작년 초 발표한 앨범 [Get Rich Or Die Tryin']에서 무려 9개의 싱글을 쏟아내며 연말 빌보...

  9. Ice Cube, Mack 10, WC 그들이 돌아왔다. Westside Connection이라는 깃발 아래 다시 뭉친 이 세 명의 열혈 웨스트코스트 남아들은 여전히 각자의 이름 앞에 The Gangsta, The Killa, The Dope Dealer라는 수식어를 달고는 그 제목만으로도 위협적인 새 앨범 [Terrorist Threats]를 발표했다. 96년 1집 [Bow Down]을 내놓은 이후 무려 7년만의 컴백인데, 이러한 장기간의 공백기간을 그들 각자의 독자적인 활동으로 인하여 그 동안 함께 모이기 어려웠던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재미있는(?) 생각도 든다. 최근 힙합 씬 안에서의 이들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팀의 리더 Ice Cube는 음악보다 영화 사업에 더 관심을 보여왔고, Mack 10이 Cash Money와 인디 레이블을 통해 연겨푸 발매한 솔로 앨범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WC 또한 2002년 발표한 자신의 앨범 [Ghetto Heisman]이 수준 급의 웨스트 사운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얻는데 실패하였다. 셋 다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휘청거리고 있었으니 자연히 '우리 다시 한번 뭉쳐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앨범은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어둡고 음산한 스트릿 비트와 강렬한 하드코어 랩핑, 이것이 이들의 주무기다. 거침없는 공격성은 앨범 시작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시종일관 깔리는 스트링과 파괴적인 드러밍이 비장미를 물씬 풍기는 <Call 9-1-1>은 일종의 Westside Connection식 선전포고다. 자신들을 사담 후세인과 빈 라덴에 비유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그들 앞에서 적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긴급전화 번호 911을 누르는 것뿐이다. 또한 첫 싱글로 지명된 <Gangsta Nation>은 베테랑 웨스트코스트 프로듀서 Fred Wreck의 조금은 변화된 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곡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또 갱스타야? 너무 식상하고 진부하잖아.'하며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겁쟁이들을 한껏 비웃어주며 투철한 갱스타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의 (Gangsta Nation으로의) 초대를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이들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Gangsta Party, Gangsta Love, Gangsta Therapy를 차례로 담아내며 Gangstarism을 하나의 문화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기도 한다).

    한편, <Pimp The System>은 독특한 발상이 주목을 끄는 트랙이다. Ice Cube는 'Pimp the Hoe'가 아니라 'Pimp the System'을 외친다. 포주가 창녀를 부리듯 음악산업을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소속 레이블에 음악적인 간섭을 받으며 휘둘리는 여타 다른 꼭두각시들과 자신들은 다르다는, 일종의 차별화 선언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So Many Rappers In Love>를 통해 이들은 제목 그대로 너무 많은 랩퍼들이 사랑에 빠져 있다며 교묘하게 비틀어댄다. 감미로운 여성 보컬을 앞세워 라디오에서 수없이 플레이되는 유치찬란한 사랑노래들이 이번 타겟인 셈이다. '예전의 넌 정말 하드코어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말랑말랑해져버렸어.' 아마도 추측컨대 하드코어한 라임을 주무기로 삼던 LL Cool J나 Fat Joe같은 랩퍼들이 지금에 와서 '낙원은 정말 멋져!(Paradise is very nice)' 혹은 '사랑이란 무엇일까?(What's Luv)' 따위의 가사를 선보이며 여성 보컬들과 수줍게 놀아나는 모습이 이들의 눈에는 무척이나 거슬렸나 보다. 그 중에서도 곡이 끝날 즈음 나지막하게 흐르는 나레이션은 압권 중의 압권이다. '저기, 저도 한때는 갱스터 랩퍼였는데 지금은 꽃을 좋아하고 공원에서 새 구경하는 거랑 산책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해요. 물론 시 쓰는 것도 즐겨하지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자랑하는 <IZM> 같은 곡을 비롯해 강렬한 앨범 전반부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후반부의 트랙들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Terrorist Threats]는 컴백 작으로 별다른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비트와 랩 모두 그들의 파워풀한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Ice Cube, Mack 10, WC 이 세 명의 갱스타 랩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본토 메인스트림을 점령하고 있는 힙합 뮤지션들이 그저 생각 없이 클럽에서 몸을 흔들어대고 여자와 하룻밤 사랑에 빠져 질질 짜고 있을 때, 이들은 날카로운 시각과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이 음악산업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Gangsta'라고 하면 이제는 좀 식상하고 거부감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 앨범에 투영된 Westside Connection의 음악적 의식은 뮤지션으로서 별다른 자의식도 없이 총 쏘고 마약하는 부류와는 분명히 구별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고, 이러한 그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가 내려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Ice Cube, Mack 10, WC 그들이 돌아왔다. Westside Connection이라는 깃발 아래 다시 뭉친 이 세 명의 열혈 웨스트코스트 남아들은 여전히 각자의 이름 앞에 The Gangsta, The Killa, The Dope Dealer라는...

