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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9.09 새로운 신호가 수신된다

    네스티요나, 게토밤즈의 멤버들이 탄생시킨 2009 뉴웨이브 사운드!

    지난 7월 25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본 공연이 끝나고 그루브 세션이 시작됐다. 록 밴드들이 주로 서는 본 공연과는 달리 DJ들이 밤을 책임지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DJ가 트는 음악과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다른 사운드를 갖고 있다. 녹음된 음원과 실제 연주의 차이다. 라이브 문화와 댄스 클럽 문화가 따로 발전해온 한국에서 두 사운드는 이질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래서 보통 록 페스티벌에서 DJ가 음악을 틀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시그널이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DJ타임에 밴드가 공연을 하면 그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썰렁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 온 실력파 DJ KENTARO.그의 화려하고 뜨거운 무대의 다음으로 올라온 무명의 밴드. 보통 그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페스티벌이라고는 하지만 뜨뜻 미지근한 반응이어도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DJ타임의 밴드니 일견 당연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첫 곡을 연주했을 때, 객석에는 여느 디제잉 못지 않은 분위기가 작렬했다.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텔레파시의 음악이 일반적인 록 음악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베이스와 기타, 키보드와 드럼이라는 일반적인 포맷의 밴드였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건 분명히 댄스였다. 록 밴드의 포맷으로 연주하는 댄스 음악. 그들의 음악은 지금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 한 가운데 있었다. 바로 댄스와 록의 융합 말이다.

    갈수록 시장이 커져 가는 음악 페스티벌의 화두는 록과 댄스의 경계 허물기다. 이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블러와 프로디지가 같은 시간대에 핵심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를 나란히 장식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때 평행선상에 있었던 두 영역은 이제 서로를 탐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글래스톤베리 등의 록 페스티벌에서 케미컬 브라더스, 프로디지등이 디제잉이 아닌 록 액트를 선보였고, 록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은 이래 일렉트로니카는 자체적인 진화를 했을 뿐 아니라 재즈, 펑크 등 기존의 장르들에 흡수되고, 또한 그것들을 흡수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그건 필연이었다. 디지털 장비와 음향의 급격한 발전은 한계에 봉착한 기존 음악의 방법론을 확장시키는 묘수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페스티벌과 공연 시장의 확대로 인해 단순한 감상보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달굴 수 있는 음악의 득세는 당연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록과 댄스는 절호의 궁합일 수 밖에 없다. 1989년 맨체스터 출신의 스톤 로지스가 충격적인 데뷔 앨범을 통해 전통적인 기타 록과 소울, 훵크를 결합하며 댄서블한 록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래 역시 맨체스터 출신의 케미컬 브라더스는 빅 비트라는 사운드를 통해 그 융합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 마릴린 맨슨과 같은 인더스트리얼 밴드들은 록이라는 재료에 디지털 이펙트라는 자극적 감미료를 더할 수 있는 레시피를 완성했다. 그리고 지금, 펜듈럼이나 베이스먼트 잭스, LCD 사운드시스템 같은 팀들은 일렉트로니카를 표방하되 라이브 셋으로의 변형 모드를 채택하여 그 어떤 록 밴드보다 날 것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또한 라디오헤드는 종종 무대에서 모든 멤버가 기타를 내려놓고 카오스 패드와 키보드 앞에서 IDM같은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시도가 국내 인디 신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타와 노트북이 공존하는 밴드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라이브 클럽에 모인 록 팬들을 춤추게 하지 못했고 댄스 클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텔레파시는 록과 일렉트로닉을 성공적으로 배합하여 록스테이지와 댄스 플로어를 열광시키는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텔레파시는 부산 출신으로 사이드 티켓-게토밤즈 등의 밴드를 거친 최석(보컬,프로그래밍,
    DJ,신디사이져)와 네스티요나에서 기타를 담당했던 이호진(키보드), 이호진의 동생인 이용진(드럼), 황재연(기타), 박유석(영상)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친구들 끼리, 혹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취미 삼아 시작해서 서서히 커나가는 패턴이라면 이들은 조금 다르다. 이미 오랫동안 밴드 생활을 했던 최석을 중심으로 처음부터 컨셉트를 확실히 잡은 상태에서 팀을 꾸렸고, 이는 데뷔할 때 부터 일렉트로니카와 펑크를 섞은 음악과 사각의 선글라스와 검은 제복의 결합이라는 사이버 펑크의 비주얼로 나타났다. 텔레파시가 갓 데뷔했을 때는 펑크의 색깔이 짙었다. 펑크와 디지털 음향이 거칠게 얽혀있는 느낌 이었달까. 최석이 오랫동안 골수 펑크 키드로서 커리어를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거듭하면서 이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을 바꿔 나갔고,발전해 나갔다.
    물리적 결합에서 화합적 융합으로 서서히 변해간 거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중순 첫 공연을 시작한 그들이 2009년 봄 즈음,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들어갈 무렵에는 그 융합이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갖게 된 텔레파시는 지난 6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에 선정됐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등이 이 '헬로 루키'를 통해 본격적인 로열 로드를 걷게 된 걸 떠올린다면 텔레파시의 성공적인 펜타포트 공연에 입은 데뷔 앨범 발매는 현재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코스의 정석이다. 그리고 그들의 데뷔 앨범 'Human Evolution'은 이 코스를 성공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무기로 손색이 없다.

