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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총서 배순탁 2 POSTS


  1. ㆍ작품성 논하지 말라

    한 때 마스터플랜하면 힙합이었고, 힙합하면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은 음악 팬들에게 ‘한국 힙합의 성지’로 인식되어 있는 레이블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스터플랜하면 힙합이었고, 힙합하면 마스터플랜이었다. 주석, 데프콘,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바스코, IF(Infinite Flow), 여기에 윈디 시티까지, 마스터플랜은 힙합을 중심으로 흑인 음악의 80%를 아우르면서, 흥행까지는 몰라도 ‘작품성 보증 브랜드’로 명성을 떨쳐왔다. 이제는 누구나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빼어난 성취가 평소 친한 사람들이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해보자’는 잡담을 하면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래서 마스터플랜의 간판이자 음악 평론가로도 친숙한 이종현 대표(사진)와의 만남은 장난스러운 놀이가 어떻게 비즈니스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롤 모델과도 같았다. ‘놀이와 노동이 일치되었던 행복한 순간.’ 때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로만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스태프들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고 다른 레이블들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다.

    -레이블 이전에 클럽 ‘마스터플랜’을 얘기해야할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93년부터 모였던 음악 모임의 몇몇 사람들이 97년쯤에 ‘즐겁게 놀아볼 공간을 만들어볼까’라고 얘기한 후부터다. 당시 ‘푸른 굴 양식장’이라는 곳을 인수하게 되었고 3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힙합 팀들의 공연 위주였나.

    데프콘
    “그렇진 않다. 당시만 해도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쪽 공연은 거의 없었고, 모던 록이 대세였다. 이후 힙합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 클럽에서도 힙합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거다. 그런데 힙합 팀들이 공연을 하면서 욕심이 생기니까, 음반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2002년에 ‘레이블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힙합 뮤지션들이 왜 마스터플랜으로 몰린 건가. 당시에는 라이브 클럽도 많았는데.

    “간단하다. 다른 클럽들이 록 음악에만 치중하면서 힙합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오는 대로 받아주는 편이었다.”

    -당시 클럽을 찾아주는 관객들은 많은 편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가끔은 힙합 뮤지션들이 너무 많아서 스케줄이 소화가 안 되는 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에 대한 초반의 시장 반응은.

    “많이 팔렸는데, 그에 비하면 회사 차원에서의 수익은 미미했다. 당시에는 음반사업 쪽의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익을 내는 방법을 몰랐다. 한마디로 당한 거다. (웃음) 지금은 그냥 비싼 수업료를 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배우는 중인가.

    주석
    “우리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쪽이다. 앨범을 계속 선보이면서 배우고 또 배우자는 주의라고 할까. 지름길로 가면 편하겠지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들을 버릴 수밖에 없다. 돌아갈 땐 돌아가더라도, 훌륭한 음악에만 집중해왔다는 점은 자부할 수 있다.”

    -현재는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공연 쪽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의 전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나.

    “일단 레이블 마스터플랜과 이소영씨가 대표로 있는 ‘해피 로봇’이 있다. 마스터플랜만으로는 한정적이어서 그것과는 별개로 모던하고 스타일이 살아있는 음악들을 ‘해피 로봇’에서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주도하는 ‘민트 페이퍼’가 있고, ‘The Park’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참, 공연 파트 중에는 B-Boy 팀도 있다. 모두 합쳐서 ‘마스터플랜 뮤직 그룹’이라고 정리하면 된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상 이상으로 덩치가 커졌고 다루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외관상으로는 확실히 증가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장르도 많아졌고, 공연에, B-Boy까지. 예전에는 눈에 다 보였는데, 지금은 좀 힘들다.(웃음)”

    -음악으로 돈 벌기 힘든 시대다. 자신만의 사업 마인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조금 다른 얘긴데, 우리는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좋게 끝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역설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로만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스태프들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낫다. 또 이런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다른 레이블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함께 연동해서 작업하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도 있고, 이를 통해서 부가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소속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음악적인 일촌’인 셈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공연 쪽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맞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도 그런 발상의 일환이다. 요즘은 뮤지션과 신규 계약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도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근래 새로 맞이한 식구라고는 래퍼 2팀, 세렝게티,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전부다.”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최대한 매듭을 잘 지으려 애쓰고 있다. 100에 80 정도는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중요한 건 음악계 모두가 아군이고 파트너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일을 벌이면서도 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음악계가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세렝게티
    “시장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등을 할 때가 분명히 올 거다. 그 때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파이를 키워서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음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자체가 뚝 끊긴 것 같은데.

