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네트워크 로고

검색

검색하기

Search Results for '델리 스파이스'

1 POSTS

  1. 2002/04/01 가슴을 재창간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들...

맥스의 등을 타고 세상을 주유하는 영민한 케빈. (영화 "마이티"에서)


1. 사과문

가슴을 재창간 하기에 앞서, 먼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는 1999년 11월 20일에 오픈한 이래, 2000년 3월 20일에 마지막으로 9호를 발행한 이후 일방적으로 휴간에 들어간 것에 대한 사과이고, 그간 가슴을 사랑하고 지지해주신 독자들과 참여 필자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매체 운영자로써의 반성입니다. 비록 개인적인 이유와 명분이 있었지만 공적인 매체로써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커다란 잘못이라는 것을 압니다.


2.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또는 변명?)를 하자면

제게 있어 음악전문지 서브(SUB)로부터 시작해서 대중음악/문화 비평웹진 가슴,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으로 이어지는 매체들은 동일한 맥락 하에서 기획되어 운영된 것들입니다. 비록 오프라인 잡지(서브), 온라인 웹진(가슴), 온라인 음악방송국(쌈넷)으로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음악산업 내에서 매체의 역할"을 생각하고 기획한 것들이었고, "진보성과 전문성"을 염두하고 제작을 하였고, "현재의 트렌드를 아우르는 동시대 평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각기 내건 모토들이 "발굴과 재평가", "선택과 배제", "지금, 여기, 우리의 가슴 열기", "좋은 싱어송라이터들을 중심으로 한 매체, 레이블, 유통간의 인프라(시스템)구축"이었고, 앞으로는 "산업적인 관점으로 언더그라운드씬 바라보기"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이는 뮤지션에게 작품과 태도를 기준으로 한 예술적인 평가를 하는 것과 함께 뮤지션을 축으로 해서 기자, 평론가, 매니저, 엔지니어, 레이블 운영자, 유통 담당자, 정책 개발자 등 음악산업 내의 전반적인 인력들이 조화롭고 공평하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획득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시스템) 구축을 모색하는 작업 속에서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쌈넷은 자본의 문제로 가슴에서 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할 수 있었던, 제게는 소중한 곳이었고, 거기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였던 여러 가지 기획들을 시도하였습니다.(공연장을 겸한 인터넷방송국, 언더그라운드 공연 중심의 생방송, 새로운 형태의 음반 제작 등.) 결과는 제 역량의 부족으로 이상을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가슴을 운영하는 데 기반이 될 중요한 경험과 기술적인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영화 '마이티'(The Mighty, 1998, 감독 피터 첼섬)를 보면 커다란 덩치의 맥스 등을 타고 세상을 주유하는 영민한 케빈이 나오는데, 예전 가슴의 모습이 케빈이었다면 현재는 맥스이기도 해서 기쁩니다.


3. 가슴 - 음악전문 독립 매체

가슴을 만든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여기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제가 글을 쓸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겠다면, 애초에 다니던 연구소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돈벌이의 전망이 어두운 가슴을 운영하는 것보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글쓰기는 물론 제게 매우 중요하지만, 필자의 삶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쓸 공간이 목적은 또한 아닙니다. 저는 기획자나 시스템 메이커에 가깝고, 사실 "시스템 메이커"로 평가받기를 원합니다.