    이 앨범의 사운드를 인수분해 한다면 세 토막이 나올 것이다. 우선 펑크가 그 첫 번째다. 앞서 언급했던 댄스와 록, 그 융합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많이 내놨던 원천은 바로 펑크였다. 펑크는 그 단순한 구성탓에 반복을 핵심으로 삼는 일렉트로니카 와의 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에게 영화 <클로저>로 잘 알려진 조이 디비전과, 그 후신인 뉴 오더의 상관 관계를 생각해보면 된다. 또한 그들이 몸담았던 맨체스터의 레이블 팩토리 역시 초기에는 포스트 펑크 밴드들이 주로 몸담았다가 결국 해피 먼데이스같은 댄스와 록을 결합한 밴드들을 성공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다. 텔레파시의 음악적 뼈대를 이루는 요소도 3코드로 대변되는 펑크의 단순한 구조다. 또한 이들의 간단명료한 후렴구도 대부분 펑크에 근간을 두고 있다. 텔레파시의 두 번 째 요소는 복고다. 전체적으로 첨단의 일렉트로니카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사운드의 결은 오히려 80년대에 가깝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넌 마치 UFO'같은 노래는 이를 잘 보여준다. 모던 토킹, 조이 같은 80년대 유로 댄스와 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도시 아이들, 이재민 같은 뉴웨이브 성향 가요의 흔적을 이 앨범에서 찾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일렉트로니카다. 텔레파시가 쓰는 디지털 음원은 일렉트로니카의 어떤 특정 부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우스와 트랜스, 클럽 팝과 뉴 웨이브, 디스코와 토이트로니카의 음원 들이 마치 하나였던 듯 각 트랙에 오롯이 섞여있다. 텔레파시의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도전을 확인하려면 앨범에 담긴 네 곡의 연주곡을 들어보기 바란다. 일렉트로니카를 전면에 표방한 여느 국내 뮤지션 들의 작품에 꿀리지 않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디 신의 흐름에 밝은 이들은 궁금해 했었다. 텔레파시가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그 댄서블한 사운드가 과연 앨범에서도 구현될 수 있을지를. 그 궁금증은 'Human Evolution'에서 명쾌하게 풀린다. 펑크의 에너지와 복고의 정취, 일렉트로니카의 모던함이 공존하는 'Human Evolution'는 정체성과 차별성이 화두인 현재 한국 인디신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앨범이자 표현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작품이다. 또한 슬램과 댄스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에 의해 벌어질 수 있음을 목도하게 하는,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그들이 처음에 등장했을 때 여느 록 밴드의 공연과 같은 반응을 보였던 관객들은, 지금 춤을 추고 있다. 공연장의 스피커에서 방안의 스피커로 그들의 음악이 공간 이동을 했다. 더욱 많은 이들이 춤을 추게 될 것이다. 마음껏 환호성을 지르며. 80년대 후반의 맨체스터 에서 처럼, 90년대 후반의 록 페스티벌 무대 앞에서 처럼.

    김작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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