    “관심을 가질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일례로 페스티벌 같은 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연을 통해서 몰랐던 뮤지션을 만나고, 음반을 사고, 그러다 보면 음악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우리 음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평가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중해주고, 정당한 가치를 부여해줘야 뮤지션들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레이블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좋은 음악들을 꾸준히 소개하려고 한다. 질책과 관심을 함께 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마스터플랜 아티스트 및 카탈로그

    사이드 비(Side-B)

    In The Place To Be (1999)



    스웨터(Sweater)

    Zero Album Coming Out... (1999)



    스위트피(Sweetpea)

    달에서의 9년 (1999)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는 2000년대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DJ 문화를 선도한 주인공. 힙합, 라운지, 솔 등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턴테이블이라는 자신만의 비기(秘器)로 표현하는 재주가 일품으로 평가 받는다.

    180g Beats (2000, 2005년 재발매)

    Lovers (2003)

    창작과 비트 Vol.1 - Patterns For Words (2007)



    주석

    주석은 마스터플랜의 대표 아티스트이면서 ‘천왕’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실력파 래퍼다. 인디 출신 래퍼 중에서는 메이저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마스터플랜을 탈퇴한 상태.

    Only The Strong Survive(EP) (2000)

    Beatz 4 Da Streetz (2001)

    Welcome 2 The Infected Area (2002)

    Superior Vol. 1 - This iz My Life (2003)

    Superior Vol. 2 - Seoul City‘s Finest (2005)



    원선(One Sun)

    어부사(EP) (2001)

    For Whom (2003)

    One (2006)



    MC 신건

    Lyricist (2002)



    2 Soo

    The First... 0.5(EP) (2002)



    인피니티 플로우(Infinite Flow)

    Respect 4 Brotha (2002/Mp)

    We Are Music (2005/Master Plan)

    연애편지 (2006/Mp)

    More Than Music (2006/Mp)



    데프콘(Defconn)

    때로는 지독한 독설로, 때로는 유쾌한 언변으로 사회의 단면들을 꼬집어내면서 화제를 모은 래퍼. 전자(前者)의 이유 덕분에 한 때 별명이 ‘한국적 떡 랩의 일인자’였다. 래퍼로서의 자질도 물론 출중하지만, 코미디언을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외모로도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다. 주석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마스터플랜 소속이 아니다.

    Lesson 4 The People (2003)

    1.5 Rawyall Flush (2003)

    콘이 삼춘 다이어리 (2004)

    City Life (2006)



    스피트 파이어(Spit Fire) - 프랙탈, 바스코, 스케줄 원

    Ignition (2005)



    스퀘어(Square)

    Rookie Of The Year (2006)



    마이노스(Minos)

    Ugly Talkin’ (2008)



    세렝게티(Serengeti)

    윈디 시티처럼 흑인 음악의 다채로운 과거에 젖줄을 대고 있는 밴드.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서 따온 그룹 이름부터가 ‘블랙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봉고, 콩가 등의 퍼커션을 적극 활용해 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을 구현하려는 음악적 비전만으로도 주목해야 마땅할 밴드다.

    Afro Afro (2007)



    윈디 시티(Windy City)

    아무래도 힙합 이미지가 강한 마스터플랜에서 ‘별종’으로 분류해도 좋을 밴드. 라는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아소토 유니온을 전신으로 하는 윈디 시티는 최신 힙합 사운드가 아닌 흑인 음악의 뿌리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그룹이다. 자연스레 레게, 솔, 펑크(funk) 등등 1960, 70년대 흑인 음악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받고 있다.

    Love Record (2005)



    봄여름가을겨울

    1980년대 한국적 퓨전 재즈의 초석을 닦은 2인조 그룹. 2008년 발표한 새 앨범부터 마스터플랜과 동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퓨전 재즈가 아닌 ‘성인 취향의 록 음악’을 들려주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2008)



    V.A. [MP Hip Hop]

    2000년 첫 발매된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컴필레이션. 그간 ‘초’, ‘대박’, ‘풍류’라는 사이드 타이틀을 달고 국내 힙합 마니아들에게 절대적 성원을 추수해왔다. 마스터플랜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해외나 다른 레이블 뮤지션들과의 합작곡들도 대거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상호 협력 곡들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마스터플랜의 철학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힙합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로서도 빼어난 기능성을 자랑한다.