언젠가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소 과장되지만 "혁명을 하는 심정으로 매체를 운영한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서브-가슴-쌈넷-가슴으로 이어지는 작업이 단순한 취미나 직업적인 작업을 넘어선 것이었고, 분명히 '소명의식'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제 일은 돈을 버는 목적의 직업 개념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물론 모든 직업인이 소명의식을 가져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예전에 연구소에 다닐 때는 즐겁게 일했지만 직업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음악은 내게 삶의 한 축이리만치 중요한 것이고, 앞으로 만약 매체를 달리하더라도 음악산업 내에 있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내게는 중요한 음악 관련된 일이기에, 내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으로도 올곧은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와 소망에서 모든 일이 기획되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의 음악산업은 내가 수긍하고 살아가기에는 처참할 정도로 기형적이고 변태적입니다. 뮤지션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부터 시작해서 매니아들이 다양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권리, 필자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구조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원인은 온당한 시스템의 부재인데, 이것을 가로막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의 졸렬함 때문과 구조 개선에 힘쓰지 않는 관계자들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관계자들은 밤샘 술자리에서는 푸념으로 떠들 만큼 문제가 무엇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해결 방안도 어렵지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졸렬함'에 예속된 '나약함'은 날이 밝으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서, 결과적으로는 자기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졸렬함'의 이익에 충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황은 변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새파란'이란 문화잡지에는 '음주 인터뷰'라는 코너가 있는데, '음주 인터뷰'라는 말의 늬앙스에는 대상에게서 흥미를 동반한 진실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자본이 없는 자들'-인터뷰어나 인터뷰이 둘 다-의 한계를 확인하는 느낌이 배어 나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이 올곧더라도 결국 자기가 자본주가 아니면 그 한계가 명백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자본주와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자본주들도 있고,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요구를 하는 자본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 추구를 염두 하지 않는) 후원 형식이 아닌 이상 투자 형식이라면, 최소한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속성상 외형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그 조직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노선을 추구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이상적으로 매체를 운영하려면, 결국 스스로가 자본주가 되어서 독립적으로 매체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서 '현재'라고 한 것은 환경이 좋아지면 가변적일 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음악전문지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만약 음악전문지 시장이 현재의 2만명에서 10만명 정도로 늘어난다면 자신이 굳이 자본주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방향성의 음악전문지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와 같은 2만명 시장에서는 잡지 판매로만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광고를 받아야하고, 그런 점에서는 자본주에게서 전문지의 생명인 편집권의 독립을 기대하기가 힘들고 기자들도 보수를 보상받기가 힘듭니다. 음악전문지가 음반사의 광고에 운영을 기댄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해도 문제가 있습니다.(새로 나온 음반에 메스를 가해야 하는 음악전문지가 자신들에게 소중한 광고주에게 어떤 수위로 어떤 얘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음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만약 10만명 시장이 된다면, 판매로만 운영하는 잡지를 만들 수도 있고, 그 때는 음반사 광고주들의 입김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잡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종류의 것입니다. 저는 어차피 이 곳에 있을 것이고, 아직까지는 생계의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적게 벌어서 적게 쓰자는 변형된 미니멀리즘. 이를 얘기하는 독립 다큐멘타리 감독 김동원씨를 존경한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내 일을 하고 싶고, 또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인으로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고, 직업인 이전에 음악 매니아로서 다양한 음악과 정직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신념을 지키려면 그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김규항씨의 말을 전적으로 타당하게 생각한다. 보통 "신념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지켜야 한다"라고들 얘기하는데 이 또한 맞는 얘기이다. 하지만 얼마나 자신의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좀 더 현실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체 게바라처럼 '밀림 속의 혁명가'는 아니지만, '도심 속의 몽상가' 그 이상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전문 독립 매체'로서의 가슴이고,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의 모색입니다. 1년 전에 인터넷 음악사이트 블루노이즈의 운영자 이원희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운영 방식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는 열렬한 음악매니아이면서 웹사이트를 제작, 운영할 수 있는 웹마스터/웹프로그래머였습니다. 결국 해답은 자신이 여유 있는 자본가가 아닌 이상,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이번에 가슴을 재창간하면서는 이를 시행했습니다. 독립적인 매체를 운영하려면 케빈보다는 차라리 먼저 맥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엔지니어가 되면 (컨텐츠의 유무에 상관없이) 매체를 굴러가게는 할 수가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4. 음악 산업 내에서의 매체의 역할