  10. 피터팬 컴플렉스(Peterpan Complex)는 인디 씬 1세대 밴드들 이후 현재 홍대 클럽 씬이 배출한 몇 안 되는 스타 밴드 중의 하나이다.(더 정확히는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와 언니네 이발관, 코코어(Cocore),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 등 인디 씬의 태동과 함께 했던 밴드들이 여전히(혹은 아직도?) 씬에서 스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우림이나 체리 필터(Cherry Filter) 같은 오버 지향 밴드들을 제외한다면 인디 씬 1세대 이후 주목할만한 밴드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씬은 말 그대로 '지리멸렬' 수준이었다. (핌프 록 유행하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고, 펑크 유행하면 다시 그쪽으로 우르르 옮겨가며 수시로 주종목을 바꾸시던 그 많던 밴드들은 지금 다 어디들 계신 건지.)

    그런 점에서 피터팬 컴플렉스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클럽 재머스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이들은 차근차근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영역을 넓혀나갔고, 마이너 레이블에서 EP 앨범 발매 후에 메이저에서 데뷔 앨범 발매라는 정석적인 코스를 밟아나갔다. 그리고 팀의 리더 전지한은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일관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하였으며, 그러면서 일반 대중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팝적 센스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번 두 번째 EP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간섭받지 않고 그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좋다며 다시 마이너 레이블을 선택하는 좋은 마인드도 보여주었다. 이런 점들은 피터팬 컴플렉스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와 기대는 앨범을 플레이시키면서 잠시 유보하게 된다. 전지한은 여전히 좋은 멜로디와 인상적인 훅을 담아낸 곡을 만들어내고 팀의 리더로서 멤버들을 잘 조율하고 있지만 정작 이 앨범의 문제는 이 앨범이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밴드가 처음 앨범을 발표할 때 그 앨범에 자신들이 영향을 받은 뮤지션의 색깔이 같이 묻어나는 것은 그리 흠 잡을 일이 아니다. 그건 말 그대로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밴드들은 그렇게 선배들의 영향과 자신들만의 음악을 점차 절충해가면서 발전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는 석 장이나 되는 앨범을 낸 밴드가 앨범을 발표할수록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혐의를 더 많이 받고있다는 점이다. 첫 EP 앨범을 발표하고 라디오헤드와 스매슁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얘기를 들었던 이들은 1집을 발표한 이후에는 거기에 플라시보(Placebo)를 추가했다.(이번 EP 앨범에서는 오직 라디오헤드에만 집중한 것 같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라디오헤드의 <Paranoid Android>의 느낌을 살려 만들었다는 <Burn It Down>을 들으며 이들의 음악적인 성취와 목표는 [OK Computer] 시절의 라디오헤드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 곡 <회색, 하늘, 도시>를 통해서 [Kid A] 이후의 음악까지 담아내려고 하는 시도와 (라디오헤드에 대한) 경의에는 탄복하게 되지만, 이런 흉내내기로 인해 새로운 편곡에 담긴 <Don't Let Me Down>의 여전한 매력과 <Burn It Down>, <너의 기억>의 멋진 멜로디가 묻히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이 앨범이 EP 앨범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오마주의 행진은 이번 EP 앨범으로 마치고 2집 앨범에선 '라디오헤드 같은' 음악이 아닌 '피터팬 컴플렉스의' 음악이 담겨있기를 바란다. 그저 단순히 라디오헤드 따라쟁이로만 남기에는 전지한이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송라이팅 재능이 너무 아깝다.


    피터팬 컴플렉스(Peterpan Complex)는 인디 씬 1세대 밴드들 이후 현재 홍대 클럽 씬이 배출한 몇 안 되는 스타 밴드 중의 하나이다.(더 정확히는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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