    V.A. [Mp Hiphop 2000 초] (2000)

    V.A. [Mp Hiphop 2001 대박] (2001)

    V.A. [Mp Hiphop 2002 풍류] (2002)


    <글 배순탁 | 음악평론가·진행 박준흠 | 가슴네트워크 대표>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12031444315&code=900315


    ㆍ작품성 논하지 말라한 때 마스터플랜하면 힙합이었고, 힙합하면 마스터플랜마스터플랜은 음악 팬들에게 ‘한국 힙합의 성지’로 인식되어 있는 레이블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스...
  2. ㆍ남과 다른 나만의 소리를 낼 자유

    ‘샤 레이블’과 ‘바 샤(Bar Sha)’


    허클베리핀의 이소영
    홍대 인디 신에서 제법 널리 알려졌듯 ‘샤 레이블’은 뮤지션이자 대표인 이기용(아래 사진)이 경영하고 있는 ‘바 샤(Bar Sha)’와 근친을 이루고 있는 관계다. 극동방송국 맞은편에 위치한 ‘바 샤’는 자신의 공간적인 위치로 이 레이블이 갖고 있는 특징적 함의를 설명한다. ‘바 샤’는 홍대 중심을 벗어난 외곽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자연스레 화려한 네온사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면서 자신만의 개성과 패션을 일궈왔다. ‘샤 레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메인스트림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뮤지션이라 할지라도 ‘샤 레이블’에서만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초 자신이 리더로 있는 그룹 ‘허클베리 핀’의 음악이 덩치 큰 기획사에서 속된 말로 퇴짜를 맞으면서, 이기용은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레이블을 직접 차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그는 2003년 허클베리 핀의 동료들과 함께 ‘샤 레이블’을 출범했다.

    독자적인 표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독자적인 표현’은 뮤지션이 지녀야 할 무조건적 덕목이다. 선배들의 유산을 배우는 것은 선택이 가능하지만, 이를 활용해 자기만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은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가요계의 현실은 뮤지션의 특장(特長)을 최대한 죽이고, 대세에 몸을 맡길 것을 반강제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샤 레이블’의 대표 이기용의 경우, 3집 음반을 들고 기획사를 찾아갔더니 “멤버들을 교체하면 생각해 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상업적인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순간, 이기용은 직접 레이블을 만드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시장의 법칙이었다.

    지금까지 ‘샤 레이블’은 ‘허클베리 핀’과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왈로우’의 앨범들을 직접 찍어냈다. 여기에 더해 이기용은 신인들도 적극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그야말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스토리. 얘기를 나눠보니, 그와 허클베리 핀 멤버들은, 그리고 더 나아가 ‘샤 레이블’은 당초 짐작했던 것보다 더욱 큰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면서 레이블 관련한 사업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어느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것은 경험의 법칙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이기용 대표는 시장의 법칙과 경험의 법칙을 모두 깨닫고 이제는 “뭔가 다른 것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레이블을 직접 차리게 됐나.

    “그동안 음악을 해온 과정 자체가 왜 레이블을 차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허클베리 핀’과 ‘스왈로우’가 왜 비주류가 돼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외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계속되었고, 앨범을 내주는 곳도 없었다. 3집 같은 경우는 녹음만 3년을 했고 120프로, 시간으로 따지면 480시간을 썼다. 기획사에 다 돌렸더니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하기까지 했다. 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망설임은 없었나.

    “작업실도 바로 구하고 회사를 차린 뒤 모든 과정을 맡아서 음반을 출시해왔다. 우리 회사의 목적은 이제 시장 진입이 아니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 뮤지션으로서 꿈을 가진 사람, 자기만의 것을 갖고 있는 사람, 그러나 앨범을 내주는 곳을 못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모든 일에 관련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루네
    “예전에는 컨텐츠 진흥원에서 인디 레이블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었다. 그런데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것마저도 없어졌다. 아예 새로운 판이 시작된 건데, 당연히 생경한 것들뿐이었다. 레이블을 차리기 위한 보고서 만드는 법도 몰랐으니까. 친한 공연기획 팀장에게 수업 아닌 수업을 받아서 양식 작성하는 것부터 배워나갔다.”

    -앨범을 홍보하는 것도 낯설었을 듯싶다.

    “앨범 발매하고 언론사에 전화하는 것마저도 어색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하려고 음악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바로 언론사들의 데이터를 뽑아서 전화를 걸고, 가능하면 직접 방문도 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바닥부터 익혔다. 게다가 나는 8년간 어렵게 음악생활을 해온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아티스트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확실히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어떤가. 후회한 적은 없나.

    “재미있다. 레이블을 차린 게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고,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전무했다는 반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내 음악에 대한 (대한민국에서의) 상업적인 한계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욱 더 내가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나갈 뿐이다. 후배들에게도 “온전히 자기 얘기만을 해야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샤 레이블’만의 법칙이 세워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허클베리핀
    “1년에 무리하지 말고 3장씩만 내자고 합의를 봤다. 요즘은 ‘루네’라는 신인 여가수의 앨범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과 ‘스왈로우’를 제외하면 ‘샤 레이블’에서 처음 소개하는 뮤지션이다. ‘루네’를 보면,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집중력이 높은 친구다. ‘루네’ 외에는 ‘스왈로우’의 3집과 ‘허클베리 핀’의 5집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 또 다른 계획이 있나.