가슴은 음악산업 내에서의 매체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합니다. 사실 "음악산업 내에서 음악전문 매체의 역할과 기능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화두에서 출발해야 하겠지만, 이 '화두'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제기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가슴이 말할 자격이 있다고 단정하고 얘기한다면, "음악산업을 적절하게 키우고, 정당하게 지분을 공유하게끔 하는 것"일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예술'이면서도 '산업'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예술'적인 부분에 주목하여 뮤지션의 작품을 평가하고, 해당 뮤지션을 고무시키는 것과 함께, 그의 음반이 팔리게 함으로써 그가 전업 뮤지션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야하고, 관련 인사들(세션, 매니지먼트, 레코딩, 유통 기타 등등)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쌀'을 만들어주는 '산업'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보통 해당 뮤지션과 1 : 1의 관계를 갖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고, 그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산업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저와 같은 필자나 가슴과 같은 매체도 속합니다. 그러니 '산업'적인 기능을 염두 하는 것은 저나 가슴과 같은 음악산업 소속원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입니다. 분명 전업 필자이고, 매체라고 표방하면서 '산업'적인 부분을 염두 하지 않는다면 생각이 짧거나, 작업이 치열하지 않은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가슴의 기획은 "음악산업 내에서의 매체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일례로 음반리뷰에 별평점을 매기는 것은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말처럼 "단 0.5초 안에 그 대상을 판단하게 만드는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이 음반을 살 때 참고가 되는 "실증적인 지표"에 대한 정보로서의 기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것입니다. 당장 저부터도 공신력이 있는 음반리뷰와 평점이 있다면 음반을 살 때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체에 있는 사람들은 대게 그냥 홍보용 음반을 받아서 글을 쓰기 때문에, 이 문제가 체감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입니다. 인텔리 문학 키드가 대중문화를 논할 때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돈주고 음반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 글의 소화 대상이 "돈주고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먹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럼 가슴은 공신력이 있냐?"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가슴 자신이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독자들의 암묵적인 평가가 따라야겠고), 또한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100% 그렇다고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어떤 매체든지 편집 방향성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헤비메틀 전문지도 모던록 팬들에게는 '구리게' 보일 수 있고, '모조(Mojo)'처럼 끊임없이 진지하게 클래식록을 다루는 잡지도 스핀(Spin)이나 Q와 같은 잡지 열독자한테는 '허걱' 수준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체가 '좋다'라고 얘기되는 것은 아마 "편집의 일관성"과 "진보적인 논조" 그리고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느냐?" 여부일 것입니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 "편집의 일관성"은 지키지만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느냐?"의 문제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점에서 가슴은 공신력을 만들어 가는 방법으로 위의 세 가지를 명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료로서 가치가 없는 기사를 보는 관점도, 왜곡된 정보로 인해서 음악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목합니다.


5. 델리 스파이스 - 마이 웨이

앞에서 했던 얘기들을 다 거두절미하고, 정말로 제가 가슴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의미를 나누는 것이 가슴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강원도의 외진 길(정선이나 태백의 국도들. 평일날 가면 한 20분에 차 한 대 지나가는 너무나 적막한 길들)을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때 듣는 델리 스파이스의 <마이 웨이>나 허클베리 핀의 <첫 번째 곡> 또는 긱스의 <새> 같은 곡들은 제게는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때만큼 삶에서 감정이 충만할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때는 '음악감상'을 취미로 갖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그들의 노래들을 알게/좋아하게 된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입니다. 살면서 특별히 즐거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존재론적인 회의를 느끼지만, 이 때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가슴을 재창간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쁜 것은 내가 웹마스터/웹프로그래머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는 점과 함께 "음악 듣기" 기능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가슴 특집'에서, '가슴 차트'에서 음악 듣기를 만들어 놓고, 혼자 들으면서 너무 좋았습니다.(향후 라디오도 운영함.) 10년째 하고 있는 음악모임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것은 내가 '감상회 발표'를 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슴에서는 그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이유와 공적인 명분이 혼재한 가슴 만들기의 변을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편집장의 말'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고(어떤 코너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독자들도 가감 없이 이를 받아들여 주었으면 합니다.



413-720 경기도 파주시 아동동 283. 팜스프링 아파트 114-504, 발행편집인 : 박준흠
Copyright © 1999-2008 가슴네트워크, gaseum.co.kr/gaseum.com. All rights reserved. 문의 : gaseumnetwork@ga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