    “라이브 DVD를 기획 중이다. 외국 뮤지션들처럼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이 작업만 1년 넘게 진행해 왔다. 우리의 주 무대는 클럽이다. 3집을 발표한 뒤부터 가졌던 클럽 공연들 중에 하이라이트를 모아왔고, 세심하게 소스를 선별해서 선보일 거다.”

    -최근에는 공연이나 영상 쪽으로의 확장이 돋보인다.

    “공연에서도 ‘레이블적’인 접근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영상을 체계화해서 귀로 음악을 듣는 동시에 눈으로도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서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한 콘서트를 지향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또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미디어 아트’적인 면모도 보여줄 셈인데, 드러머인 김윤태씨가 그 쪽 관련 일을 하고 있어 수월한 점이 많다. 앞으로는 영상 팀을 따로 꾸려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브이제잉(Vjing)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비중을 점차 늘려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접 음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음악 팬들에게 뭔가 다른 걸 제시하고 싶다. ‘샤 레이블’의 구성원들과 꾸준히 논의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만의 이미지를 찾아갈 것이다.”


    샤 레이블 아티스트 소개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샤 레이블’의 수장인 이기용이 이끌고 있는 록 밴드. 1997년 데뷔했다. 여성 보컬리스트 이소영과 드러머 김윤태까지, 3인조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허클베리 핀은 지금까지 총 4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하면서 인디 음악 팬들과 평론가들 모두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아왔다.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지금까지 총 두 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경력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기용이 뿜어내는 강렬하면서도 선율감 넘치는 기타 리프와 여성답지 않은 파워와 표현력을 동시에 갖춘 이소영의 보컬은 허클베리 핀만의 트레이드마크.

    자연스레 직선적인 로큰롤과 곡선미를 강조한 슬로 템포의 곡조 모두에서 빼어난 연주력을 자랑한다.

    ‘18일의 수요일’(1998/강아지문화예술, 2004/샤 레이블 재발매)

    ‘나를 닮은 사내’(2001/쌈넷, 2007/샤 레이블 재발매)

    ‘올랭피오의 별’(2004)

    ‘Huckleberry Finn’(2007), 싱글앨범

    ‘환상…나의 환멸’(2007)


    스왈로우(Swallow)

    스왈로우는 허클베리 핀의 리더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2장의 앨범을 발표한 스왈로우는 로큰롤 성향의 허클베리 핀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내밀한 개인의 독백을 듣는 듯한 시적인 가사와 어쿠스틱 기타를 위주로 펼쳐지는 서정미가 스왈로우 음악 세계의 요체. 이를 통해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모던록 앨범’을 수상하면서 높은 작품성을 공증받았다. 2004년 데뷔작을 발표했고, 현재 3집을 준비 중이다.

    ‘Sun Insane’(2004)

    ‘Aresco’(2005)


    루네(Lune)

    TV를 비롯한 방송매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위 ‘메이저’ 음악들에 범람하는 가볍고 진부한 사랑이야기는 루네의 음악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봄, 밤, 바람’에서는 “나만 혼자 알고 있는 숨은 계절 밤이면/ 몇 번이고 지나가도 아픈 바람 불어와/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맞으면/ 오월을 참아낼 수 있을까”라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추억을 잔잔하게 읊조리거나, “메마른 맘속에 네 웃음이 고여/ 머물기 위해서 떠난다 했었나”와 같이 자신의 내면을 담담하고 관조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루네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이라 말하곤 하는 것은, 무엇보다 루네의 목소리다. 누구와 닮았거나 흉내냈다고 말하기 힘든, 독특한 공간감을 지닌 목소리와 호흡은 자신이 직접 만들고 다듬어낸 노래들을 직접 연주하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서로 엮여 있다.

    발매 예정 음반

    2008년 9월 루네 1집

    2008년 12월 스왈로우 3집

    2009년 봄 허클베리핀 Live DVD

    2009년 봄 허클베리핀 5집


    <글 | 배순탁(음악평론가)·진행 |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ㆍ남과 다른 나만의 소리를 낼 자유‘샤 레이블’과 ‘바 샤(Bar Sha)’ 허클베리핀의 이소영홍대 인디 신에서 제법 널리 알려졌듯 ‘샤 레이블’은 뮤지션이자 대표인 이기용(아래 사진)이 경영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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